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다리 ‘기(夔)’

생물이란것의 감사

by SeoulElectricImages

새벽에 택시를 탔다.

회사에서 늦게까지 야근을 하고 나서였다.


택시 기사님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장자 이야기를 해주셨다.


장자에는 ‘기(夔)’라는 동물이 나온다.

다리가 하나밖에 없는 괴상한 녀석이다.


‘기’는 다리가 백 개나 되는 지네를 부러워했다.

지네는 다리 하나 없이 미끄러지듯 다니는 뱀을 부러워했다.

뱀은 형체 없이 세상을 떠도는 바람을 부러워했고,

바람은 제자리에 앉아 세상을 보는 눈을 부러워했다.

눈은 모든 것을 넘나드는 마음을 부러워했다.


그런데 —

마음은 다리가 하나뿐인 ‘기’를 부러워했다.


몸이 없는 마음이 부러워하는 건,

결국 살아서 움직일 수 있는 존재였다.


그건 교훈이 아니라 진리였다.

보고, 듣고, 만지고, 맛볼 수 있는 지금 —

그게 이미 축복이었다.


예전엔 스티브 잡스를 부러워했다.

하지만 지금은 하나도 부럽지 않다.

나는 살아 있다.

그게 전부다.

그게 기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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