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우 Dec 06. 2023

신도시 지역의 첫 번째 개원은 피해야 합니다



“첫 거래인데 나도 보험은 들어야지”


아이돌 그룹으로 시작했던 윤계상이 배우로서 크게 빛났던 영화, 《범죄도시》의 한 장면에 등장한 대사다.


청부살인의 대가로 10억을 요구하는 장쳰(윤계상)에게 1억을 선수금으로 주겠다는 한 사업가. 이에 다시 선수금을 5억으로 올리려는 장쳰에게 사업가는 노련한 협상력을 보인다.


‘첫 거래’를 명분으로 일 처리가 완료되면 바로 잔금을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해 온 것.


결국 영화 속 장쳰은 사업가의 이 제안을 수용한다. 이것은 첫 거래의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공통의 이해를 방증한다. 상호 검증되지 않은 첫 거래의 리스크로 인해 선수금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에 대해 상호합의가 된 것이다.


이처럼 ‘처음’이란 것에는 언제나 리스크가 따른다. 이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수용할 수 있는 공통된 이해이다.개원 입지에도 ‘처음’에 따른 리스크가 두드러지는 입지가 있다. 바로 ‘신도시 입지’이다.


신도시 입지는 기득권이 존재하지 않는 미개척의 영역으로 기존 경쟁자가 없기 때문에 일종의 ‘선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득권 위치의 치과가 없기 때문에 진입 후 지역 내 주도권을 갖기 수월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처음’이란 것에는 언제나 리스크가 따른다.


신도시의 경우 충분히 ‘좋은 입지’로 예측된다고 할지라도 아직 결정되지 않은 주변의 상황과 새롭게 전개될 수 있는 여러 변수에 의해 ‘예측되지 않는 범위’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한 사업가가 신도시에 투자했다가 큰 낭패를 본 사례가 있다.


고급 여성 의류란 아이템을 가지고 모 백화점에 입점했는데, 개발 초기 단계였던 신도시 주변이 사실 저소득층의 특성이 있어 점포 운영에 필요한 수요를 기대할 수 없던 입지였던 것.


물론 치과의 경우 지역의 소득 관계와 무관한 측면이 있지만, 신도시는 주민들의 성향과 지역의 특성에 대한 파악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어떤 장소에, 어떤 수준으로, 몇 개의 치과가 개원할지에 대한 예측도 하기 어렵다.


모든 것들이 새롭게 형성되는 신도시의 혼란스러움에 따르는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이에 반해 구상권의 경우 이미 형성돼있는 지역의 특성을 꼼꼼히 파악하여 상대적으로 전략적인 입지 선정이 가능한 측면이 있다.


물론 이 말은 구상권 입지에 리스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예측 불가능한 특성을 보이는 신도시 입지의 리스크가 상대적이지만 좀 더 ‘파괴적’일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여러 번의 개원을 통해 충분한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신도시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조정해나갈 수 있다는 자기 확신이 분명한 경우에는 신도시 입지라고 해서 피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아직 그렇지 못한 경우라면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는 신도시 입지는 피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특히 첫 번째 개원이라면 그 결정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창업 전문가인 정연강 역시 ‘신도시 창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 바 있다.


“신도시 상권에서의 창업은 오히려 남들보다 늦게 뛰어드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수많은 인구의 유입이 있더라도 그들이 움직이고 소비하는 지점은 차차 정해지기 마련이다. 사람의 마음을 어찌 미리 알 수 있겠는가? 그들이 생활과 소비를 위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창업하는 것이 안정적이라는 얘기다.”


모든 것들이 처음인 신도시는 그 자체가 장점이자 단점이 된다. 기대와 리스크가 동시에 존재한다. 따라서 신도시라고 해서 무조건 피해야 할 입지는 아니다.


다만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툰 첫 번째 개원이라면 신도시 지역은 가급적 개원 후보지 리스트의 말미에 적어두면 어떨까.《범죄도시》란 영화의 그 노련했던 사업가에게도 ‘첫 거래’에는 보험이 필요했던 것처럼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장점의 자기화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