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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Jul 15. 2018

익숙함을 벗어날 때의 기쁨

2018년 7월 2주: 에이핑크, 멜로망스, 안녕의온도, 슈가볼, 조규찬


■ 에이핑크 미니 ‘One & Six’ | 2018.7.2.

에이핑크가 그간 변화를 시도해왔다고 하지만 여전히 청순과 상큼한 이미지에 머물러 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데뷔 7주년을 맞은 지금은 그 언저리를 완전히 벗어났다. 언제나 화사했던 앨범 커버가 이번에는 톤 다운된 버건디 컬러인 것처럼. 타이틀곡 ‘1도 없어’는 신나는 댄스곡이지만 전반적으로 마이너한 분위기가 깔려 있다. 노래는 다소 터프한 허밍으로 시작돼 계속해서 밝은 에이핑크의 분위기를 확 반전시킨다. 다만 아쉬운 점은 노래가 뚝뚝 끊기는 느낌. 파트와 파트가 만나 자연스러운 흐름을 형성해야 하는데 너무 힘을 줘 오히려 딱딱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후렴구의 반복되는 킬링파트를 제외하고서는 별 다른 특징이 없는 것도 에이핑크의 고질적인 아쉬운 점이다. 다만 타이틀곡의 빈틈을 보완하는 질 높은 수록곡이 실린 것 또한 여전하다는 점은 반갑다. 변화의 용기와 이를 뒷받침해주는 수록곡은 조화롭다.




■ 멜로망스 미니 ‘The Fairy Tale’ | 2018.7.3.

멜로망스의 진짜 매력은 김민석의 울림 가득한 목소리, 그리고 정동환의 섬세한 연주가 만났을 때 나오는 특유의 공간감이다. ‘더 페어리 테일(The Fairy Tale)’은 이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타이틀곡 ‘동화’는 앨범 제목처럼 한 편의 아름다운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기분 좋은 설렘을 준다. 익숙한 팝 사운드로 시작되는 노래는 점점 멜로망스만의 분위기로 전환돼 몰입감 또한 좋다. 마찬가지로 이를 둘러싼 공기 역시 트랙도 흘러갈수록 점점 깊어진다. 연주곡 ‘페이션스(Patience)’는 신비롭고 평온한 동화의 느낌을 절정으로 살리는 신의 한 수. 




■ 안녕의 온도 싱글 ‘내 맘이 바다야’ | 2018.7.5.

때로는 유리알처럼 맑고 때로는 처절하게 깊은 감성을 선보이는 안녕의 온도가 조금은 가벼워졌다. 이들의 개성 중 하나인 심플한 멜로디는 여전하지만 음 하나하나가 풍기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밝은 분위기의 ‘내 맘이 바다야’는 그 어떤 곡보다 대중적이다. 이전 곡들의 보컬과 연주가 얇은 선 같았다면, 이번 곡은 보컬과 연주가 지닌 두께가 비등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이번 보컬을 맡은 멤버 이소월의 역할은 중요하다. 조금은 뭉툭하게 다가오는 동시에 안녕의 온도의 무드는 풍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객원보컬을 기용하지 않은 건 변화의 반동을 줄이기 위한 대처로도 여겨진다.




■ 슈가볼 싱글 ‘좋아져’ | 2018.7.6.

슈가볼의 노래를 떠올리면 공통적으로 생각나는 곡 구성이 있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점이 독으로 작용할 때도 있다. 최근의 슈가볼은 자가복제에 가까울 정도로 안정적인 노선을 추구해왔다. 노래들이 슈가볼의 것으로 들리긴 하지만 인상 깊은 임팩트는 부족했다. 그의 노선이 밋밋해져 가던 찰나, 이번 신곡 ‘좋아져’는 생기를 불어 넣었다. ‘좋아져’는 기존 슈가볼이 지닌 코드와 톤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숙한 흐름을 오랜만에 깼다는 점에서 즐겁다. 기존 곡‘ 하우 워즈 유어 데이(How was your day)’에서 받았던 느낌과 비슷하다. 그때만큼의 신선함은 아니긴 하지만, 어느 정도 다시 슈가볼의 기분 좋은 달콤함에 빠질 수 있어 기쁘다.



■ 조규찬 싱글 ‘비 온 날’ | 2018.7.6.

이것이 바로 연륜의 힘일까. 정규 10집 앨범의 선공개곡인 ‘비 온 날’은 조규찬이 8년 만에 발표한 신곡이다. 오랜 공백 끝에 찾아온 그이지만, 대중에 건네는 목소리는 담담하기 그지없다. 이런 태도는 그만이 낼 수 있는 여유로 비춰진다. 비 온 뒤 모든 것이 차분하고 맑아 보이는 것처럼. 기교 없이 소박한 멜로디와 포크송의 느낌을 자아내는 보컬은 그 풍경을 고스란히 옮겨 놓는다. 요즘 같은 장마철 비가 한바탕 쏟아지고 난 뒤, 카페에 앉아 이 노래를 듣는다면 그만큼 한갓진 순간은 또 없을 듯하다. ‘비 온 날’과 함께 또 다른 나만의 날을 만들어줄 조규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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