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인 아티클들을 통해 바라본 인생의 필요 조건
10년 넘게 일하다가 백수가 된 후, 새로운 '쪼'를 찾아야 했다. 그 동안의 나의 '쪼'는 회사에서 정해준 길을 갈고 닦는 것에 성실했다. 나름 그래도 자발적이고 적극적이라고 했던 것이,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최고가 되고 싶단 열망이 있어 단순히 주어진 일만 하는 것이 아니고 주어진 일을 더 잘하기 위한 능력을 개발하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그 일환으로 했던 것이 여러 다양한 교육들, 대학원 석사 과정, 이직, 자격증 등. 이만하면 일반 직장인으로써 성실하고 적극적이며 주도적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자의적이지만 개인 사정으로) 회사를 나와서 아무거나 해도 되는 상황이 닥치자 바로 길을 잃어버렸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나는 환경이 주어진다면 그 안에서 잘 해낼 자신은 있었지만, 어떤 환경을 원하는지에 대한 더 큰 질문은 던지지 못했음을, 내 인생에 진짜 질문은 던지지 못했다는 걸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래서 닥치는 대로 해보았다. 경력을 조금이라도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은 곳에 원서를 폭격 수준으로 내 보기도 했고, sns도 잠깐 해보기도 했고, 요즘 핫하다는 부업에 도전해 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시작한 지 얼마 안되어서 바로 여러 문제에 직면했다. 우선 내가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한 목표나 방향성이 불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말 이걸 원해서 하는 건지, 아니면 내가 지금 하려고 하는 이 일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내가 돈을 벌겠다라는 목표라도 있는건지, 그냥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이나 보기에 좋아보이는 것들을 성급하게 도전하고 있는 건 아닌지. 두 번째로는 시도 한 지 얼마 안되어서 바로 빠르게 포기하더라는 것. 외부의 장치 없이 이제는 정말로 야생에 나를 던져 내가 스스로 모든 것을 컨트롤 해야 하는 상황이 오니 스스로의 의지에만 의존해서 지속해야 하는데, 나의 의지는 정말 형편없었다.
그러던 때에 폴인 챌린지를 만나게 되었다. 폴인은 예전부터 꽤 오래 구독해왔고, 아주 가끔 기억이 날 때 보긴 했었지만, 구독해놓고 안 본 콘텐츠가 훨씬 더 많을 터. 그래도 가끔 한 번씩 봤을 때 느꼈던 건 인터뷰이(참고: 폴인에서는 '링커'라고 부른다)들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함께 적용할 법한 내용이 있어 공감가면서도 유용한 콘텐츠가 많다는 점. 마침 최근에 기록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 책 <에디터의 기록법>을 재미있게 읽었고, 여기에 나온 분 중 한 분이 세미나를 한다고 하여서 세미나도 들을 겸 챌린지를 신청하게 되었다. 역시 나의 의지에는 한계가 있어 시스템을 적용하든 구축하든 해야 한다.
한 주 동안 폴인 콘텐츠를 읽으면서 희미하게나마 내가 요즘 고민하던 것들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그 동안 나는 내 삶에 물음표를 던져본 적이 없었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았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흘러가는 대로 살다보면 어느 새 그 경험들이 쌓여 자산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이 말이 틀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 회사에서 20년, 30년 다녔어요!라고 하시는 분들의 노고도 분명 인정하며, 그 세월 동안 꾸준히 회사를 다닐 수 있었던 것은 남들이 다 알 수 없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회사 다니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10년의 회사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으니까. 다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나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는 것이다. 다니는 동안에도 계속 '이게 맞나?', '나는 나를 더 성장할 수 있는 환경에 두고 싶은데.'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 마음의 외침을 애써 누르고 다녔던 대가를 이제야 치르고 있다. 나는 질문을 던지고 도전을 해야 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대가로 길을 잃은 백수가 되어 도약해야 할 지금의 시간을 사춘기마냥 방향을 고민하는 데 쓰고 있다. 인생에 늦은 건 없다지만 시간의 복리가 뼈아프게 다가오겠지.
'방향성'에 대한 생각은 신수정 대표님의 글을 읽으며 다시 한 번 떠올렸다. 이 아티클은 승진에 대한 개인과 회사의 관점, 승진을 시켜주는 주체인 상사와의 관계, 커리어의 방향성(회사 내에서의 승진과 회사 밖에서의 삶)에 대해 다루고 있다.
회사 다니던 시절, 상사 면담을 통해 지금은 연차가 모자라지만 몇 년 후면 관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제안도 받았을 만큼 나름 회사에서는 인정을 받았다. 그렇지만 나는 이 회사에서 관리자를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관리자의 역할을 여기에서는 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계속 승진하지 않고 있으면 되는 걸까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회사를 나오는 선택지에 대해서 좀 더 빨리 고민했으면 좋았으련만, 나는 10년차가 되어서야 첫 이직, 첫 퇴사를 하게 되었다. 두 번째 퇴사는 1년 만에 이루어졌고, 이런 경험을 통해 방향성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 회사를 다니지 않는다고 내 인생이 끝난 건 아니니까.
그렇다면 회사가 아닌 삶에서 방향성은 어떻게 찾아가야 할까. 그 실마리는 고명환 작가님의 아티클을 통해서 찾을 수 있었다. 책이 좋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래서 책이 무엇이, 어떻게 좋은데? 라는 질문에 이 아티클을 추천하고 싶다. 책을 통해 나에게, 내 인생에게, 책에게 질문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에 합당한 질문의 답을 찾아 적용할 수 있다는 점. 죽는 날까지 나에게 방향성을 점검하는 질문을 계속 던지긴 하겠지만, 지금은 새로운 방향성을 찾기 위한 질문을 던지는, 삶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는 순간.
고명환 작가님도, 그리고 최근에 읽은 책인 <저는 이 독서법으로 연봉 3억이 되었습니다>에서도 이야기 하는 것은 책에서 딱 한 가지만 가져가서 그걸 삶에 적용하자는 것. 책이 책으로 끝나지 않고 삶으로 흘러 들어오려면, 지금 내 삶에 필요한 질문을 찾아 그 해답을 책에서 찾고, 찾은 해답을 삶에 다시 적용하는 흐름이 필요하다. 그 동안 책을 읽었을 때 수없이 많은 강박이 있었음을 떠올려본다. 처음에는 문학이 진짜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시중에 출판된 책 중에는 소위 말하는 '비문학'이 문학보다 훨씬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수많은 비문학은 가짜 책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책을 한 번 읽으면 그 책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려고 했다. 책에 수없이 많은 플래그를 붙여보기도 했고, 독서노트를 써보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건? 기억 어딘가에는 있겠지만 지금 딱 떠오르는 건 없다. <저는 이 독서법으로 연봉 3억이 되었습니다>에서는 저자가 돈을 벌기 위해 책을 어떻게 읽고 적용했는지를 소개해준다. 이 저자의 경우 자신의 삶에서 던진 질문이 돈을 버는 법이었고, 그 질문을 구체화하고 구체화된 질문의 답을 책에서 찾아 적용하는 과정을 통해 책과 삶의 흐름을 경험했다. 고명환 작가도 본인이 본인의 삶에서 필요한 질문을 던지고 책에서 그 답을 찾는 과정을 거쳤듯, 나도 나만의 질문과 답을 삶과 책에 던져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이 쉽게 포기하게 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성과가 눈에 바로바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나도 나름 백수의 삶을 그냥 보내지 않고 여러 시도를 해보았지만, 바로바로 성과가 보이지 않으니 금방 흥미를 잃어버렸다. 즉, '지속성'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 것이다. '방향성'을 찾았다면 '지속성'을 가지고 해나가야 하는데, 요즘은 빠르게 성과를 내야 한다는 채찍이 너무 많아서 정신을 못차릴 지경이다. 그런데 내가 얼마나 오래 노력을 했나, 성과가 날 만큼 해보긴 했나 하는 찰나에 폴인에서도 비슷한 메세지를 받은 것이다.
고명환 작가님은 한 아티클에서 '방향성'과 '지속성'을 함께 이야기한다. 마치 내 마음을 알고 있는 것처럼. 시간이 쌓아 올린 힘은 정말 크다. 내가 무언가를 꾸준히 함으로써 향상되는 것을 보는 것도 좋지만, 무언가를 꾸준히 해왔다는 그 자체가 주는 힘이 있다. 한 직장에서 10년차로 일했다는 것 그 자체도 '나는 할 수 있는 사람이야'라는 자신감을 주는 것처럼. 이제는 시간의 힘을 외부를 통해서 쌓아올리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직접 그 방향성을 고민하고, 그 방향성에 따라 쌓아올림으로써 스스로에 대한 새로운 믿음의 힘을 키워야 한다. 내 삶에서 진짜 주도성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는 순간이다. (덧. 학교나 회사를 다닌다고 해서 가짜 주도성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나는 학교와 회사에 내 주도성을 반 이상 주었다고 생각할 뿐이다.)
기록으로 유명한 김익한 교수님의 아티클을 통해서도 '지속성'의 힘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었다. 고명환 작가님이 말하는 지속성이 오래, 길게의 의미를 담고 있다면 김익한 교수님의 지속성은 이에 덧붙여 깊이의 개념을 가져오신다.
분명한 과제가 주어진다면, 즉 방향성이 분명하다면 '미친 지속성'을 발휘하여 그 벽을 넘는 경험을 해보아야 한다는 것. '몰입'의 경험을 통해서 한 번 벽을 돌파한 후에는 그것이 실력이 되어 끌고 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항상 온 몸에 힘을 주고 있을 수는 없지만 정말로 힘을 주어야 할 때에는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기도 해야 한다.
백수가 된 지 곧 1년이 되어 가는 지금, 솔직히 말하면 아주 두렵다. 일하던 그 감각을 잃어버릴까봐. 그렇지만 '방향성'과 '지속성'을 통해 내 삶에서 새로운 '쪼'를 만들어가려고 한다. 이제야 정말로 내 삶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인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은 왜 그렇게 학교와 회사에 끌려 다녔을까? 아주 비싼 값을 치르고 있는 만큼 삶을 제대로 살아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그래서 나와 같이 주어진 일을 정말 묵묵히 성실히만 하는 사람들에게 한 번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되면 너무 좋겠다. 회사와 학교를 다니면서도 얼마든지 나의 삶에 책임감 있게 주도적으로 살 수 있으니, 본인의 방향성과 지속성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본인의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과정을 경험해 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