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영화 미술감독입니다

나에게 ‘공간’이란?

by 메이쥴라이

공간은 늘 나를 대신해 말해주는 존재였다.


어렸을 때부터 항상 침대와 책상 밖에 없던 작은 방.


그 방의 구조를 바꾸고,

좋아하던 포스터를 벽으로 꾸미고,

항상 좋은 방에서 머물기를 꿈꿨었다.




막연하게 무대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지만,


의상디자인과를 나오게 되었고,


(한국입시의 폐해.성적에 그냥저냥 맞추어서 갈 수밖에..) 대학에선 나름 성적이 좋아서 내가 어디 회사에 취업을 하는지 궁금해했다.


그렇다고 의상디자이너는 되고 싶지 않았다.




영화를 좋아했던 나에게 첫 직업은 영화 의상팀이었다.


그렇지만, 의상팀도 맞지 않았다. 그래도 2년을 버텼다.


평소 왕가위 영화에서 미술감독이자 의상담당이었던 장숙평을 좋아했다.


한국에서는 장숙평이 나올 수 없는 구조였다.


그래서, 다시 영화 미술팀에 들어가 막내부터 시작했다.

현재 나는 18년 차가 되었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한 직업을 오래 하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다.



“시나리오를 읽고, 주인공이나 주변 인물의 공간을 해석하고, 영화 속 톤 앤 매너를 만들어가는 사람.”



[영화미술/ 프로덕션 디자이너]

그것이 나의 직업이다.


유명하지 않은 저예산 영화나 웹드라마 미술감독.


b급 미술감독이라고 해도 좋다.


그렇지만 그것이 부끄럽거나 그러진 않다.


그동안 노력이나 내가 열심히 살아온 것.


한 장면을 위한 미세한 디테일, 시간과 공간을 만드는 것. 그 일은 내게 너무나 맞춤이었고, 즐거웠다.


비혼주의자였던 나는 다정한 촬영감독인 남편과 만나 결혼하였고, 귀여운 아이 2명을 낳았다.


어느 정도 아이들을 키우고 나니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돌아왔다.


그런데, 코로나가 터졌다.


오히려 그 시절, OTT가 잘 되어서 제작이 늘어나면서 일이 더 많아졌다.


그러다 코로나가 사라지자, 계속 잘 될 것 같은 일 들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극장은 망했고, 영화는 제작하지 않는다.


드라마는 보지 않고, 사람들은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 릴스만 본다.


촬영감독 남편, 미술감독 나.


집 안에 감독만 둘인데, 둘다 일이 없어졌다.


수입은 끊겼고, 코로나는 잠식되면서

내 직업과 남편의 직업도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