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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 Max Dec 20. 2017

위즈돔은 이제 기억으로 남으려 합니다.

지금까지 위즈돔을 만들고, 이용하고, 도움을 주신 동료, 투자자, 파트너 그리고 고객 여러분,

그리고 친애하는 창업가, 사회혁신가, 체인지메이커, 스타트업과 소셜벤처 종사자 동료 여러분.


2018년 1월 1일부로 위즈돔은 서비스를 종료합니다. 

사회 불평등의 핵심은 사회적 자본의 양극화에 있으며, 사회적 자본은 관계에 기반하고, 관계를 통해서 기회와 정보가 오간다는 생각이 위즈돔의 시작이었습니다. 

날로 심각해져가는 사회의 불평등 구조에 균열을 내고 싶었습니다. 

누구나의 삶과 경험은 가치가 있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카이빙하고자 사람도서관을 만들었습니다. 

누구나 필요한 사람을 만나 관계를 맺고, 필요한 정보와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오프라인에서의 마주침에 집중해왔습니다. 




수 천의 삶을 아카이빙했고, 1만 여개 이상의 오프라인 만남과 강연, 행사들을 함께 했습니다. 

수 만의 삶들이 마주했고, 한때 20여 명이 넘는 동료들이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제주에서 함께 꿈을 나누었습니다.   


혼자가 아닌 여럿이 힘을 모아, 여러 도움을 통해 유지되고, 또 이끌어왔던 위즈돔은 이제 기억으로 남으려 합니다. 



2012년 3월에 서비스를 시작했으니 6년에 조금 못 미치는 시간이었습니다. 

4년 여를 대표/경영진으로 일했고, 2년 여는 이사진으로 함께 했습니다. 


분노로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불평등과 양극화를 이대로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여전히 '나도 대학생 친구가 한 명 있었으면...'이라는 꿈을 가진 이 시대의 전태일들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거대한 사회문제를 모두 해결하기는 힘들어도 최소한 실마리는 제공할 수 있을 거라는, 사회 전체는 힘들어도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상황을 헤쳐나가는 데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열정으로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된다는 사람들보다는 안된다는 사람들이, 권유하기보다는 말리는 사람들이 더 많은 창업이었습니다. 여느 스타트업이 그랬듯이 야근과 밤샘, 웃음과 울음, 갈등과 협력, 희망과 좌절, 실패와 성공이 함께했습니다. 


대안을 제시하고자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정부도, 시민단체도 해내지 못한 일이라면 소셜벤처로 가능하리라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만들어내고 있는 사회적 가치가 무엇인지, 실제로 사회문제가 해결될지, 어떻게 해야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할 때는 너무나 고통스러웠지만, 또 그에 상응하는 성취감과 도움들을 받았습니다. 


"위즈돔이 내 삶을 바꾸었다"며, 선물과 편지 등을 보내오던 이용자들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위즈돔이 지속되면 좋겠다"며, 함께해준 자원봉사자들과 사업을 제안해준 파트너들, 또 박봉에도 인생의 가장 젊은 시간을 함께 불태워준 동료들에게도 아직 충분히 고마움을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위즈돔을 시작할 수 있도록, 또 지금까지 위즈돔이 존재하도록 해 준 수많은 분들의 지지와 도움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이 몇 마디 글로 다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진심으로 고마움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위즈돔을 더 성장시키지 못하고, 더 유지하지 못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하고 마무리하게 되어 송구합니다. 



위즈돔을 만들고, 이용하고, 도움을 주신 동료, 투자자, 파트너 그리고 고객 여러분,

결과적으로 위즈돔은 애초에 목표로 한 결과를 다 만들어내지 못하고 사라집니다. 마음이 시리지만 위즈돔은 실패했다, 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감히 그 과정은 아름다웠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에게는 위즈돔은 30대 초반의 가장 뜨거웠던 기억으로, 평생을 함께할 동료와 친구들을 여럿 만나게 해 준 계기로, 수많은 도움을 받았던 기억으로 남습니다. 지금까지 위즈돔을 사랑해주시고 도움을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저는 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지만, 오늘도 불철주야 혁신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창업가와 사회혁신가들이 있습니다. 


애정하는 서비스와 제품을 더욱 애정해주십시오. 실패를 마주하고, 서비스가 사라지는 것은 일상다반사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도전과 이야기들이 녹아있습니다. 이 열정들이 더 지속되기를 바란다면 한번 더 방문하고, 한번 더 이용하고, 한번 더 소개해주세요. 그래도 여전히 실패하고 사라지는 서비스와 제품들이 있겠지만, 분명히 더 나은 실패가 될 겁니다. 


그리고 친애하는 창업가, 사회혁신가, 체인지메이커, 스타트업과 소셜벤처 종사자 동료 여러분. 

우리는 우리 인생의 가장 젊은, 가장 가능성이 많은 시간을 함께들이고 있습니다. 이미 우리는 충분히 열정적이고 치열하지만 실패를 피할 수 없습니다. 이 시간이 설령 실패로 끝이 난다 하더라도 치열함을 함께한 동료들은 남도록, 그 동료들의 도전은 계속되도록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도록, 애정하는 서비스와 동료들을 잘 지켜주십시오.




모든 생명은 죽음으로부터 태어나고, 모든 새로움은 폐허로부터 시작된다고 합니다. 위즈돔은 사라집니다. 하지만, 위즈돔의 실패는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죽음이자, 거름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실패는 저와 저의 동료들의 실패일 뿐이지, 위즈돔이 애초에 하려 했던 일의 실패가 아님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전히 수많은 기회와 정보들은 차별적으로 제공됩니다. 누군가는 이 문제의 대안을 계속 제시해야합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좌절이나 아쉬움, 자책보다는 보다는 더 강한 열망과 의지를 갖게 됩니다.   


저와 동료들이 각자의 현장에서 또다시 만들어갈 벅찬 혁신과 변화를 기대해주십시오. 

지금까지 위즈돔과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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