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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야 May 18. 2023

싱가포르, 꼭 한 번 살아보고 싶은 나라

싱가포르 9년 생활을 정리하며


"D-42", 핸드폰 액정에 표시된 싱가포르를 떠나기 까진 남은 시간이다.

성인이 된 후의 인생에서 절반에 가까운 시간인 무려 9년을 살았던 내 삶의 터전인 싱가포르를 떠날 날이 이제 한 달이 조금 넘은 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 싱가포르란 나라에 한눈에 반해 대학 졸업식을 앞두고 연고도 없는 이곳에 무작정 날아왔지만, 운이 좋게도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에 취업을 했다. 9년이란 시간을 보내며 다양한 커리어를 쌓았고, 무엇보다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와 소중한 친구들도 만나게 해 준 고마운 나라이다. 내 인생의 싱가포르 chapter를 정리하며 그동안의 감사한 시간을 글로 남기고자 한다.  



싱가포르와의 첫 만남


공항문을 나오자 후끈한 열기가 온몸을 덮쳤다. 5분도 지나지 않아 머리와 온몸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작렬하는 태양과 열대우림 같이 우거진 숲을 보며 적도의 나라 싱가포르에 왔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싱가포르와의 첫 인연은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대학교 4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북경에서 1년 간의 어학연수 기간 중 만나 둘도 없는 베스트 프랜드가 된 M과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M은 태국인인데 중국인인 할아버지가 태국으로 이민을 가셔서 태국인이 된 중국계 화교이다. M이 중국어를 배우길 원하는 아버지에 의해 반 강제로 1년간 중국에 어학연수를 와 있었다. 얼굴이 하얗고 체구가 작아 얼핏 보면 중학생 같아 보이는, 해맑고 순수한 친구이다. 항상 들고 다니는 전자사전 없이는 중국어 한 마디 제대로 하기 힘든 시절, 같은 기숙사에 지내며 알게 되었다.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절친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깨닫게 해 준 친구다.


나는 그 당시 한창 인도의 문화와 힌두교에 빠져있어 인도를 가고 싶어 했다. 인도를 직접 느끼고 손으로 카레도 먹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M은 여자 둘이 여행하기에 인도는 위험하다며 적극 반대했다. M은 인도의 붐비는 기차역, 사람들과 소로 뒤엉킨 정신없는 거리 등을 보여주며 나를 단념시키려 했다. "싱가포르에 가면 인도 사람들이 모여 사는 ‘리틀 인디아’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 가면 인도 사람들로 가득한 거리와 힌두교 사원들이 있고 손으로 카레도 먹을 수 있어"

싱가포르? 당시 싱가포르에 대한 인상은 껌을 씹는 게 불법이고, 곤장을 때리는 태형이 존재하는 법이 엄격한 재미없는 나라였다. 하지만 어느 나라를 가느냐보다 M과 함께 해외로 여행을 한다는 것에 더 의미가 있었기 때문에, M이 가고 싶어 하는 싱가포르로 떠나기로 한다.



싱가포르에서 언젠가 꼭 한 번 살아보고 싶다


리틀 인디아에서 힌두 사원을 방문하고, 바나나 잎에 나오는 카레를 손으로 먹는다. 그 옆에 차이나타운에 가서 중국 사원을 구경하고, 이슬라 사원이 있는 아랍 스트리트에 가서 독특한 아랍의 문화를 느껴본다.


싱가포르 인구 분포는  약 75%가 중국계, 나머지 25%는 말레이계, 인도계, 그리고 다양한 이민자 그룹과 외국인으로 구성된다. 우리나라의 부산과 비슷한 면적에 차이나 타운, 리틀 인디아, 아랍 스트리트 등 완전히 다른 문화들이 공존하고 있다. 이런 점이 해외의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싶었던 나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맑은 하늘, 화창한 날씨, 울창한 숲, 정돈되고 깨끗한 도시, 화려한 야경, 더구나 길치인 나에게 단순한 지하철 노선과 싱가포르의 거리는 큰 도움이 되었다. 배를 타고 마리나 베이 만을 가로르며 건축을 완성하고 그랜드 오프닝을 앞두고 있는 화려한 '마리나 베이 샌즈'았다. ‘언젠가 저 안에서 일하게 되는 날이 오면 좋겠다'.  나도 모르게 그 안에서 일하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이때만 해도 이 바람이 그 다음 해에 현실로 이루어질지는 몰랐다. 그렇게 나는 5박 6일의 여행동안 싱가포르에 완전히 반해 버렸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나의 싱가포르 앓이는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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