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동거의 시작
우리의 보금자리
여자친구는 부모님께 독립 허락을 받았다.
하지만 부모님은 그 말이 곧 당장 집을 나가겠다는 뜻일 줄은 몰랐던 것 같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님은 전화기 너머로 날 선 목소리와 함께 쌍욕을 퍼부으셨다고 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어린 나이에 벌써 독립을 한다고 핀잔을 줄 수도 있겠지만,
그때의 나도, 지금의 나도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그 선택은 그녀가 할 수 있었던 최고의 결정이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조차 마음 편히 허락하지 못하는 부모님의 말들은
여자친구에게 깊은 상처와 혼란을 남겼다.
나는 그녀가 얼마나 두려웠을지, 얼마나 마음이 흔들렸을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어릴 적부터 그녀는 부모님께 사랑받고 싶어,
언제나 자신보다 부모님을 우선하며 살아왔다.
그런 그녀가 처음으로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한 것이다.
그 선택이 얼마나 어렵고,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했을지 나는 잘 알았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나는 그렇게 말하며 다독였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이미 깨닫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단순히 도움을 주는 수준을 넘어,
그녀의 삶에 깊숙이 개입한 이상
그 무게와 책임까지 함께 짊어져야 한다는 것을.
앞으로 그녀가 맞이할 선택과 아픔,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느낄 혼란과 외로움까지
내가 어떻게든 함께 견뎌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를 지켜줄 수 있다는 사실에 묘한 든든함도 느꼈다.
그 뒤로 부모님을 어렵게 설득해,
여자친구를 내가 운영하던 고시원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나는 속으로 약속했다.
‘내가 당장 좋은 집에서 살게 해주진 못하지만,
적어도 먹고 자는 것만큼은 걱정하지 않게 해 줄게.’
고시원에 도착한 날, 그녀는 여전히 긴장된 표정이었지만
조금은 안도하는 눈빛도 보였다.
나는 그 작은 공간 안에서도 그녀가 조금이라도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루하루 살뜰히 챙기기로 마음먹었다.
첫날 저녁, 좋은 공간과 음식은 아니었지만
고시원 앞 김밥천국에서 함께 밥을 먹으며
서로의 하루를 조용히 이야기했다.
낯선 환경과 새로운 생활 속에서도
서로를 지켜주겠다는 마음만은 변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의 첫 동거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