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허스토리'를 봤다. 개봉 당시 출연 배우들의 인터뷰를 읽고,
위안부 생존자로 연기하며 느낀 고통을 이야기 하는데서,
영화를 보지 말아야겠다고 잠깐 생각했었다.
몇 년 전 '귀향'이 개봉했던 날
영화관에서 참혹함과 공포, 무기력만을 느꼈던 기억이 끔찍해서다.
위안부 생존자가 증언하는 고통을 그렇게 밖에 재현할 수 없었나 하는 질문과 동시에
그렇게 말고는 전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체념을 했었다.
잔혹함을 외면하거나, 혹은 괴롭게 직시하고 똑같이 무기력해야 하는걸까 하는 고민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괴로움을 느꼈다.
그러다 '스포트라이트' '아이캔스피크' 같은 영화를 보며
꼭 피해자의 고통을 가해자의 시선으로 생생하게 재현하지 않아도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피해자의 삶을 이야기할 수 있고,
고민을 확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
'허스토리'에 대한 기사들을 보며 '귀향'의 고통을 떠올렸지만
다행히도 보는 내내 괴로움을 넘어선 울컥 하는 감동과 경의에 무너지지 않았다.
영화는 과거의 피해사실을 이야기하지만 동시에 지금의 과제를 이야기한다.
생존자들은 희생자에 머물지 않았고, 일본의 역사적 만행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인권운동가였다. 피해 사실을 증언하는 지독한 과정을 거쳐,
처음으로 일본의 손해 배상을 받아낸 관부 재판의 원고들이다.
재작년 마지막 학부 수업의 과제로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에 간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느꼈던 묘한 힘이 비슷하게 느껴졌고
아니나다를까 막바지에 그곳을 세운 분의 이야기라는 걸 알았을 때
전달력이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고통을 전해야 할 땐
고통에 삶을 잠식시킬 것이 아니라
삶 속의 고통이 있다는 걸 전할 것, 또 고통을 덜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확장할 것.
권하고 싶은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