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탐험과 여행 사이
옐로스톤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끓고 있는 온천들과 그랜드 프리스매틱 스프링(Grand Prismatic Spring) 같은 화산지대일 것이다. 하지만 사실 옐로스톤 국립공원에는 폭포도 있고 거대한 호수도 존재한다. 옐로스톤 레이크(Yellowstone Lake)를 처음 보았을 때, 바람이 불 때마다 일렁이는 작은 파도와 모래사장 때문에 바다 같았다. 색이 화려하고 역동적인 화산지대를 보다가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니 눈과 귀가 잠시 휴식하는 느낌이었다. 모래에 부딪히는 물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고요한 곳이었다.
차가운 옐로스톤 레이크
옐로스톤 레이크는 해발 2,357미터에 위치하고 있다. 이는 북미에서 고도가 높은 곳에 위치한 호수 중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길이는 약 32.2 킬로미터에 달하고 너비 또한 22.5 킬로미터로 해안선 길이만 227km라고 한다. 표면적은 무려 342 제곱 킬로미터라고 한다.
옐로스톤 레이크는 매년 12월 말부터 1월 초까진 완전히 얼어버린다고 한다. 얼음 두께는 수 인치에서부터 60센티미터까지 될 수 있다고 한다. 호수는 보통 5월 말에서 6월 초부터 얼음이 녹기 시작하고 일 년 내내 차갑다고 한다. 평균 수온이 섭씨 약 5도 정도 된다고 한다. 물이 매우 차갑기 때문에 이곳에서 수영하는 건 권장되지 않는다고 한다. 참고로 이 수온에서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은 불과 20-30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이 호수에는 북미에서 야생 송어(wild cutthroat trout)의 개체수가 가장 많다고 한다.
호수 바닥은 어떻게 생겼을까?
옐로스톤 레이크에 있는 물을 다 빼버리면 어떤 모습이 남을까? 물이 없는 이 호수의 모습은 옐로스톤에서 볼 수 있는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간헐천(geysers)과 온천(hot spring), 깊은 협곡들이 그대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옐로스톤 호수 아래의 지질구조가 어떤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었다. 1996년 연구자들은 탐사를 통해 Bridge Bay의 바닥에서 이상현상이 발생하는 걸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수중원격조종차량(ROV)에 장비를 장착해 탐사에 나섰다. 마침내 과학자들은 음파 탐지기에 매우 크고 첨탑 같은 구조물이 나타나는 것을 보게 됐다. 이 구조물은 주로 대서양 중앙해령 같은 심해 지역에서 주로 발견되는 열수 구조물과 비슷해 보였다. 이 구조물은 담수에 사는 해면(fresh-water sponge)이나 조류(algae) 같은 수생 동물의 서식지를 제공한다.
1999년부터 2007년까지는 미국지질조사국(USGS)과 민간 기업의 연구자들이 여러 고급장비를 통해 옐로스톤 레이크의 바닥을 더 자세히 조사하게 됐다. 이 조사에 따르면 호수의 북쪽 절반은 65만 년 된 옐로스톤 칼데라 내부에 위치해 있으며 이전에는 발견되지 않았던 거대한 열수 폭발 분화구와 규산질의 첨탑, 수백 개의 열수 분출구 등을 지도화할 수 있었다. 이밖에도 이전에 알지 못했던 젊은 단층이나 산사태 퇴적물, 물에 잠긴 오래된 호수 해안선을 발견했다. 이러한 지형은 칼데라를 채운 유문암질 용암이 흐르면서 만든 울퉁불퉁한 지형의 일부이다.
호수의 남쪽 절반은 칼데라 밖에 위치해 있었는데 빙하와 같은 다른 프로세스를 통해 형성된 것으로 보였다. 남동쪽 부근 바닥에는 빙하로 인해 발생한 지질학적 특징들이 발견됐다. 이 지질조사를 통해 연구자들은 옐로스톤 레이크를 형성하는 지질학적 과정에 대해 더 정확히 알게 됐고 오늘날 수중 생물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됐다고 한다.
지도에서 왼쪽부근에 위치한 웨스트 썸(West Thumb) 지역에서는 수중 간헐천과 온천, 분기공(fumaroles) 등이 발견됐다고 한다. 위에 보이는 사진은 옐로스톤 레이크의 웨스트 썸 유역에서 수심 53m 깊이에 있는 열수 분출공을 찍은 것이다. 온도는 섭씨 141도 정도라고 하는데 이 분출구에서는 염화물이 풍부한 열수가 호수 바닥의 퇴적물을 통해 분출되고 있다고 한다.
이 연구팀은 또한 옐로스톤 호수환경이 태평양 중앙해령(mid-ocean ridge)의 열수 분출구 환경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영양분과 미네랄이 풍부한 열수분출구는 박테리아 매트(bacterial mat), 해면동물(sponges), 지렁이류(earthworms)의 생명활동을 가능하게 해 준다.
참고로 중앙해령은 지각판이 갈라지며 새로운 해양지각이 만들어지는 발산형 경계(divergent plate boundaries)를 따라 발생한다. 지각판이 갈라지면서 그 아래 녹아있는 암석들이 해저로 상승하면서 엄청난 현무암질 화산의 분출을 만들어낸다. 판이 갈라지는 속도는 해령의 모양에 영향을 미친다. 판이 천천히 갈라지면 가파르고 불규칙한 지형을 만들어내는 반면 판이 빠르게 갈라지면 더 완만하고 넓은 지형을 만들어 낸다.
대표적인 중앙해령으로는 '대서양 중앙해령'과 '태평양 중앙해령'이 있다. 대서양 중앙해령은 대서양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으며 연간 2-5cm의 속도로 천천히 퍼져나가며 깊은 골짜기인 열곡(rift valley)을 만드는데 그 깊이와 너비가 그랜드 캐년와 맞먹는다고 한다. 반면 태평양 중앙해령은 연간 6-16cm의 속도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빠른 확산속도로 인해 이곳에는 중앙해령과 같은 열곡은 만들어지지 않고 매끄러운 화산으로 이뤄진 능선이 존재하는데 그 정상부근을 따라 작은 골짜기가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다시 옐로스톤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옐로스톤 국립공원 아래 8km 깊이에는 여전히 부분적으로 녹은 암석들이 존재한다. 이 열로 인해 그 위에 있는 지형이 블룩 하게 융기되어 있다고 한다. 아래 그림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사워 크릭 돔(Sour Creek Dome)과 말라드 레이크 돔(Mallard Lake Dome)이 그 주인공이다.
사워 크릭 돔은 칼데라의 북동쪽 근처에 위치해 있고 말라드 레이크 돔은 올드 페이스풀 근처에 위치해 있다. 1923년에서 1985년 사이 사워 크릭 돔은 서서히 융기했는데 1986년 이후 그 상승세가 주춤했지만 이 때문에 옐로스톤 호수가 남쪽으로 점점 기울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북쪽 호수에서는 입자가 더 큰 모래 해변을 발견할 수 있고 남쪽 호수에서는 홍수가 발생한 지역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눈으로 보았을 땐 단순한 호수처럼 보였는데 그 속을 들여다볼수록 흥미로운 지형이 아닐 수가 없다.
옐로스톤 호수, 기후변화에 맞서 싸우는 중
이 호수의 놀라운 비밀은 또 있다. 지난 100년간의 기후변화에도 그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이 호수는 지난 100년간 지구의 다른 지역들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피해 가지 못한 것과 달리 그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왜냐하면 지난 세기동안 주변 지역의 기온이 점차 상승했음에도, 이 호수가 얼음으로 덮여있는 기간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전 세계의 대부분의 호수는 얼음이 덮고 있는 기간이 점차 짧아지고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호수는 환경변화의 파수꾼과 같은 역할을 하는데 이 때문에 기온이 높아질수록 호수는 천천히 얼고 빨리 녹는 경향성을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옐로스톤 호수만은 예외라고 한다. 이에 연구진들은 옐로스톤의 호수가 기후변화에 저항하고 있는 듯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지난 1927년부터 2022년까지 호수의 결빙된 현상을 조사해 북유럽에 위치한 옐로스톤과 유사한 호수 7개와 비교했다. 일반적으로 호수는 12월 말부터 5월까지 얼음으로 덮여있는데 이 경향성은 1950년 이후 옐로스톤 주변이 섭씨 1도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세기 동안 놀라울 정도로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었다고 한다. 반면 북유럽의 다른 호수들은 이와 같은 일관성을 갖지 못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옐로스톤 호수의 이러한 경향성은 북반구에 위치한 유사한 호수들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옐로스톤 호수는 왜 기후변화로부터 무적인 걸까?
연구팀은 호수의 비밀로 강설량의 증가를 꼽았다. 이는 기온 급등을 막는 방패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가을과 봄의 강설량 증가가 주변 온도 증가의 완충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얼음층이 두꺼워지면 얼음을 녹이는데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가을에 눈이 더 빨리 쌓이고 봄에 추가로 눈이 더 쌓이면서 호수는 더 두꺼운 얼음층을 만들 수 있었고 이는 대기의 온도상승에 저항할 수 있게 해 줬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기후를 예측한 바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인해 록키산맥의 가을과 봄엔 눈 대신 비가 내리는 경향성이 지속되고 있는데 이는 옐로스톤 호수의 얼음유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연구진들에 따르면 호수 얼음의 일관된 경향성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생길 수 있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가 곧 다가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변화는 옐로스톤에 영향을 미쳐 호수 전체의 생태계에도 혼란을 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한다. 이는 즉 현재 우리가 옐로스톤에서 즐길 수 있는 낚시나 카약 같은 레크리에이션 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잔잔해 보이는 물결을 간직한 겉모습과 달리 옐로스톤 호수는 생각보다 강인하고 꿋꿋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같다. 부디 기후변화에 계속 저항해 지금과 같은 모습을 오랫동안 간직했음 하는 바람이다. 언젠가 다시 이곳에 방문했을 때 여긴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