왜 면접은 어려울까? 아마 뽑는 사람도 뽑히는 사람도 서로가 서로를 검증하기 위한 피 튀기는 머리싸움을 해야 하는 자리라서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영업사원 면접, 세일즈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이 부분에 있어서는 상당히 많은 상황적인 변수가 있을 수 있겠지만 다수의 면접과 실패의 경험(...)에 기반해서 하나만 꼽아보자면 아마 의사소통 능력이 될 것 같다. 이 사람은 나와 말을 잘 나눌 수 있는가. 내가 말한 내용을 정확히 이해한 것인가. 말을 할 때 매력적인가. 같은 요소들이다. 보통 잘 진행된 면접은 Interviewer가 물어보는 것을 내가 잘 이해했고 답할 때, 그가 고민하는 내용에 대해서 함께 토론이 잘 되었을 때였다. 이는 지식수준의 범주가 아니라 의사소통의 부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경험과 능력은 이미 서류에서 한번 걸러지니까 말이다.
인터뷰에서 의사소통 능력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영업사원들의 의사소통 능력은 고객을 만날 때도 중요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내부 사람들과 일할 때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영업사원은 처음 고객과 만나는 사람이고, 제품이 인도되어 사용될 때까지를 지켜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업활동이라는 일련의 유기적 프로세스에서 매니저와의 의사소통도 중요하고, 수평적인 조직 간의 의사소통도 아주 중요하다. 부가적으로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을 통해 업계 내에 명성은 빠르게 퍼지기 마련이고 이것이 나중에 다른 회사로 이직할 때나 함께 일을 해야 할 때 큰 도움이 되기도 하는 것은 세일즈 개인에 대한 이익이 된다.
아마 이제 막 생긴 외국계 기업이라면 대부분의 내 동료는 외국에 있게 된다. 외국사람들과 한국사람들은 일하는 코드가 살짝 다른 느낌이 든다. 또 북미권 사람들과 유럽권 사람이 다르고, 아시아 사람들이 또 다르다. 그래도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특권이 있다면 다른 나라 사람들과 말을 섞고, 협업하고, 그들이 또 이직을 하면서 어딘가에서 또 만나게 되고 하는 재미가 아닐는지. 조금 큰 외국계 기업이라면 그래도 여러 가지 기능을 국내에서 수행하기 때문에 그래도 한국인들과 함께 일하게 된다. 어쨌든 오늘은 인종/지역에 대한 이야기보다도, 기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어디던지 회사의 조직이란 그 회사가 움직여야 하는 방향으로 구성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큰 프로세스를 보고 싶다면 그 회사의 조직을 보면 되고, 반대로 그 회사의 조직을 알고 싶다면 큰 프로세스를 이해하면 된다. 영업의 프로세스는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겠고, 나도 성격 상(=이전 직업(컨설턴트) 습관 상) 어딘가 저명한 분석 프레임워크를 따오면 좋겠지만, 그 정도의 무게를 가진 글로 만들고 싶지는 않으니 내가 겪은 경험 상에서 맘대로 그리겠다.
앞서 나는 내가 말하는 '외국계 IT기업'을 B2B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으로 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B2B IT를 다루는 회사들은 영업프로세스를 Pre-sales, Sales, Post-sales로 크게 3단계로 구분하면 편할 것 같다. 제품을 알리고, 고객의 구매결정을 돕고, 고객에게 제품을 제공하고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까지가 모두 해야 할 일들이다. 언젠가 전공 수업(필자는 경영학도) 중 회사의 조직들은 구조적 차원에서 서로가 서로를 모방하기 때문에 결국엔 다들 유사해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실제로도 그렇다. 한국에 있는 IT기업들끼리는 상당한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포지션 이름만 들어도 대충 이 업무가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외국계 IT 기업에 다닌 적이 없는 사람들은 이 이야기가 생소할 수 있다. 도대체 나를 찾아오는 이 회사의 직원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건지, 내가 지원하는 이 포지션이 무슨 일을 하는 건지 말이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내가 깊게는 못해주겠지만 대략적으로 관찰한 내용을 설명해 줄 예정이다.
큰 줄기에서의 프로세스는 어려울 게 없다. 우리가 물건을 사는 것과도 비슷하다. 가끔 인스타나 유튜브 같은 곳에서 광고를 보고 홀린 듯 그 제품을 샀던 기억이 있는가? 특히나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제품들이 주로 SNS를 통해서 광고를 하고는 한다. 하수구를 시원하게 뚫어주는 거품기라던지, 먹으면 여자들이 반한다는(?) 영양제라던지. 우리가 그 제품을 접하기 전까지는 그 제품의 효용을 모르고 있을 경우가 있다. 그때 바로 이런 제품이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 바로 Pre-sales 활동이다. 우리가 한번 그 제품을 접하고, 이 제품을 사야 되나? 하고 망설일 때 바로 우리는 그 제품의 상세 페이지에 들어가 설명을 읽게 된다. 왜 이 영양제가 남자들에게 특히 좋은지, 어떻게 하수구를 뚫어주게 되는지 같은 내용들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최종적으로 가격까지 확인하고 그 제품을 사기로 맘먹는다. 이것이 Sales 활동이다. 마지막으로 구매가 완료되었으면 그것이 결제되고, 배송되기까지의 절차가 필요하다. 한 달 사용후기를 올리면 포인트를 준다는 것도 잊지 말자. 이것이 Post-Sales다. B2B 세일즈도 다를 것이 없다.
영업사원들, 세일즈들은 이 모든 과정을 다 소홀히 할 수가 없다. 고객의 유일한 연락처는 결국 영업사원이기 때문이다. 물론 세일즈가 모든 내용을 다 알 수 없기 때문에 나중에서는 각 영역의 담당자가 고객을 만나게 되지만, 최초의 구매부터 그 담당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모든 과정을 영업사원이 연결해주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고객경험에 있어서 이 프로세스를 알고 내부 사람들의 역할을 명확히 아는 것 + 잘 지내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Pre-Sales는 사실 전 직원이 하는 것이다. 회사를 알리는 것이다. 물론 영업사원도 마찬가지이다. 베테랑 영업사원들에게 기대하는 덕목은 그들이 그동안 긴 영업경험을 통해 쌓아 온 여러 고객들에게 현재 회사를 알리는 것이 있다. 그들은 그동안의 시간동안 해오던 영업활동 속에서 만난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회사를 알리고 기회를 창출한다. 하지만 사실 베테랑이 아닌 영업사원들은 이러한 네트워크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네트워크가 부족하면 부족할수록, 나에게 들어오는 물줄기를 계속 만들어주어야만 한다. 나는 우리의 Pre-sales 조직들을 물줄기라고 생각한다.
이 Pre-sales 조직을 크게 두 개로 나누자면 불특정 고객을 대상으로 회사를 알리는 Marketing과, 특정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Martket Development 조직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보다 더 전문가이신 분들이 보기엔 조금 허접한 분류일 수는 있다.) 흔히 Marketing 조직의 KPI구조는 체를 치는 것과 같이 생겼다. 이벤트나 광고 등을 통해서 굉장히 많은 연락처를 수집한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우리의 광고나 이벤트에 참여한 고객이기 때문에 '잠재고객' 정도로 분류한다. 리드(Lead)라고도 한다. 그들은 수많은 리드를 모아서 영업사원들 혹은 Martket Dev. 같은 조직에게 공유한다.(아웃소싱을 맡기기도 한다.) 그러면 그들은 수많은 잠재고객 중에서 또 정말 구매의사가 있을만한 '가망고객'을 발굴해 낸다. 가망고객 정도가 되면 이제 영업대표들 혹은 파트너사들이 붙게 되고, 그렇게 그 고객으로부터 '영업기회'가 발생한다. 어떤 조직은 리드에서 영업기회까지의 확률을 보기도 하고, 실제 딜이 완료되는 확률을 KPI로 삼기도 한다. 어쨌든 마케팅은 이렇게 커다랗게 잠재고객들을 놓고 매출까지 가는 과정을 체로 치는 사람들이다.
어렵게 생각할 게 없는 게, SNS 하다가 상담신청 같은 거 남겨본 적 있는가? 보고서를 다운로드하다가 연락처를 남겨본 적은? 어디 세미나를 갔는데 사은품 준다고 전화번호를 남겨본 적은 없는가? 마케팅에게 당신의 이 모든 행동은 하나의 리드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당신이라는 리드는 어떠한 조직을 통해 연결된다. 전화가 오고, 메일이 온다. 관심이 생겨 연락을 하게 되면, 비로소 영업사원과 연결된다. 그것이 마케팅 활동이다.
사실 영업사원들이 어떤 제품을 다루느냐에 따라서 이 Pre-sales 조직과 협업이 별로 없을 수도 있고, 많아야 할 수도 있다. 장사가 잘되는(?) 회사는 굳이 회사를 알리지 않아도 먼저 고객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굳이 이런 활동을 하지 않아도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영업사원인데 정말 다음 주에 만날 수 있는 고객이 하나도 없다면, Pre-Sales 활동부터 뒤져야 한다. 리드 제너레이션 (Lead Generation)이라고 부르는데, 리드를 만드는 활동부터도 영업사원이 개입을 하는 것이다. 내가 만났던 마케터들은 사실 영업사원들만큼 제품이나 서비스에 전문적이진 않다. 그들은 홍보에의 전문가이지, 제품에의 전문가는 아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만약 정말 어떤 특정 고객에게 특정 메시지를 가지고 시장에 접근하고자 한다면 그것을 들고 Pre-sales 조직들과 함께 협업을 할 필요가 있다. 그들에게 이럴 땐 어떤 방법이 효율적인지, 예산은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자문을 얻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회사들은 이미 오랜 마케팅 활동을 통해서 많은 리드를 쌓아놨기 때문에 내가 맡은 고객의 연락처로 연락을 쭉 돌리는 것도 방법이지만, 아무래도 마케팅의 예산을 털면(!) 좀 더 실시간의 현장감 있는 리드를 받아올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마케팅 활동이 그렇게 즉각적으로 매출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그렇다.) 하지만 그때 호기심으로 연락했었던 어떤 고객이 나중에 부서나 회사를 옮기면서 누군가에게 우리 제품을 소개하거나, 문득 갑자기 우리를 떠올려서 연락하는 경우도 있다. 아니면 사업개발 부서에서 끈질기게(?) 추적하여 결국 사업기회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것이 다 내 세일즈를 위한 아주 중요한 활동이다. 나는 영업사원들의 Pre-sales 기능을 그래서 물줄기라고 표현한다. 마르지 않게 가끔씩 관리해 주고, 가끔씩 이분들과 오며 가며 이야기도 나누고, 행사도 한 번씩 하고, 기사도 내고 하면서 트랜잭션을 만들면 이 물줄기가 또 언젠가는 매출로 연결될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모든 기능을 한 페이지에 담기에는 분량이 많아 두 개로 나누고자 한다.
다음 글에는 Sales, Post-Sales에 대한 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