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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우 Dec 14. 2023

깐깐함이 브랜드가 될 수 있는 이유



가수 김종국의 아버지는 월남전에 참전한 직업군인으로 국가유공자로 알려져 있다. 방송에서 김종국이 말한 바에 따르면 김종국의 아버지는 근검절약의 대명사라고 할 정도로 유난한 절약정신을 가지고 계신다고 했다. 


두루마리 휴지는 한 칸 단위로 사용해야 하고, 한꺼번에 두 칸을 사용하면 혼이 났다고 한다. 심지어는 한여름에 대야 한 통으로 온 가족이 샤워를 할 정도였다고 한다. 


상당히 시스템적(?)이었는데, 아버지가 처음 샤워를 하고 나면 나머지 식구들이 차례로 그 물로 샤워를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물이 더러워지면 그 물은 변기물로 사용됐다고 한다. 충격적이었다. 


이런 아버지와 산다는 건 당연히 피곤한 일이다. 하지만 브랜딩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김종국의 아버지 직업이 무엇인가? 직업군인이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듯이 군대 조직의 핵심 키워드는 ‘관리’다. 


그런 측면에서 김종국의 아버지와 같은 에티튜드는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 개인적으로 꽤 유능한 직업군인으로서 인정받는 분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만일 김종국의 아버지가 소속된 부대에 실수 없이 꼼꼼히 책임지고 관리해야 할 중요한 업무가 새로 생겼다 치자. 업무 배정을 새롭게 해야 할 상황이 된 거다. 어떤 사람을 떠올릴까. 


김종국 아버지와 같은 에티튜드를 가진 군인을 떠올린다면 이상할까. 브랜드 가치란게 바로 이런 거다. 지독한 자린고비도 브랜드 콘셉트가 될 수 있다. 



꼽쟁이 구두쇠 부부란 민담이 있다. 내용을 보면, 꼽쟁이 할머니가 생선장수가 지나는 것을 보고는 생선 이것저것을 들었다 놨다 하며 살 것처럼 했다. 


그리곤 생선 비린내가 묻은 손을 냄비에 씻어내어 국을 끓여 먹었다는 것. 그런데 할아버지는 한 술을 더 떴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은 꼽쟁이 할아버지는 그 손을 동네 우물가에 씻었다면 동네 사람 전부가 먹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화를 냈다는 것이다.


구두쇠를 비난하자는 말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민담을 들으며 할머니의 아이디어에 감탄했고, 특히 할아버지의 대의적인 차원에서의 아이디어에는 탄복했다. 


브랜드 매니지먼트란 게 그런 거다. 개인의 약점을 대의적인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것.


이런 부분은 병원 원장님의 브랜드를 매니지먼트하는 데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개인적인 약점이라도 브랜드 콘셉트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는 핵심 가치가 될 수 있다. 


몇 차례 언급했지만, 강남에서 개원하는 원장님과 마케팅을 진행한 사례가 있다. 계약 첫날부터 무시무시한 푸시를 가했던 아주 깐깐한 캐릭터의 원장님이셨다. 


죄송한 얘기지만 그 바람에 오래 버티는 내부 직원들도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쉽지 않은 분이었다. 


사실 그런 깐깐한 캐릭터는 인터뷰 과정에서 들었다. 강남의 한 대형성형외과에서 재수술을 주로 해오셨는데, 그것을 주력으로 해오신 계기를 물으면서 그런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사실 전 좀 깐깐해요. 스태프들이나 동료 의사들과도 간간히 부딪치는 경우도 있고요. 하지만 그런 깐깐함이 수술실에서는 나쁘지 않더군요. 특히 더 철저하고 꼼꼼해야 하는 재수술의 경우 결과가 대부분 좋았어요.”


대답을 들으면서 ‘이거다!’란 생각이 들었다. 주변 사람들이 피곤해할 정도로 깐깐한 캐릭터라면 환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핵심가치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깐깐함이란 단어는 “빈틈이 없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완벽함이란 단어와 상당 부분 중첩된다.


그렇다면 2가지 질문을 해보자.    


• 착한 것은 좋은 것인가?

• 깐깐한 것은 나쁜 것인가?


이 지점에서 우리는 착한 것은 좋은 것이고, 깐깐한 것은 나쁜 것이라는 관습적 이해로부터 탈출해야 한다. 브랜딩이라는 관점에서 그런 캐릭터를 어떻게 대의적인 차원의 브랜드 콘셉트로 끌어올릴 것인가, 그것이 관건이다.  


착한 원장님 vs. 깐깐한 원장님


브랜딩이란 관점에서 보면 착한 원장님은 임팩트가 떨어진다. 착함보다는 깐깐함이 유용하다. 수술대 위에 자기 얼굴을 맡겨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라면, 깐깐한 성격으로 완벽을 추구하는 쪽이 훨씬 더 매력적이다. 


브랜드 콘셉트는 약점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더 임팩트 있다. 사람의 심리란 게 부족함 없는 완벽한 것에 대한 반사적인 거부감이 있다. 굳이 심리학적 근거를 들지 않아도 어디서든 발견할 수 있는 현상이다. 


이야기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완벽한 사람이 승승장구하는 이야기로는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을 수 없다. 오히려 결핍 있는 사람이 그 결핍을 극복해 가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마음은 흔들린다. 


앞서 예를 들었던 것처럼, 우사인 볼트의 완벽한 질주에는 눈물이 나지 않지만, 절뚝거리는 다리로 트랙을 완주한 선수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이유다. 


브랜드 콘셉트는 나의 약점을 드러내고 오히려 그것을 대의적인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이다. 그러면 강점이 된다. 그러면 환자의 마음을 흔들어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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