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 27.
돌로미티-카레짜 호수
지난 추석 가족여행을 다녀온 동료 선생님 덕분에
듣고 또 들어 너무 아름다운 곳, 꼭 가봐야 할 곳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유리알처럼 맑은 카레짜 호수 위로 라테마르 산맥이 비춰 데칼코마니를 이룬다는,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봤던 그 풍경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베로나 출발 당시 7~ 8도씨였던 기온이 영하 4 ~5도로 순식간에 내려가고 점점 눈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온통 눈이 뒤덮여 뽀로로에서나 보던 마을 풍경이 펼쳐진다. 삼나무를 두텁게 내리 덮은 눈들과 햇빛에 비쳐 반짝이는 눈의 결정들이 온 사방을 에워싸는 경이로움을 만끽하며 해발 1520m 카레짜 호수 주차장에 이르렀다.
장감과 목도리를 챙기고 , 옷을 단단히 있고,
난생처음 보는 거대한 설경에 감탄을 연거푸
하면서도... 사실 한편으로는 '설마.....' 하는 마음이 있었다. '유리알처럼 맑은 호수에 비친 뾰족 뾰족 솟은 석회암 바위산의 데칼로마니'는 두터운 눈에 덮여 눈밭이 되어 있었다.
당연하지. 이렇게 추운 겨울인데 호수가 얼었을 것이고, 이렇게 눈이 왔는데 그 위에 덮였을 것이고' 너무나 자명한, 추측 가능한 사실 아닌가? 그런데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은 직면할 때까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법이다.
잠시 나의 어리석은 기대에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뭐 어쩌겠나? 호수는 얼었고, 눈 밑에 존재하는 것을. 쬐끔 아쉽긴 하지만, 이런 설경은 또 언제
보겠는가!
아이들은 어린 시절 눈이 오면 동네 똥강아지마냥 신나 하던 때처럼 하얀 눈밭을 뛰고, 눈을 던지고, 깊은 눈밭을 밟고 한다. 깃털처럼 자라 오른 눈의 결정도 관찰하고, 미끄러짐을 빙자한 미끄럼을 타기도 한다. 서로의 사춘기 때문에 잊었던 함께 놀던 동심을 다시금 꺼내든 듯 깔깔거리며 함께 노는 모습이 참 흐뭇하다.
여행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 그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 그것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는 곳. 예상치 못한 문제와 맞닥뜨리는 곳. 그것에 순응하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것을 함께해서 더 즐겁고 의미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