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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른히 Jan 03. 2022

신입 편집자가 알아두면 좋을 것들

미리미리 알아두면 평생 써먹는다

사실 편집 일은 출판사에 속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익힐 수 있다. 주변에서 출판사 근무 경력 없이 출판사를 차리고 편집자로서 활약하는 사람들을 종종 목격했다. 편집자에게는 흔한 자격증이 필요하지 않다. 출판사 입사를 위해 관련 자격증을 따놓으면 좋지만, 그것이 곧 편집자의 자격을 증명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출판사 편집자로 어느 정도 경력을 쌓아놓으면 여러 갈래의 길이 나타난다. 출판사에 계속 남을 것인지, 출판사를 차릴 것인지, 프리랜서로서 일할 것인지 등이다. 물론 이외에도 다양한 길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길이든 그동안 익힌 것들을 잘 써먹어야 한다.


그런데 편집자가 생각보다 바쁘다는 게 문제다. 편집자는 눈앞에 있는 원고들을 책으로 만들기에도 벅차다. 그 때문에 편집에만 치중하다 보면 훗날 자신의 힘으로 홀로 서야 할 때 난관에 봉착한다. 생각보다 편집자에게는 편집 외의 지식이 많이 필요하다. 그렇다, 내 얘기다.


교정 보는 속도만 무지무지하게 빠르던 시절. 나는 오로지 원고만 들여다봤고, 경력을 쌓고 이직했을 때 생각보다 아는 게 없다는 말을 들었다. ‘아직은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기기엔 정말 아는 게 없었다. 물론 지금도 아는 게 없어 허덕이고 있지만, 많은 신입 편집자가 나처럼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써보는 글.

※ 이 글은 모두 글쓴이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때에 따라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Photo by Brett Jordan on Unsplash


1. 디자이너에게서 인쇄 정보를 배우자

대부분 출판사에서는 디자이너가 알아서 척척 디자인을 마치고 인쇄를 넘긴다. 하지만 내근 디자이너, 즉 사무실에 근무하는 디자이너가 없다면 편집자가 인쇄 발주서를 작성하고 최종 파일을 인쇄소에 넘겨야 한다. 그전에 종이든 인쇄든 후가공이든 디자이너와 논의하고, 종이 발주도 마쳐야 한다.


디자인에 관해서는 훗날 프리랜서로 일하더라도 디자이너와 소통하면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인쇄는 특히 출판사에 소속되어 있지 않으면 제대로 배우기 어렵다. 외주 편집자가 인쇄소와 연락하는 일도 드물뿐더러 애초에 최종 교정을 마치고 보도자료를 쓰는 것으로 일이 끝난다.


물론 내근 디자이너가 없더라도 외주 디자이너가 있기 때문에, 인쇄 등에 대해 디자이너와 의논하면 된다. 하지만 기본 지식을 알아두어야 디자이너와 잘 소통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들을 알아둔다고 해서 매번 쓸모가 생기는 건 아니다. 그동안 해왔던 방식이 있는 만큼, 많은 출판사에서 “전에 했던 책대로 진행하면 돼요” 하고 싱겁게 논의가 끝날 수도 있다.


구태여 인쇄 관련한 것들을 달달 외울 필요는 없지만, 인쇄를 넘길 때마다 특이사항을 따로 메모해두고 궁금한 것은 주변에 물어보면 좋다. 특히 인쇄소나 제지사에서는 (유난히 바쁘지 않으면) 편집자의 문의에 잘 답해주는 편이다. 알아두면 언젠가 평소와 다른 책을 만들 때 도움이 된다.     


2. 마케터에게서 시장 반응과 홍보를 배우자

천생 문과인 나에게 온갖 숫자와 수치가 떠도는 마케터의 영역은 가끔 이해하기 버거울 정도다. 개인적으로 마케터는 디자이너보다 편집자에게 더욱 가까운 존재라고 생각한다. 편집자가 만든 책이 시장에서 어떠한 반응을 얻는지 즉각적으로 알려주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마케터가 영업과 홍보를 함께 맡는다고 가정하겠다. 유통에 관한 사항은 물론, 서점 이벤트부터 서점 MD의 반응까지 자주 물어보고 머릿속에 입력해두면 좋다. 특히 시장의 반응에 주목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판매지수와 마케터가 느낀 독자의 반응은 종종 일치하지 않는다. 시장의 반응은 이후 같은 분야에서 책을 또 낼 경우에도 도움이 되지만, 특히 원고 검토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다.


SNS 홍보 같은 경우에도 편집자가 쓴 홍보 문구와 마케터가 쓴 홍보 문구에 살짝 차이가 난다. 마케터의 홍보 문구를 눈여겨보면 책을 파는 입장에서 무엇에 중점을 두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를 잘 응용하면 홍보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3. 작가에게서 인기 도서의 경향을 배우자

(모두 그렇지는 않겠지만) 국내 작가의 원고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그중 하나가 해당 분야의 인기 도서에서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대놓고 그 책을 추천하기도 하고, 책 속 표현이나 신조어를 다수 가져오기도 한다. 그 책의 작가처럼 성공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러한 경향은 경제경영이나 자기계발 분야에서 짙은 편이다.


신입 시절에는 이러한 것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건너뛰었다. 몇몇 표현을 그저 유행하는 말로 여겼지만, 거기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이 숨어 있었다. 인기 도서를 좋아하는 작가만큼, 그 책에 영향을 받은 독자는 더욱 많았다. 그리고 판매지수가 낮아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던 책이 그 분야에서 손꼽히는 책이기도 했다. 또한 해당 분야를 주름잡는 만큼 인기 도서가 그 분야의 기준점이 되어가는 듯했다.


바쁘게 살아가는 편집자에게 작가의 원고 속 힌트는 꽤 매력적이다. 인기 도서가 해당 독자층에 얼마큼 관심을 불러일으켰는지를 알면, 편집은 물론 홍보에 큰 도움이 된다. 비록 내 경험에 불과하지만, 인기 도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독창성을 발휘해야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었던 것 같다.



커버 사진: Photo by Kelly Sikkem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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