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기와 여백은 덤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
소설 읽다 잠들어 새벽에 발견한 밑줄처럼
간결하고 촘촘하지만 바람이 지나다니는 집
껍데기를 매달아 죽음을 볕에 태우는
파티 말고 애도가 한창 진행 중인 곳
거꾸로 매달려도 떨어지지 않는 그 집은
욕심이 하루만큼이라서
어떤 글을 써도 아침이면 빈칸으로 인쇄된다
이슬 속에 태양이 맺혀 문패가 필요 없고
거울은 더더욱 쓸모없는
주소가 아카시아 줄기와 콘크리트 벽 사이쯤으로 전해지는
이런 집이라면
빈 몸으로 매달려 흔들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