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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ram Sep 24. 2022

가난한다고
꿈의 크기가 작아야 할까

위다, <플랜더스의 개>


벨기에 안트베르펜에 가보고 싶다. 재인아, 엄마는 <플랜더스의 개>를 읽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어. 지금은 앤트워프라고 불리는 벨기에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란다. 그곳이 어떤 곳이었고, 엄마가 왜 그곳에 가고 싶어 했는지는 지금부터 천천히 알려줄게. 


<플랜더스의 개>는 주인공 넬로와 넬로가 키우는 개, 파트라슈에 대한 이야기야. 넬로는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어. 원래는 할아버지와 넬로, 둘이서 누추한 오두막에서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었지. 그러다 주인에게 학대당한 채 버려진 개를 발견해. 개를 키울 형편은 아니었을 거야. 게다가 죽어가는 개라니... 생활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게 뻔한데도 할아버지와 넬로는 개를 구해주고 지극정성으로 돌봐주지. 결국 개는 건강을 되찾았고, 이름을 파트라슈라고 지어주었어. 파트라슈도 넬로와 할아버지의 정성을 알고 있는지 우유통 수레를  병약한 할아버지 대신 자신이 끌겠다고 하지.


할아버지는 날로 달로 건강이 안 좋아져 갔고, 넬로는 파트라슈와 함께 작은 수레에 우유통을 싣어 배달하며 힘겹게 살아갔지. 밥을 굶기 일쑤였던 찢어지게 가난한 삶이었어. 

그런 넬로에게도 꿈이 있었어. 하나는 안트베르펜 대성당에 있는 루벤스의 그림을 보는 것, 다른 하나는 화가가 되고 싶은 꿈이었지. 하지만 둘 다 그리 이루기 쉬운 꿈은 아니었어.

당시 안트베르펜 대성당의 루벤스 그림은 커텐으로 가려져 있어서 돈을 내야만 볼 수 있었대. 딱 하루, 성탄절 날을 제외하면 말이야. 넬로는 당장 먹을 것도 없는데 돈을 주고 그림을 볼 방법은 없었지. 하지만 언제나 그 재단화를 보고 싶다는 마음의 소망은 버리지 않았어. ‘나처럼 가난한 아이가 어떻게 보겠어’ 좌절하지 않고 계속 꿈꿨지.

화가의 꿈도 마찬가지야. 넬로는 당장 그림을 그릴 물감을 살 돈도 없었던 걸. 넬로는 물감대신 목탄으로 그림을 그려. 그리고 그림대회에 작품을 출품하지. 당선자는 성탄절날 발표하기로 되어 있고 말이야. 

새벽안개를 뚫고 함께 일하러 갈 때나 콸콸 흘러가는 물소리를 들으며 운하 가장자리에 앉아 나란히 누워 쉴 때, 파트라슈의 귀에 대고 아이답게 자기 꿈을 소곤소곤 속삭였지요.


원래 꿈이란 제아무리 잘 표현한다고 해도 듣는 이가 공감하기란 쉽지 않은 법입니다. 오히려 집 한구석에 몸져 누운 가난하고 가엾은 노인네를 당혹스럽고 골치아프게 만들 뿐일 테지요. p. 43-44


넬로는 그림에 재능이 있었어. 하지만 재인아 있지, 엄마가 어른이 되어 슬픈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는데 말이야, 재능만으로 꿈을 이루기란 쉽지만은 않단다. 넬로만 봐도 그래. 넬로는 그림을 그릴 물감을 살 돈조차 없는데 어떻게 화가가 쉽게 될 수 있겠어. 넬로를 사랑했던 할아버지조차 넬로의 꿈을 힘껏 응원할 수 없었어. 왜냐하면 넬로가 그 꿈을 이루기 어려우리라는 걸 아니까 말이야. 넬로가 성실하다는 걸 익히 잘 알고 있는 코제트 아저씨도, 넬로의 꿈이 화가라는 걸 알게 되자 딸 아로아가 넬로와 어울리는 걸 막아세우지. 당시에 화가란 배고픈 직업이었던 것 같아. 지금도 가난한 넬로가 화가가 되겠다고 하니 넬로의 미래에 희망이 없어 보였던 거지. 딸의 미래를 걱정했던 코제트 아저씨는 넬로에게 냉담하게 대하기 시작하고, 코제트 아저씨가 넬로가 사는 마을에서 가졌던 영향력이 대단했기에 마을 사람들은 더 이상 넬로에게 우유통을 맡기지 않아. 한마디로 넬로는 먹고 살길이 없어진 거야. 가뜩이나 가난한 삶이었는데, 그나마 약간의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마저 사라졌으니 넬로의 삶이 어땠을지 말 안 해도 상상이 가지? 


엄마는 있지. 이 책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 ‘꿈꾸는 삶이 항상 좋기만 한 걸까?’ 엄마는 넬로가 화가의 꿈을 포기하면 어떨까 생각했어. 지금 화가가 되기만 포기해도 넬로가 이토록 힘들지는 않을 텐데 싶어 너무나도 안타까웠어. 이루기 힘든 꿈을 꾸면서 산다는 것, 낮은 가능성에 모든 것을 건다는 것은 너무 위험한 것 아닐까? 그 꿈이 좌절되었을 때 겪어야 하는 상실감도 온전히 본인의 몫일 테니 말이야. 


이후 넬로의 삶은 어땠냐고? 휴, 말하기 힘들 정도로 비참했어. 힘든 넬로의 삶에 작은 빛이라도 들면 좋으련만, 오히려 그 반대야 상황은 점점 안 좋아져.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오두막 주인은 집세를 내지 못했다며 집안의 온갖 것들을 가져가기 시작하지. 솥단지, 나무막대기 돌멩이 하나까지 다 내놓으라고 소리치고, 더 이상 가져갈 게 없자 내일 아침 당장 나가라고 했어. 이보다 더 비참한 삶이 있을까? 그렇게 넬로와 파트라슈는 의지할 사람도 갈 곳도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말았어.

하지만 넬로의 마음속에는 아이들만 가지는 막연하고 달콤한 희망 같은 것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 희망이 넬로를 달래며 소곤댔지요.


“가난한 사람도 때로는 선택을 할 수 있어. 위대한 사람이 되는 걸 선택하는 거야. 남들이 함부로 얕보지 못하게 말이야.” p.53

이 상황에서 넬로가 기댈 수 있는 것은 자신의 꿈뿐이었어. 화가가 되고 싶은 꿈. 아직 대회 발표가 남아 있었던 거지. 넬로는 지치고 고된 몸을 이끌고 대회발표장으로 갔어. 결과는 어땠을까? 엄마는 마음으로 바라고 또 바랐어. 넬로의 소망이 꼭 이루어지길, 넬로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결과는 재인이가 직접 책을 통해 확인해봐. 


엄마는 이 책을 통해 재인이에게 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아까 이야기했던 것처럼 엄마는 넬로의 꿈이 안타깝기만 했던 게 사실이야. 뻔히 이룰 수 없을 게 보이고, 그 꿈으로 현재의 삶이 더 고통스러웠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말이지. 그건 어른인 엄마의 생각이고 재인인 조금 다른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  


우린 모두 꿈꿀 수 있는 자유가 있어. 가난한 사람이라고 꿈의 크기가 작아야 하고 돈이 많다고 꿈을 크게 가져야 하는 건 아니야. 넬로가 차라리 화가를 포기했으면 코제트 아저씨가 넬로를 싫어하지도 않았을 테고, 생활이 어려워지지도 않았을 테니 넬로의 삶이 조금은 나았을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넬로에게 그 꿈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넬로가 과연 더 행복했을까? 이 책을 읽고 재인이는 넬로의 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아참, 아직 이야기를 안했구나. 엄마가 안트베르펜에 가고 싶어 했던 이유. 맞아, 넬로가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루벤스의 재단화를 엄마도 꼭 한 번 직접 보고 싶어. 이 책을 쓴 작가 위다는 이 소설을 쓸 당시 실제로 안트베르펜에 머물렀다고 해. 그러니 당연히 그 작품을 직접 봤겠지? 그 그림에 대체 어떤 힘이 있기에, 넬로를 꿈꾸게 한 건지 궁금해. 


언젠가 같이 갈래? 재인이랑 직접 가서 우리 넬로의 꿈과 너와 나의 꿈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뭐? 엄마도 꿈이 있냐고? 어머나 재인아, 나이가 많다고 꿈꿀 자격이 없는 건 아니란다. 이야기했지? 꿈꿀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어. 마흔 한 살 엄마에게도 물론! 


-(사실은) 여전히 꿈꾸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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