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갈 길을 간다.

취미부자의 행복일기

by 이준성공

#8 독서

제대로 책을 읽어본 적이 있었나?
지금도 수 많은 책을 구입하고 빌리고 읽지만 정작 나의 기억속에 완벽하게 남아있는 책은 하나도 없다.
휘발유처럼 연료를 모두 사용하고 사라지는 것만 같다.
가끔은 정독을 하려고 의자에 앉아서 읽어보지만 나의 성격 탓인지 도저히 모든 내용들을 완벽하게 파악하기란 무리인 것만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독서를 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책을 읽어야만 나 스스로 분발할 수 있고 잠시나마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타고난 장점인지 단점인지 모르겠으나 책이나 음악에 대해 어떤 분야만 고집하거나 파고들지 않고 이것저럭 손이 가는대로 읽고 듣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누구와 만나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수 있고 그 주제에 녹아들 수 있는 것 같다.
이건 상식과 좀 다른 이야기인 것을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가끔 아내에게 당신은 왜이리 상식이 없냐는 핀잔을 듣곤 하기 때문이다.)

독서라는 것을 해본 경험을 거슬러거슬러 올라가보면 만화책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만화책은 독서가 아니라 만화를 보는 것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활자를 읽는 것, 그리고 책이라는 형태를 띄고 있는 어떠한 객체를 눈으로 읽고 머릿속에서 떠올린다면 그것은 독서라고 말하고 싶다.

어느 날은 같은 어머니의 지인이 영업을 하러 오셨다. 나이 지긋하시고 좋은 할머니셨는데 항상 우리를 이뻐해 주셨다. 우리어머니가 책을 팔아 드렸기에 우리를 이뻐해 주셨다는 것을 한참 지난 후에 알게 되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할머니의 인자한 미소가 떠오른다.
어머니께서 나와 동생에게 사주신 최초의 장편은 일본에서 나온 만화 삼국지였다.
나와 동생은 이 만화 삼국지 60권을 시도 때도 없이 보았다.
책이 찢어지고 낡아서 버릴 때까지 정말 10번도 더 읽었던 것 같다.
소설책에서 본 것 같은데 삼국지는 최소 3번은 정독해야 하고 10번 읽은 사람은 상대하지 말라고
만화책으로만 10번 읽었더니 많은 분들이 상대를 해주셨다.

중고교시절에도 문학소설이나 자기개발서적 같은 것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직 축구, 게임, 음악 만이 나의 인생에서 즐거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공부 자체에도 취미가 없었고 잘하지도 못했고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가장 즐거웠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음악, 게임, 축구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그 시간에 책이란 녀석이 끼어들 틈이 전혀 없었다.

군대에 가면 10년도 넘은 책들이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지만 군생활이 힘들어서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관심이 없어서 등 수많은 이유로 외면 당하고 있었다.
간혹 고참들 중에 관물대에 기대어 책을 읽는 모습이 보이긴 했으나 군대는 야생의 그 무엇인가 발동하는 장소이기에 모든 인간이 본능(먹는 것, 자는 것)애 충실할 따름이었다.
고상하게 책을 읽는 여유 따위는 이등병에겐 없었다.

군대에서 FM으로 생활했던 나는 고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들도 안다. 열심히 하면 미워할 수 없으니까..
힘들고 괴로운 군대에서 나의 유일한 취미는 어미니께서 보내주시는 월간 게임잡지였다.
자리에서 볼 수 없는 이 책은 화장실에서 가끔 읽고는 했는데 김뭐시기 일병에게 책 보는 것을 들키고
자기도 일병이면서 나에게 책읽을 짬밥이냐고 했을 때 그 면상에 플라잉 브이킥을 날리고 싶었으나
회사와 마찬가지로 상사가 회사고 고참이 군대였기에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물론 나는 싸움을 잘 못한다. 어린 시절에는 깡이 좋아서 형들과도 맞짱을 뜨곤 했으나
성인이 되고 나서는 다치면 피곤하고 괴롭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나서부터는 부상당하는 것이 두려워졌다.

게임잡지가 금지된 이후로 내가 읽을 수 있는 책은 ‘좋은 생각’이나 ‘샘물’같은 책들 뿐이었다.
글을 속독하는 법도 모르고 내용을 깊이 파악하는 능력도 없었기에 일반인들이 쓴 짧은 에세이는 나에게 작은 감동과 희망을 주었다.
그렇게 한 권, 한 권 읽다보니 다른 책들도 읽고 싶어졌다.
어머니께 편지를 써 서 책을 몇 권 보내달라고 말씀 드렸다.
그러자 어머니께서는 야생초 편지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보내주셨다.
아마도 군대라는 상황이 감옥과 비슷한 상황이었기에 어머니께서는 잘 이겨내라는 의미로 보내셨던 것 같다. 특히 야생초 편지는 서른살부터 마흔 네살까지 황금같은 청춘을 감옥에서 보내며 저자가 한 일은 풀을 기르고 풀과 대화하면서 인생을 깨닫게 되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지금도 잘 기억이 안난다. 겉담배 피우듯이 약간 누군가에게 과시하기 위한 독서 같은 느낌이 들었다.
최근 ‘배달의민족’ 김봉진 대표가 주창하는 과시적 독서를 나는 스무살 때 익힌 것 같다.

군대에는 자신의 공간이 관물대 사이즈 만큼이었다.
그 만큼 자신만의 물건을 소유하기에는 적은 공간이었고 그 이상 보관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상병이 되면서 중대장의 부름을 받고 교육계원이 되면서 행정반에 물건을 보관할 수 있게 되었다.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책이 더블백 2개가 되면서 책을 보관하기가 어려웠는데 전투준비태세에도 건들지 않는 행정방 창고 덕분에 많은 책을 군대에서 읽고 보관할 수 있었다.

전역하고 엔씨소프트 우편실에 근무하면서 우편 배달이 끝나면 항상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었다.
지금은 자리에서 책을 읽는 것을 죄악시하는 분이 계셔서 자리에서는 일만한다.
책읽고 똑똑해지면 회사가 이득 아닌가 생각해 보지만 조직의 기조를 따라야하는 게 직장인의 숙명이다.
우편실에 근무할 당시에는 책을 읽으며 나에게 편지를 자주 쓰고 성공에 대한 메모를 자주 했던 것 같다. 그 때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인지 뭔지 기억은 안나는데 책의 주인공이 자신을 현재의 위치에서 원하는 위치로 이동하는 유일한 출입구가 독서라는 구절을 읽고 나도 책을 많이 읽으면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들었다.
그 때부터 한 달에 음반 4개씩 모으듯 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매일 그래24에서 배달되는 책을 받는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그렇게 책이 쌓여갈 때 쯤 내 독서 패턴이 한번 읽고 치워버리는 것을 발견하고는 라이브러리에서 책을 빌리기 시작했다.
라이브러리는 좋은 책도 많고 원하는 책은 대부분 구매해 준다.
요즘에는 예산을 많이 편성하지 않는지 구매 요청을 올려도 잘 구매가 안 된다.
좀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수용할 수 있는 책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더이상 늘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내 생각은 5년 이상된 책은 문학책을 제외하고는 거의 쓸모가 없으므로 과감하게 폐기하고 새로나온 책 위주로 구매해서 직원들이 인사이트를 얻도록 유도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이런 건의는 하지 않는다. 회사 정책에 반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므로)

최근에는 자동차를 타고 출근하기에 책읽을 시간이 많이 없는데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할 때에는 2시간 정도면 1권을 읽을 수 있으니 하루에 한 권을 읽기도 했다.
이제 정기주차도 떨어졌으나 하루에 한 권 읽기에 다시 도전하고 싶다.
독서를 하면서 깨달은 게 있다면 책을 읽는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렇게 거창하게 썼지만 나는 오늘도 쉬운 책을 찾아서 라이브러리를 방황한다.

2018년 11월 21일
(신용)대출왕 라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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