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보금자리

5. 동거의 시작

by 무원

'언제까지 아르바이트만 하고 살 수는 없잖아?'


시간이 조금 지나자, 보다 안정적인 직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곧바로 취업을 하기보다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속삭이는 작은 목소리를 따라가 보기로 했다.

‘후회하지 말고, 하고 싶었던 걸 한 번 도전해 보자.’


그 마음으로 부모님께 조심스럽게 창업 이야기를 꺼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모아둔 돈은 친구와 여행 다니고, 여자친구와 데이트하며 쓰다 보니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부모님은 평생 자영업으로 살아오신 분들이라, 내 얘기를 듣고 당장 기뻐하실 거라 기대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조금은 이해해 주고 도와주시지 않을까 하는 희미한 기대가 있었다.


나는 회사에 묶여 사는 삶보다, 20대에는 자유롭게 살아보고 싶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구속받지 않는 삶을 꿈꿨다.

하지만 부모님의 대답은 단호했다.

“위험하다.”

단칼에 거절하셨고, 대신 새로운 제안을 내놓으셨다.

“아빠가 하고 있는 신대방 고시원, 그거 네가 맡아서 해봐.”


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좋아, 여기서부터 시작하자. 돈을 모아 내 가게를 차리면 되지.’


그러나 일을 시작한 지 단 일주일 만에, 나는 절망했다.

고시원에서의 하루는 내가 꿈꾸던 자유와는 거리가 멀었다.

청소, 식사, 경비까지 하루 종일 고시원에 묶여 사는 삶은 숨이 막히듯 답답했다.


처음에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몸과 마음은 점점 지쳐갔다.

중간중간 남는 시간도 있었지만, 그 시간을 자기 계발이나 공부에 쓰지 못했다.

아마 그때 조금만 더 부지런했다면 지금의 나는 훨씬 달라져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옆에서 모든 과정을 본 여자친구는

공무원 시험 준비나 자격증 공부 같은 현실적인 조언을 자주 건넸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 말들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오히려 ‘알아서 잘할 거야’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흘려들었을 뿐이다.


그 시절의 나는 스트레스를 풀 궁리만 하며 지냈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시간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나를 묵묵히 지켜봐 준 사람이 있었다.

바로 지금의 아내였다.


그 시기, 사실 여자친구도 집안 사정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연애하기 전부터 그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아직 어린 나이였지만, ‘집에서 독립하는 게 더 행복할 거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독립을 권했다.


주변에서 뭐라 하든 상관없었다.

최소한 집을 벗어나야 여자친구가 조금이라도 숨통이 트일 것 같았다.


당장 내가 운영하던 고시원으로 데려올 수는 없었지만,

일에 익숙해지고 부모님을 설득하기 전까지는

여자친구가 직장 근처에서 지낼 수 있는 곳을 알아봐 주기로 했다.


원룸도 고려했지만, 1년 단위 계약은 부담이 컸다.

나는 하루라도 빨리 내 곁으로 데려오고 싶었다.

그래서 고시원 위주로 함께 발품을 팔았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니, 더 꼼꼼하게 살펴볼 수도 있었고, 결국 여자친구가 마음에 드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어렵게 독립을 시작했다.

그런데 고시원에서의 첫날밤,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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