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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 Max May 12. 2018

사회혁신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사회혁신가’도 적극적인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사회문제가 복잡해 질수록, 이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려는 ‘사회혁신가’도 많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회혁신가’들은 왜, 어떻게 등장한 것일까?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과 마찬가지로 ‘사회혁신가’도 적극적인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사회혁신가가 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자기탐색의 시간과 타고난 공감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성공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해결능력과 네트워크, 전문성과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결국, 사회혁신가들이 많아지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충분한 시간과 자본,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혁신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혁신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 How to Change the World


어두운 미래 전망 속에서도 늘어나는 혁신가

경제성장의 열매는 줄어들고, 일자리는 좀처럼 늘어나지 않는다. 청년부터 노년까지 제한된 기회를 둘러싸고 세대갈등의 조짐도 보인다. 비정규직 고용 비중이 높아지는 가운데 불안정한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을 기피한다.


가계는 가계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어려움을 토로한다. N포세대, 헬조선, 격차사회 등 어두운 미래를 전망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에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 또한 늘어나고 있다. 벤처기업과 같이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는 조직(<전자신문> 벤처정책 새판 짜기…스타트업 전수조사)이나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는 조직과 그 종사자들의 숫자는 그 어느 때보다 많다. (<사회적기업매거진 36/5> 숫자로보는 사회적기업 10년)



이들 사회혁신가는 왜, 어떻게 등장한 것일까?

지난 십여년 간 창업과 사회혁신의 현장에서 수많은 창업가와 혁신가들을 만났다. 임팩트투자자로 직업을 바꾼후에는 매년 수 백명의 소셜벤처 창업가와 팀을 만났다. 각자의 그림과 방법은 달랐지만 이들은 한 목소리로 ‘사회를 바꾸고 싶다’고 했다. 그 방법의 완성도와 정합성에 차이는 있지만, 이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모두 존경을 받을만한 것이었다.


분명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사회문제 해결에 뛰어들고 있지만 빈부격차, 환경오염, 자원고갈, 고령화, 세대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잘 보이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일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우리 사회에 더 많은 사회혁신가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혁신가들이 오늘날의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주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사회혁신가들의 활동을 촉직하는 환경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혁신의 의미와 중요성

사회혁신이란 사회문제를 새로운 아이디어나 방법을 통해서 해결하는 활동을 지칭한다. 사회혁신이 다른 혁신과 다른 것은 그 목표와 방법이 사회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목표란 ‘사회문제해결’을 의미하고, 방법이라 함은 ‘시민/시민사회’ 혹은 수혜자가 시혜의 대상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혁신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사회혁신은 ‘사회’를 혁신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사회적인 방식’으로 혁신을 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혁신에 대해서 가장 널리 알려진 정의는 조지프 슘페터(Joseph A. Schumpeter)가 제안한 ‘창조적 파괴’다. 슘페터는 부단히 낡은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과정을 ‘혁신’이라 불렀다. 슘페터는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며 자본주의를 작동시키는 혁신적 계층으로 자본가가 아닌 기업가를 지목했다.


자본주의가 삶의 많은 부분에 녹아들어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시장에서 기업가들이 만들어내는 혁신의 열매는 달콤하다. 생산과 유통, 소비의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큰 사회적 변화가 나타난다. 우리는 아이폰, 넷플릭스, 아마존과 페이스북이 매일매일 바꿔가는 세계에 살고 있다.


하지만 시장 안에서의 혁신이 가지는 한계는 명확하다. 다시 말해, 혁신은 시장의 전유물이 아니다. 고령화, 환경오염, 주거난, 일자리문제 등과 같은 사회문제들은 상당 부분 시장실패에서도 기인한다.


시장실패를 시장 스스로가 해결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더욱이 오늘날의 사회문제들은 그 층위가 다양하여 어느 한 주체만의 노력이나 참여로 해결되기 어렵다. 정부와 시장, 시민사회 등 사회 전체의 힘을 모아내는 입체적 혁신, 즉 사회혁신이 중요한 이유다.



모두에게 열린 사회혁신의 기회

이제 혁신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거나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서 한 차원 더 깊어져 ‘사회문제해결’이라는 목적과, ‘사회적 참여’라는 방법을 고민할 때인 것 같다.


그래서 일까? 최근 소셜벤처, 사회적기업 등과 같이 기업적 접근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거나, 자본을 투입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임팩트투자와 같은 새로운 움직임이 활성화 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해도 친숙하지 않던 개인과 조직의 등장이 사회혁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평범한 개인들도 사회혁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오랜시간 일반적인 것이 아니었다. 특별한 혈통이나 신분이 없다면 사회의 문제를 논하는 것조차 주제넘은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기술의 발달과 사회의 민주화로 개인들 누구나 자신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고, 공동체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될 수도 있다. 과거에 사회혁신은 소수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제는 모두에게 오픈소스처럼 열려 있다.



사회혁신가의 DNA: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누구나 사회혁신을 할 수 있지만, 누구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뛰어드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그렇다. 이런 현실은 혁신가가 만들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태어나는 것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미디어에서는 영웅적인 혁신가는 특별히 타고나는 것이라는 이미지를 조장하거나 암묵적으로 인정하기도 한다. 정말 그럴까?

혁신가의 DNA는 존재할까?

그 힌트는 혁신가를 대상으로 진행된 진행된 광범위한 연구에서 살펴볼 수 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이베이 창업자 피에르 오미디어 등을 포함해 3,000여 명이 넘는 창업가 및 기업의 중역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은 유전적인 기질보다는 적극적인 노력에 가까웠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등. 2009. The Innovator’s DNA)


현장에서 직접 사회혁신가들을 만나며 내리게 된 결론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사회혁신의 길로 접어들게 된 것은 각각의 계기 때문이지, 타고난 기질이나 DNA 때문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들 스스로가 우연과 운, 그리고 결심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혁신가로 성장하는 단계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혁신가에게 혁신은 당연히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물론 선천적 기질은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언제나 후천적 요소에 의해 발현된다. 출생직후부터 따로 양육된 일란성 쌍둥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사고 능력의 1/3은 유전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2/3는 학습으로 얻어진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하버드비즈니스리뷰,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등. 2009. The Innovator’s DNA)


교육개혁가로 널리 알려진 <엘리먼트>의 저자 켄 로빈슨 경 역시 창의성은 습관이라고 이야기한다. 여느 습관과 마찬가지로 창의성도 우리 몸에 익히거나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혁신가들에게 유전적 의미에서 DNA 라는 말은 적당한 용어가 아닌 것 같다. 사회문제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혁신가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사회혁신가들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



무엇이 사회혁신가를 만드는가? 충분한 자기탐색과 공감능력의 극대화

운이 좋게도 sopoong이라는 소셜벤처 투자 회사에서 일하며, 특히 기업적인 방식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수 십개의 소셜벤처, 수 백병의 사회혁신가들을 만났다.


창업자의 개인적 이야기는 물론, 그들을 가장 지근거리에서 관찰하고 지속적인 대화를 나누었고, 그 중에 수 십 명은 매주 혹은 매달 만나며 수년 간을 관찰할 수 있었다. 모두가 각각의 사회문제해결을 목표로하는 팀들이었고, 이 팀을 이끌고 있는 사회혁신가들 역시 한 명 한 명 독특한 정체성을 갖고 있었다.


사회를 혁신하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다가 우연한 계기로 사회문제해결에 뜻을 품게 되었거나, 비영리활동을 하다가 영리의 방식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창업가의 길로 접어든 경우 등 사회혁신가들이 걸어온 길은 실로 다양했다.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혁신가도 있었고, 여러 정보를 합리적으로 조합하여 대안을 제시하려는 혁신가도 있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이 질문(사회혁신가들은 어떤 계기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게 되는 것일까?)을 가지고 사회혁신가들을 만나왔다. 한가지 깨달은 사실은 바로 사회혁신가들의 동기를 하나로 특정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들이 사회문제해결이라는 ‘목적’을 추구하게 된 이유는 천차만별이었다. 그 이유를 성장하며 노출된 환경때문이라거나,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이라는 말로 쉽사리 정리할 수는 있지만 충분하지는 않다.


사회혁신가들의 공통점을 발견하면서 그 실마리를 찾았다. 지근거리에서 본 사회혁신가들은 소위 ‘부자가 되고 싶다’거나 ‘영향력을 갖고 싶다’는 세속적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사회혁신가도 돈 벌어서 외제차 타고, 고급 주택에 살 수 있지 않나요?’고 질문한다.


자기주도성이 강해 ‘이 문제는 내가 해결해야 한다’거나 ‘큰 조직을 만들어 내 능력을 보여주겠다’는 강한 자신감과 포부를 밝히기도 한다. 어찌보면 평범한 사람들의 욕망과 큰 차이는 없어보인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사회혁신가들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타인의 행복을 자신의 행복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시작점은 자신의 행복이었지만, 나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고, 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다보니 사회문제해결을 통해 다수 사회구성원들의 행복을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게 되었다고 말한다.


텀블벅은 국내 최대의 문화예술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다. 영화학도로서 자신의 창작활동을 지속할 방법을 고민하던 한 사회혁신가가 본인 뿐만 아니라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공공연히 자금을 구하지 못해 활동을 중단한다는 것을 알게된 후 모든 문화예술인을 위해 만들었다.


이들이 가진 개인적 욕망은 역설적으로 사회적가치와 만난다. 사회혁신가들은 사회문제해결을 통해서 삶의 의미를 찾고, 유명해지고, 돈도 많이 벌겠다고 이야기한다. 이들에게 개인적 욕망과 사회문제해결은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는 것이다.


우리는 개인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을 구분하는 데 익숙하다. 사회변화를 추구하다보면 한 개인으로서의 욕망은 사회를 위해서 포기해야 한다는 믿음이 만연한 때도 있었다.


오늘날의 사회혁신가들에게 개인적 욕망은 더이상 희생의 대상이 아니다. 다만 그들은 개인의 욕망을 사회적인 것으로 승화하는 방법을 지독하게 찾아낸다. 사회혁신가들이야말로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의제를 이상적으로 체화한 사람들이다.


개발도상국의 안보건을 위해 혁신적인 안질환진단 카메라를 만들고(LabSD), 여성들을 위한 월경컵을 출시하고(이지앤모어), 서울 도심 빌딩 옥상에서 꿀벌을 키우고(어반비즈서울), 발달장애인을 교육하고, 고용하기위해 비누를 만들어 파는(동구밭) 이들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정형편, 성별, 장애유무, 피부색깔 등에 관계없이 개인의 욕망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어떤 구호보다 강력히 주장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에서 공감은 시작된다. © Quinn Dombrowski



무엇이 한 개인을 사회혁신의 좁은길을 걷도록 하는지를 밝혀내고 정리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다만, 제한적인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기위해서 자신이 무엇에 관심이 있고, 또 무엇을 잘하는지, 등 ‘자기탐색’의 시간과 기회가 충분히 주어져야 한다.


그리고 ‘자기탐색’이 자신의 문제에만 머물지않고 다른 개인들도 비슷한 욕망을 갖고있다는 ‘공감능력’의 개발과 연결되어야 한다. 이 공감능력 역시 특별히 타고나는 것은 아니다. 제러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 [공감의 시대]에서 우리 모두는 태어날 때부터 공감능력을 타고난다는 강력한 증거들을 제시하며, 타고난 이 능력을 어떻게 계속 유지하고 개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즉, 충분하게 자기탐색의 시간과 기회가 주어지고, 타고난 공감능력을 유지하고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된다면 누구나 사회혁신의 길을 걸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혁신가의 무기: 문제해결능력, 네트워크, 전문성

그러나 사회혁신가의 길로 들어서는 것과, 실제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다. 사회혁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면, 다음은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사회’의 모습을 제시하고 이를 현실로 만들어내기 위한 행동이 이어져야 한다.


임팩트투자자로서 다양한 유형의 사회혁신가들을 곁에서 지켜본 경험에 따르면, 사회혁신가의 ‘역량’은 문제해결능력과 네트워크, 그리고 전문성에 달려있다.


• 사회혁신가의 무기 1) 문제해결능력: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융통성있게 문제에 접근한다

혁신은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다. 그렇다고 마주하는 다양한 상황, 문제들에 늘 ‘답’을 갖고 있을 수는 없다. 익숙하지 않은 문제나 한계에 봉착했을 때, 사회혁신가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접근을 떠올리는 능력이다.


사회혁신가들은 스스로에게 고정된 역할을 부여하지 않는다. 때로는 기업가이면서, 때로는 활동가, 정책가가 되기도 한다. 이들에게는 정부도, 시민사회도, 기업도 모두 사회문제해결의 수단일 뿐이다.


임팩트투자자로서 투자를 결정할 때도 매번 명확한 방향이 보였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회혁신가가-이 경우에는 기업가가- 가진 문제해결능력을 믿고 투자하기도한다. 시간과 자본이 주어지면 최적지점, 답을 찾으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실패에서 배운 것들과 현재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의 가설과 실험을 설계해내는 것은 사회혁신가에게는 외로운 싸움이지만 꼭 필요한 능력이다. 최초에 품었던 사회혁신에의 의지와 동기를 유지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시도들을 유연성있게 해내는 역량이 사회혁신의 성공을 좌우한다.


• 사회혁신가의 무기 2) 네트워크: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

사회혁신가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문제는 복잡하고 이해관계자의 범주, 해결주체등의 층위가 다양하다. 어느 한 개인이나 조직, 정부나 시민사회만의 힘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


기존의 접근이 정부나 기업, 시민사회 등 어느 한 주체의 역할만을 강조했다면, 이제는 여러주체들의 참여와 공동작업이 필수적이다. 필요에 따라 네트워크를 만들고, 공감하고 협동하고 함께 문제해결을 위해 실험하는 과정의 설계가 필요하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조응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문제해결의 과정뿐만 아니라 그 결과도 좌우한다. 아무리 좋은 솔루션도 현장에서 유리되거나 또 현장에 적용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어찌보면 사회혁신가들의 일은 ‘설득’을 바탕으로 ‘신뢰’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사회혁신가는 먼저 자신을 설득하고, 동료들과 투자자를 설득하고, 사회와 시장을 설득하고, 정부와 시민/시민사회를 설득해야 한다. 사회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밝혀내고, 그와 연관된 주체들의 참여와 협력을 끌어내야 한다.


• 사회혁신가의 무기 3) 전문성: 기술적이고 절차화/체계화된 지적인 지식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혁신을 만들어내기는 매우 어렵다. 사회혁신가에겐 혁신 대상과 사회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회문제가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는 이유가 있다. 기존에 풀리지 않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위해서는 새롭게 보는 눈이 필요하다. 기존과 같은 접근으로는 같은 결과를 얻을 뿐이다. 새로운 관점,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다.


새로운 무기: 기술의 활용

특히 최근의 사회혁신은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기존에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나 사회변화에 따라 새로이 등장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전과는 월등한 효율성과 효과성, 속도가 필요한데, 기술적 활용은 이 속도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과거에도 언어와 화폐와 같은 무형의 도구나 철기의 발명이나 선조기술과 나침반, 지도기술, 항해술 발명, 증기기관, 인터넷, 컴퓨터, 스마트폰등과 같은 기술의 등장은 당시 사회에 엄청난 사회적-정치적-경제적 변화를 가져왔다.


앞으로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보틱스 등의 새로운 기술은 지금까지의 어떤 기술들보다 생산과 노동, 소비와 분배 등 우리 삶에 더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혁신가들에게 있어서 기술에 대한 이해는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반대로 기술이 혁신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기술의 변화가 가져온 사회의 변화가 이전에는 필요하지 않았던 혁신을 초래하기도 한다. 사회혁신과 기술혁신을 구분해야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기술혁신과 사회혁신은 대개의 경우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사회혁신과 기술혁신을 따로 구분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오히려 통합적 관점에서 혁신과 기술을 바라보는 것이 유의미해보인다.


사회혁신은 기술을 만날 때 그 파급력이 배가된다. 기술이 혁신을 이끌기도 하지만 사회혁신가들은 수단으로서의 기술에 주목한다.



혁신가를 길러내는 환경

지금까지 사회혁신가들이 만들어지는 존재라는 것과 이들에게 필요한 역량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사회혁신가들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 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혁신가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내는 사회 각 부문의 문화와 제도는 무엇일까?


첫째,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충분한 시간과 기회, 자본이 안정적으로 주어져야 한다. 한 개인이 사회문제해결에 뜻을 품기 위해서는 충분한 자기탐색 시간과 기회, 그리고 공감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자기탐색을 바탕으로 사회구성원 다수가 겪는 문제의 해결을 삶의 우선순위에 놓는 가치관이 확립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시간 뿐만 아니라 자본도 필요하다.


사회문제 해결에 스스로 확신을 갖게 되어, 문제의식을 날카롭게 정비하고, 최적의 수단을 찾기 위해서는 실험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실패에 대해 사회적 지원과 인정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는 보편적으로 시간과 기회, 자본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기본소득과 같은 보편적 복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성화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둘째, 사회혁신가들이 전문성과 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 경험과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간과되어서는 안되다. 사회혁신가들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서 문제해결에 적절한 수단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과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기관들은 혁신의 놀이터가 되어야 한다. 이 놀이터에서 혁신가들은 커뮤니티를 만들고, 다양한 실험을 지속하며, 각자의 전문성을 쌓아나갈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새로운 기술적 도구들을 활용하여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사회혁신가들이 기술과 친숙해지게 하는 교육이 제공되어야 한다.


입시나 성과, 자격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기술적 도구들을 활용하는 다양한 경험을 위주로하는 교육적 풍토를 만들어내는 것은 지난 수 십년간 강조되어왔지만, 뚜렷한 성과를 보지 못했다. 저성장, 저출산시대는 어쩌면, 기존의 교육 구조를 일시에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사회혁신을 쉽고 재미있는 것으로 만들어내야한다. 사회혁신은 꼭 거대하고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혁신가는 학교에도, 마을에도, 각 공동체에도 있다.


사회혁신을 사회혁신을 직업으로하는 사람들의 것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참여하고 기여하는 것으로 여기게 만들고, 혁신의 진입장벽을 낮추어 여러 혁신들이 시도될 때, 우리는 더 많은 사회혁신가들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혁신의 기회: 사회는 변한다. 사회문제도 함께 변한다.

사회는 끊임없이 변한다.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사회문제가 새로 등장하기도 하고, 또 심각했던 문제가 신기술의 도입으로 손쉽게 해결되기도 한다. 과거에는 혁신이었던 것이 어느새 낡은 것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어느 누구도 사회의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사회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우리는 우리가 겪게 될 사회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혁신가들을 필요로할 것이다. 사회혁신가들은 역설적으로 사회변화에서 기회를 발견한다. 사회변화의 폭이 크고 변화의 속도가 빠를 수록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증가하고, 사회 여러 부문에서 기존의 것과 새로운 문화 및 제도 사이에서의 충돌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인류는 여러 차례의 근본적 사회 변화를 경험해오며 다양한 사회혁신을 만들어왔다. 현재의 우리 역시 다가오는 변화에서도 사회문제를 충분히 잘 해결할 수 있을까? 결국 이 문제는 우리가 사회혁신가들을 어떻게 자극하고 길러내느냐에 달려있다.



참고문헌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

샬롬 슈바르츠(Shalom H. Schwartz,). The Theory of Basic Human values.

송위진. 2016. 혁신연구와 ‘사회혁신론’. 동향과 이슈 제 27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등. 2009. The Innovator’s DNA. 하버드비즈니스리뷰

박명규. 2017. “사회적 가치: 의미와 과제”” 사회적 가치: 협력, 혁신, 책임의 제도화 심포지엄. 2017–11–09.

토니 와그너. [이노베이터의 탄생]. 열린책들.

허먼 멜빌. [모비딕]. 작가정신.

제러미 리프킨. [공감의 시대]. 민음사.



본 글은 다음세대 정책실험실(Policy Lab for Next Generation) Lab2050에서 2018년 5월 15일(화)에 개최하는 컨퍼런스  ‘새로운상상 2018’ (REIMAGINE 2018) 의 발제문으로 작성되었으며  Lab2050의 블로그 포스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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