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내가 만났던 책들
자기계발서의 세계는 참 무궁무진합니다. 리더십부터 화술, 시간관리, 두뇌계발, 인간관계 그리고 힐링에 이르기까지 하위에 다양한 분야가 포함되지요. 삶의 질을 개선하려는 목적의 책은 웬만하면 자기계발서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에세이 못지않게 참 많이 담당했던 자기계발서의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나에게 자기계발서란?
제게 자기계발서는 ‘한 번쯤 돌아올 때가 됐는데’ 싶을 정도로 자주 맡았던 책이었습니다. 다른 분야의 책을 담당하고 있다가도 어느샌가 제 손에는 자기계발 원고가 들려 있었죠. 돌이켜보면 시중에 자기계발서가 많이 나와 있더라도 독자의 시선을 확 끄는 주제의 자기계발 원고를 소개받으면 출판사 입장에서 놓치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특히 국내 저자의 원고라면 국내 저자가 출간 이후 강연을 다니며 입소문을 내줄 수도 있으니까요.
자기계발서 특성상 자신의 경험, 특히 성공담을 녹여낼 수 있다 보니 출판사에 근무할 당시 국내 저자의 투고가 줄을 이었습니다. 예전에 브런치를 통해 말한 적이 있는데, 한때 많은 초보 작가가 다 같은 형식으로 투고 메일을 보내와서 서로 구분하기 힘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자기계발 투고도 거기서 벗어난 경우가 드물었죠. 알고 보니 몇몇 글쓰기 강의에서 투고 형식도 추천해주는 것 같더라고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추천받은 투고 형식을 따르더라도 원고의 장점을 살리는 쪽으로 변형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자기계발서와 얽힌 에피소드
저연차 때 초보 작가의 자기계발서를 종종 담당하던 시절, 원고마다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던 ‘신조어 같은’ 용어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주제를 설명하는 데 필요한 기본 용어, 즉 사전이나 뉴스에서 검색되는 말이 아니라 ‘이게 무슨 말이지? 요즘 나온 유행어인가?’ 싶은 말들이었죠. 분명히 작가들은 서로 다른데 원고마다 나오는 용어들은 비슷해서 기시감이 들 정도였습니다. 위험한 건 그럴싸한 용어들을 잔뜩 가져와 글을 이어가다 보니 작가의 경력이나 원고의 장점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자기계발서 외에도 종종 목격되는 현상인데, 어느 분야의 작가 지망생이 그 분야의 베스트셀러를 탐독하다 그 안에 생각이 갇혀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베스트셀러처럼 성공하고 싶은 나머지, 그 책의 특징을 자기 원고에 무의식적으로 투영하는 것이죠. 앞서 말한 ‘신조어 같은’ 용어들은 그 당시 자기계발 스테디셀러에 꼽히던 책들에서 유명 작가가 만들어낸 말이었습니다. 그런 사실을 발견할 때마다 ‘그 용어에 휘둘리지 말고 자기 경력을 살렸으면 훨씬 더 좋았을 텐데’ 하고 아쉬웠던 적이 많습니다.
자기계발서를 내고 싶다면
자기계발서의 목적은 누군가의 삶을 개선해주는 것이겠지만 우선 그에 앞서 ‘작가로서 무엇을 보여 줄 수 있을까?’를 깊이 고민해봐야 합니다. 다시 말해 커리어든, 글쓰기 실력이든, 아니면 소소한 취미든 남들에게 도움이 되면서도 나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방향이면 좋습니다. 특히 자기계발서는 호기심을 확 불러일으키는 ‘강렬한 문구’가 종종 필요한데, 나만의 장점을 찾아가다 보면 그에 대한 답도 쉽게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또한 다른 베스트셀러나 자료를 읽고 공부하는 것은 좋지만 집필하는 틈틈이 원고에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담겨 있지 않나 살펴보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