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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a Jul 22. 2024

2024년 7월 22일 산책일기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기 위해




2024년 7월 22일


웅밍이는 우비 입는 걸 싫어한다. 내가 실수로 문간에 걸린 우비를 만지기만 해도 도망간다.

나도 그걸 잘 알아서 폭우가 쏟아지는 날 아니면 잘 입히지 않는데, 요 근래는 어쩔 수가 없었다. 처음 나갈 때는 산책 아닌척 몰래 잡아서 입혔는데 두번째 산책을 나가려고 할때는 감이 왔는지 나가자는데 슬슬 눈치를 보더니 아예 숨어서 불러도 나오질 않았다. 내가 가까이 가면 귀신이라도 본듯 으르릉거리면서 달아났다. 사실 두번째 나갈땐 비가 그쳐서 우비를 입힐 생각이 없었는데.

처음엔 '아유 저 바보! 그냥 산책 가자는 거야 산책!'하고 짜증을 냈는데, 생각해 보니 웅밍이는 자신이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기위해 제일 좋아하는 것을 포기한 거였다.

어떻게 보면 그것도 선택인데. 그것도 아주 고차원적인 선택.

그래, 그렇게 치자면 행복은 좋아하는 걸 하는 것에만 있는 건 아니야. 싫어하는 걸 철저히 피하는 것에도 있지. 나역시 나를 불쾌하게 하는 것을 하지 않은 것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니까.

우리 개가 나를 닮은 건가, 아니면 닮은 애들끼리 운명적으로 만난걸까?


+ 그치만 나는 웅밍이에게 주기적인 배변을 시켜야할 의무가 있는 보호자이므로  선택을 철저히 무시하고 잡아서 나갔다. ㅋㅋ



아 짜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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