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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니 Sep 04. 2023

직업의 자동화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자동화 위험도 추정 연구물들을 중심으로 

‘일자리 대거 소멸’, ‘AI 시대, 사라질 직업들, 불안정 노동의 시대’ 이런 식의 기사나 뉴스 등을 한 번쯤 접해봤을 것이다. 미국 일자리의 47%가 자동화 고위험군에 속해있다는 결과를 제시한 프레리와 오스본(Frey & Osborn, 2013)의 연구가 발표된 이후, 해당 직업의 자동화 위험도와 관련한 예견과 추측을 다양한 매체에서 소개하기 바빴다. 연구 결과보다 다소 과격한 헤드라인으로 표현된 면이 있지만, 미래 사회 인간의 일자리의 지각 변동에 대한 내용은 한동안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고, 여전히 그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 


매체를 통해서 접했던 인간의 일자리 자동화는 이제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도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키오스크, 서빙 로봇, 챗봇 등의 활용은 우리의 일상이 되었고, 무인 매장, 무인 단말기, 무인 배달 등의 ‘무인’의 운영 및 활용은 점차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더불어 기업들은 AI, 로봇, 기계 등을 적극 활용할 계획을 밝히며 인력 감축을 예고하고 있다. 맥도널드는 매출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직원을 감축하기로 결정했는데, 드라이브스루와 키오스크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IBM은 5년 내로 7천800명의 일자리를 AI로 대체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제 일자리의 자동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고, 머지않아 우리에게 닥칠 일처럼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정말 인간의 일자리는 대부분 기계가 대체하게 되는 것일까? 


이와 관련하여, 이 글에서는 자동화와 관련한 다양한 연구들을 소개하고, 인간 일자리 소멸이라는 거대한 우려에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1) 자동화 위험도 산출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가? 

먼저, 자동화 위험도는 어떻게 산출되는지, 그 방식에 따라 결괏값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자. 프레리와 오스본(Frey & Osborn, 2013)은 기술발전에 의해 대체되지 않을 직업은 지각 및 조작, 사회적 스킬, 창의적 스킬로 구성된다고 정의하고(각주 1) , O*NET(각주 2)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러한 특성에 따른 직업별 자동화 위험도를 산출해 냈다. 이 같은 연구로 미국 직업의 47%가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하였다. 직업의 자동화 위험도를 산출해 낸 것 자체로 큰 평가를 받는 이 연구는 다소 과격한 수치를 제시했다는 한계를 지니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의 노동력이 꼭 필요한 과업이 무엇인지를 밝혀내어 이를 자동화 위험도 산출에 적용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에는 해당 연구의 한계를 보완하는 연구들이 진행되었다. 안츠 외 2인(Arntz et al, 2016)은 하나의 직업은 다수의 과업으로 구성되었으나, 프레리와 오스본은 이러한 점을 간과하고 직업 단위로 자동화 위험을 도출함으로써 상당히 급진적인 전망을 제시하였음을 주장했다. 즉, 프레리와 오스본이 채택한 직업단위의 자동화 위험 예측이 아니라, 직업을 구성하는 과업단위로 자동화 위험도를 예측해야 하며 실제로 동일한 직종 내에서도 근로자가 수행하는 과업이 다를 수 있다는 점(Autor & Handel, 2013)을 고려하여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미국 근로자 중 9%가 기술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고는 전망이 도출됨으로써 프레리와 오스본에 비하여 상당히 완화된 수치를 제시하였다. 이후 네델코스카와 퀸티니(Nedelkoska & Quintini ,2018)는 안츠 외 2인을 따라 과업 단위에 근거하여 자동화 위험도를 예측하였는데, 이들은 전체 근로자의 14%가 자동화 고위험군에 속하고, 32%는 중위험군에 속한다고 제시하였다. 


여기까지의 연구들을 보면, 프레리와 오스본의 연구들보다는 다소 완화된 수치들을 제시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를 통해서 매체에서 가장 많이 소개되었던 프레리와 오스본의 연구의 결과가 다소 과장되었다고 유추할 수 있다. 한편, 국내 노동시장의 고위험군 일자리 비중을 분석한 김세움(2015)과 이시균 외(2018)에서는 국내 일자리의 50% 이상의 일자리가 자동화 위험도가 높다는 전망을 제시함으로써 국내 직업의 자동화 위험도가 상당히 심각함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해당 국내 연구는 프레리와 오스본의 연구를 국내에 적용하여 산출해 내었기에, 개인적으로는 다소 과대추정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2) 직업의 자동화 위험도는 현재만의 일이 아니다?

기계파괴운동이라도 불리는 ‘러다이트 운동’을 학창 시절에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1810년대 영국에서 일어났던 사회현상으로 방직기가 근로자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데에 분노한 근로자들이 벌였던 운동이었다. 방직 기계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 해당 산업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빼앗긴다는 두려움을 느껴, 기계를 파괴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직조, 직물 과정에서 기계는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고, 관련 산업과 관련 일자리는 더 많아졌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이 손으로 하던 일은 사라졌지만, 의류 산업, 패션 산업 등은 그 모습을 더욱 확장했고, 관련한 일자리는 더욱 다양해졌다. 옷을 하나 만들어서 파는 과정을 생각해 보면, 디자인, 생산, 유통, 마케팅 등 1800년대와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그 과정이 복잡해짐에 따라 인간이 개입해서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물장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 물장수라는 직업은 사라졌지만, 정수기, 생수, 수돗물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는 물을 공급받고 있다. 더불어 물장수 시절에는 생각지도 못한 관련한 직업들이 생겨났다. 정수기와 생수의 경우 관련 산업 자체가 크게 성장했을 뿐 아니라, ‘코디네이터’라는 이름으로 정수기가 있는 곳곳마다 물을 관리해 주는 직업이 생겼다. 수돗물은 나라에서 관리하는 공사가 따로 설립되어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물 전체를 관리하고 정수 및 하수 처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그와 관련된 직업은 매우 다양해졌다. 


이처럼,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한다고 해서 해당 속성의 일이 사라지기란 쉽지 않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과거나 현재나 비슷하고 그와 관련한 욕구와 필요를 해결하기 위한 일들 또한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기술이 어디까지 발달할 수 있을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지만,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을 기계가 모두 대체하지는 못했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겼던 영역이 점차 축소되기도 했지만, 반대로 기술의 발달과 관련해서 새로 생기는 직업들과 발전하는 산업들로 인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을 발견해 왔다는 편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가까이에서 생성된 직업을 찾아보자면, 다양한 플랫폼의 발달로 스트리머, 유튜버 등의 직업이 생성되었고 그와 관련한 콘텐츠 기획자, 편집자 등의 직업 세계도 확장되었다. 드론 산업의 발달로 드론 택시 운전기사, 드론 촬영 전문가 등도 생겨났으며, 드론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산업 관련 종사자도 늘고 있는 추세다. 과거에 컴퓨터의 등장으로 인간이 처리해야 하는 과업이 축소되고 많은 것들을 컴퓨터가 할 수 있으리라 예상했으나, 오히려 인간의 일들은 더 복잡해지고 정교화되었던 것처럼 지금도 비슷한 역사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이 해왔던 일과 과업의 일부는 기계가 대신하고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는 있겠으나, 일 전체를 대체하기란 쉽지 않다.


3) 과거에도 지금도 계속되는 직업의 자동화에 우리는 왜 주목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일의 자동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미래의 직업세계는 자동화로 인해 많은 부분이 변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동화로 인해 사라지는 직업도 있고, 과업의 상당 부분이 자동화 대체되어 근로자가 수행하는 과업의 범위가 좁아질 수도 있고, 새로 생겨나는 직업도 있을 수 있다. 당장 일이 자동화로 대체되거나 변하는 부분은 미비하겠지만, 미래의 직업인이 될 청소년기의 아이들과 은퇴까지의 시점이 많이 남은 청년층이 마주할 직업 세계는 앞으로 점진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이에 진로 교육 차원에서 미래의 직업세계에 대한 안내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서 청소년층과 청년층들이 미래의 일자리 지형의 변화에 주목하게 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인공지능에 의한 자동화 위험이 가장 높은 직업은 통신 서비스 판매원, 텔레마케터 등이며, 관세사, 회계사, 세무사 등이며, 알고리즘에 의해 정형화(루틴화)가 가능한 과업이 많은 직업들은 비교적 자동화 위험이 높은 편에 속한다. 자동화 위험도가 낮은 직업들은 대체로 사람과의 상호작용, 창의성 등이 요구되는 과업이 많은 직업들이며, 교육 전문가, 성직자, 의사 결정권을 가진 직업들과 공학 기술자 및 연구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과업이 대체될 위험이 큰 직업군을 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동화 중위험군 이상에 속하는 직업들의 경우, 재숙련화와 숙련고도화 등을 통해서 자동화가 되지 못하는 새로운 과업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즉, 같은 직업에 종사하더라도 과업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기술 습득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처럼 재숙련화와 숙련 고도화로 해결될 수 있는 직업도 있겠지만, 아예 사라질 수 있는 직업도 있을 수 있기에 직업의 소멸과 생성 그 전망에 대한 귀추에 주목하여 직업을 선택하고 준비해야겠다.    





(각주 1) 지각 및 조작은 아주 작은 물체를 잡거나 조작하는 등의 두 손의 능력을 말하며, 사회적 스킬은 설득, 협상, 다른 사람의 반응 인식 및 이해, 타인에게 정서적 지원 제공 등을 의미하며, 창의적 스킬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거나 문제해결을 위한 창의적 발상, 예술적 작품, 작곡, 공연 등에 필요한 이론 및 기술에 대한 지식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각주 2) O*NET은 1,100여 개 주요 직업의 작업 특성, 자격 요건, 필요한 지식, 능력, 스킬(KSA), 교육훈련에 관한 정보, 임금과 고용 등 노동시장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미국의 정보 네트워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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