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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Sep 03. 2018

밴드 밤신사, 화려한 도시 속 쓸쓸한 어른의 발걸음

#7. 밴드 밤신사

#7. 밴드 밤신사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밤신사는 송시호, 정중엽, 이재규(존 아파치), 정주영로 이루어진 4인조 밴드다. 많은 인디밴드가 그러하듯 밤신사 역시 ‘신인 아닌 신인’이다. 송시호는 얄개들 출신 기타 겸 보컬이고, 정중엽은 장기하와 얼굴들에 몸담고 있는 기타를 맡고 있다. 이재규는 찰나 출신 드럼 겸 보컬이며 정주영은 논(Non) 출신 베이스다.      


밤신사가 많은 화제를 모았던 계기는 바로 앨범 발매의 형식이다. 이들은 정규 1집 앨범 ‘실화를 바탕으로’ 등을 카세트테이프로 냈다. 그 이유를 포장해 말하면 우리나라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의 문제에 반항하기 위해‘였고, 좀 더 솔직해지자면 본인들도 카세트테이프로 앨범을 낼 줄은 몰랐지만 점차 많은 이들이 이런 흐름에 동참해 변화를 이끌어내길 바라는 희망이었다.     








대표곡 ‘밤신사’ 

정규 1집 앨범 ‘실화를 바탕으로’의 타이틀곡이다. 팀명과 같은 곡인만큼 밤신사라는 밴드를 알고 싶다면 이 노래가 제격이다. ‘하얀 달이 지금 여길 보고 있어/머릿속을 새하얗게 태워보자/익숙해진 사람들을 뒤로하고/어슬렁어슬렁 이 길을 몰아보자’라는 가사는 술 취한 밤을 연상케 한다.      


신나게 아무 생각 없이 놀던 밤, 알코올은 오히려 새하얗게 타버린 머릿속을 다시금 헤집어놓는다. ‘오가는 사람들 바라보다/내 뒷모습을 봐버렸어’ ‘여기엔 날 위한 게 없어/달려가고 숨을 수밖에 없어’라는 가사는 단숨에 또 다른 밤으로 이끈다. 그런데 우울하지만 컴컴하지는 않다. 화려함 속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허무함이랄까. 차라리 차분해서 더 씁쓸한 밤이다.     








날 것들만 아무렇지 않게 흘러갈 뿐

밤신사는 밤, 신사, 그리고 도시에 관한 것들을 노래한다. 각자 보내는 밤은 무수하겠지만 밤신사의 밤은 반짝이는 네온사인을 떠올리게 한다. 반면 허름하고 컴컴한 바에 앉아 술을 홀짝이는 장면이 담긴 옛날 영화 같기도 하다. 밤의 고전과 세련미를 동시에 담고 있는 오묘함은 느린 어둠으로 끌어당긴다. 움직이는 실화를 노래로 고정시켜놓아서 그런지, 북적이고 시끄러운 도시 속 밤신사의 순간들만 일시정지되어 추출돼 흘러나오는 듯한 괴리가 매력적이다.     


청춘에 대한 강박도 없어 후련하다. 밤신사는 아프고 푸르렀던 혼돈의 시기를 억지로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옛날 밴드들이 그러했듯 자신의 이야기를 노골적으로 풀어낸다. 오히려 청춘에서 좀 더 걸어온 어른들의 밤을 대한다. 그렇다고 자극적인 요소가 있다는 건 아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노래는 당연하게도 밤신사를 닮아있다. 고요하게 밤의 시간이 지나가듯 이들의 음악은 자연스럽다. 사람들의 심리상 ‘한 번 터져줘야 하는’ 후크(hook)는 없다. 그러니 자극적인 임팩트도 없다. 툭툭 내뱉는 보컬과 노이즈가 섞인 듯한 연주가 이루는 톤은 기복이 없어서 편안하게 흘러간다. 노래를 듣다 보면 어느덧 다음 곡이다. 한 앨범을 순차적으로 듣다 보면 전체 트랙이 하나의 곡인 기분도 든다. 실제로 녹음마저 원테이크로 진행됐다.     








이게 바로 어른들의 밤

얄개들 출신 송시호가 대부분의 작사 작곡을 맡아서 얄개들 특유의 덤덤한 기조가 이어지면서도, 가볍고 청량했던 얄개들의 것과 달리 조금 묵직해졌다고 생각하면 밤신사의 노래를 이해하기 한층 쉽다.     


가사 또한 그렇다. 얄개들이 청춘의 기억을 흥겹고 젊은 느낌으로 더듬는다면 밤신사는 날 것의 일상을 다룬다. ‘깍지 낀 손가락은 너무 뜨거워/입에서 전해오는 까칠한 숨결...자욱하게 뿌려진 연기 속으로/나른하게 부셔진 나를 안고서’(연기 속을 걸어가)와 같은 직접적인 비유와 ‘네 심장으로 심장을 뛰게 해줬으면 해/오늘밤은 너에게 파란 색깔 꿈이야/다른 사람 말들은 신경 쓰지 말아줘/오늘밤은 너에게 노란 색깔 꿈이야’(오늘밤)처럼 시선이 내가 아닌 상대방을 향해있는 표현들은 성숙하다.     


고민은 한층 무거워졌다. ‘내일이 오지 않는 것처럼/하루살이가 되어간다/떨리는 눈빛은 애써 무시한 채로’(축포) ‘난 우울해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난 웃을 수가 없어/난 울 수도 없네...우리 가끔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눌 때/내 표정은 낯설고 난 항상 저 멀리 있지’(수백가지 이유) ‘바람이 휘파람을 불어도/내방엔 촛불 하나 없어서/아무것도 흔들리지가 않네‘(Wish you love) 등은 지치고 힘든 어른의 삶과 가깝다.   



추천곡 ‘수백가지 이유’

정규 1집 앨범의 마지막 트랙인만큼 들떴던 기운은 이 노래로 하여금 가라앉는다. 가사의 글자 수가 많지 않고 사운드 역시 간결하지만 그 사이사이 여백이 내미는 감정의 크기는 상당하다. 마치 터덜터덜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는 것처럼 감당하기 어려운 우울감에 빠지게 만드는데, 그 과정이 가사처럼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미묘한 심정이라 자꾸만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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