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지

계절을 아는 사람

by SeoulElectricImages

“철지.”

나는 제철을 아는 사람이다.


봄엔 냉이, 여름엔 수박,

가을엔 밤, 겨울엔 군고구마.

그냥··· 그게 제일 맛있더라.


냉이 된장국에 봄이 퍼진다.

개나리가 먼저 웃고, 나도 따라 웃었다.

괜히 설레는 기분, 말 안 해도 알겠더라.

그런 날, 있잖아.

아무 이유 없이 그냥 괜찮은 날.


수박 반 통을 퍼먹는 여름.

냉면 한 사발로 짜증도 녹는다.

덥다고 짜증내지 마.

열매가 익고 있는 중이야.

그건 아직 덜 달 뿐이지,

시간이 지나면 제맛이 나.


군밤 하나에 하루가 근사해진다.

은행잎처럼 내 마음도 툭 떨어진다.

근데 그런 끝도 나쁘지 않아.

괜히 감미로운 맛이 나더라.

쓸쓸함도, 잘 익으면 단맛이 돼.


겨울엔 군고구마지.

손 데이며 까먹는 그 맛.

따끈한 오뎅 국물 한 입,

그리고 네 옆자리.

춥다고 다 나쁜 건 아니야.

사람은 그런 계절을 지나야 따뜻해지니까.


제철 음식은 말이야,

억지로 먹는 게 아니야.

때가 되면,

그땐 그냥 진짜 맛있어.


삶도 그렇지.

억지로 익히려 하면 타버리고,

기다리면 자연스레 익어간다.


나는 계절을 알아.

지금 이 감정은 딱 제철이야.

조금 쌀쌀해서 움츠려들겠지만,

지금은 군밤이 맛있어.


사람도 제철이 있다.

익는 시기가 다를 뿐,

모두 자기만의 맛을 내는 계절이 온다.

지금이 어떤 계절이든 —

그건 누군가에게 가장 좋은 계절이야.

그걸 아는 게, 철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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