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이 Sep 03. 2018

꼭 들떠야만 좋은 건 아니잖아요

8월 4주: 이달의 소녀, 시공소년, 세이수미, 서교동의 밤, 10cm

■ 이달의 소녀 미니 ‘[+ +]’ | 2018.8.20.     

이달의 소녀는 완전체 활동에 앞서 2년 간 개인과 유닛으로서 상당한 퀄리티의 싱글을 내왔다. 반면 타이틀곡 ‘하이 하이(Hi high)’는 이전 곡들에 비해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노래 초반에는 신비로운 이달의 소녀의 모습이 잘 담겼다. 하지만 점차 귀여움을 어필하려는 시도가 지나치게 도드라지기 시작한다. 그러니 개인의 음색이나 팀의 개성은 묻히고 귀를 찌르는 고음만이 남았다. “하이(hi)”와 “러브(love)”를 반복하는 후렴구나 코러스, 특히 곡 끝 부분에서 “하이”를 여러 번 외치는 파트에서는 일본 특유의 색깔이 강하게 느껴져 묘한 이질감이 든다.      


그간 이달의 소녀는 무대 없이도 콘셉트가 확실히 느껴지는, 짙은 음악들을 선보여 왔다. 하지만 ‘하이 하이’는 고정된 이미지를 강박적으로 부여해 이달의 소녀 멤버들이 뭉쳤을 때 나오는 시너지를 방해한다. 오히려 이달의 소녀가 그간 쌓아온 우아한 세련미를 무너뜨린다.      


이런 맹점은 “수능보다 더 사랑이란 잔인해” “김밥처럼 넌/만두처럼 달콤해”라는 가사에서 더욱 충격적으로 드러난다. 콘셉트에 몰입시키려는 의도임은 알겠지만(실제로도 교복을 입고 퍼포먼스를 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팀의 색깔을 죽이면서까지 학생과 교복 판타지를 강조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란 생각이 들게 할 뿐이다.    

       

■ 시공소년 싱글 ‘Stay’ | 2018.8.22.     

시공소년은 이번 신곡 ‘스테이(Stay)’를 통해 ‘머무르는 것’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시한다. 원하는 것과 얻을 수 있는 것에는 차이가 존재하듯, 노래는 머무르는 것과 그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고통의 간극을 담는다. 그래서 가사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멀리 가지마” “그만 두지마” “두 눈 감지마” 등과 같은 어조는 일차원적인 부정어가 아니라 또 다른 바람으로 다가온다.      


더 나아가 이렇게 멀고 먼 괴리는 ‘터널’을 지나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스테이”라고 노래하는 부분에서 음을 길게 끄는 부분은 어둡고 긴 터널을 형상화한다. 시공소년이 이전부터 쭉 지켜온 청각과 시각의 조화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또 멜로디를 이루는 레트로한 소리와 차가운 도시의 느낌을 주는 보컬이 맞물려 오히려 견고함을 형성하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 세이수미 싱글 ‘Just Joking Around / B Lover’ | 2018.8.22.     

세이수미의 노래는 애틋하다. 시원하고 흥겹고 광활한 감상 속에서도 묘하게 피어오르는 무언가가 있다. 이번 싱글 ‘저스트 조킹 어라운드 / B 러버(B Lover)’도 그렇다. 타이틀곡 ‘저스트 조킹 어라운드’는 건강상의 이유로 함께하지 못 하는 전(前) 드러머 세민과 기억을 담은 곡이다. 맥주 한 캔 들고 해변가에 나가 밤마실을 다니며 시시콜콜한 농담을 하던 시절의 그리움을 그린다.      


이 설명 중 포인트인 ‘시시콜콜’은 6분에 가까운 러닝타임 중 한적하게 흘러가는 초반에서 드러난다. 그러다가 곡 후반부에는 피치가 올라간 연주가 나온다. 말미에는 보컬마저 보다 힘이 들어가 있다. 이런 구성은 그 시절의 추억이 슬프게 표현되거나 그리움이 부정적인 감정으로 남을 수 있는 가능성을 피한다. 이렇게 곡을 따라 함께 걷다 보면 별 의미 없는 말들이 오가는 그 순간이 결국 돌아보면 소중한 순간이자 기분 좋은 기억임을 깨닫게 된다.     

■ 서교동의 밤 싱글 ‘City Girl City boy’ | 2018.8.22.     

서교동의 밤은 ‘도시의 밤’을 표방하는 팀이다. 그래서 노래는 세련미는 갖추면서도 몽환적인 이미지로 도시가 주는 차가움을 상쇄시켜왔다. 그런가 하면 이번 신곡 ‘시티 걸 시티 보이(City Girl City boy)’는 그 중에서도 ‘도시’에 좀 더 비중을 둔 곡이다. 앨범 커버에서 눈에 띄는 원색 컬러를 사용한 것부터가 차이를 드러낸다.      

우선 아득했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렸다. 멜로디는 시티팝의 복고적인 느낌을 살리면서도 신스 사운드로 현대적인 모습을 동시에 담아낸다. 서교동의 밤이 데뷔 초 여러 시도를 하며 지금의 이미지를 구축했다면, 이번 신곡은 서교동의 밤이 이를 바탕으로 또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잘 보여준다.     


■ 10cm 싱글 매트리스’ | 2018.8.23.     

신곡 ‘매트리스’는 앞서 발표한 정규앨범 ‘4.0’의 연장선이다. 너와 나 단 둘만이 들어올 수 있는 작은 세계에 대한 이야기도 덩달아 궤를 같이 한다. 다만 이전 앨범이 기쁘고 들떠 있는 감정과 또 사랑을 갈구하는 처절함이 주를 이뤘다면, 이번 곡에서는 보다 안정된 설렘이 곡을 감싼다.      


이렇게 또 다른 결의 설렘은 ‘매트리스’라는 소재로부터 시작된다. 10cm는 너와 나만의 공간을 ‘매트리스’로 폭을 좁혀 침구류가 주는 편안함과 나른함을 이끌어낸다. 그렇다고 가슴이 덜 떨리는 건 아니다. 사실적인 위트가 넘치는 가사를 곱씹을수록 노래의 장면이 상상돼 심장 박동수가 빨라진다. 연인과 데이트를 하고 각자 집에 돌아가면 바로 또 보고 싶어지는 것처럼, 2분50초의 짧은 러닝타임마저도 아쉬움에 자꾸만 듣게 되는 여운을 선사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불완전 속 찾아내는 온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