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의 길거리엔 신기한 동물들이 있다
호주는 대자연의 나라이다.
캥거루, 코알라, 웜뱃, 왈라비 등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동물이 많다.
대도시 시드니의 길거리에서 캥거루를 마주칠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산이지만, 시드니에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길거리 동물들이 많다.
그 중 필자가 특히 인상깊었던 동물은 박쥐와 아이비스(Ibis, 한국어로는 따오기라고 번역된다)이다.
박쥐
시드니에는 박쥐가 날라다닌다.
필자는 동물원 박쥐가 아닌 야생(?) 박쥐를 여기서 처음 봤다.
호주 서쪽 끝 도시인 퍼스(Perth)에서 온 회사 동료도 시드니에 이사와서 박쥐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로부터 짐작컨대 호주 전역에 박쥐가 날라다니는것 같지는 않다.
박쥐가 으슥한 골목에 사람들이 잘 없을때만 휘리릭 날라다닌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시드니의 박쥐는 저녁 7시쯤이 되면 도시의 하늘을 훨훨 날아다닌다.
처음 박쥐를 발견했던건 도심가 버스 정류장에서였는데, 무심코 하늘에 날아가는 새를 봤는데 날개 모양이 요상했다. 카메라로 찍어서 확대해 보니 배트맨의 형상(!)을 하고 날라다니는, 영락없는 박쥐였다.
그날 이후부터는 박쥐를 꽤 많이 보았다. 시드니에는 크고 작은 공원들이 굉장히 많은데, 주로 공원의 큰 나무에 저녁 7시쯤이 되면 박쥐들이 모여든다. 낮에 어디에 숨어있었던건진 모르겠지만, 저녁이 되면 어김없이 박쥐를 볼 수 있다.
박쥐들이 늘 저녁 7시 전후로 많이 보여서인지, 박쥐들이 보이면 "밤이 오고있군"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비스(따오기)
서울에 닭둘기가 있다면 시드니에는 아이비스가 있다.
길쭉하고 살짝 아래로 굽어있는 부리를 갖고있는 이 새는, 도심가 곳곳의 쓰레기통을 쏙쏙 뒤져 먹을거리를 찾기에 최적의 신체구조를 갖고있다.
실제로 이 새의 별명은 bin chicken으로, 도시 사람들에게 쓰레기통을 뒤져 먹는 닭 정도로 치부되는 안쓰러운 새이다.
처음에는 이 새를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서울의 닭둘기도 한 덩치 한다지만, 아이비스는 왠만한 실제 닭 정도의 크기로, 비둘기보다 훨씬 더 큰 몸집을 갖고있다. 그리고 이렇게 큰 새가 도심가 여기저기 - 인도, 공원, 길거리 벤치, 쓰레기통 근처, 화단 등등을 자연스럽게 누빈다.
처음 보고 깜짝 놀랐던 이 새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안쓰러워보이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아마 아이비스의 어기적 어기적한 걸음걸이와, 대머리가 될듯 말듯한 머리에 있는것 같다.
또 이 새는 첫인상과는 달리(?) 전혀 사납지가 않은데, 사람이 다가가면 놀라서 푸드득 날아가는 대신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어기적 어기적 걸어간다.
어찌저찌 가까이 다가가보면, 동그랗고 검은 눈을 영 내게 마주치지 않고 눈치를 보며 멀리 걸어간다. 또 비둘기들은 바닥에 음식이 떨어져있으면 후두둑 모여들어서 서로 엉켜가며 앞다퉈 음식을 주워먹는데, 이 아이비스는 자기들끼리도 낯을 가리는지 좀처럼 서로 가까이 모여있지 않는다.
슬금슬금 눈치보며 걸어다니는 쓰레기새, 아이비스는 이제 왠지 정겹고 안쓰럽달까.
번외: 까치/맥파이(magpie)
한국에서 까치는 설날을 연상시키는 정겨운 새이다.
시드니에서는 이들이 전혀 정겹지 않다. 매서운 눈매와 사나운 성격을 갖고 있는 까치(맥파이)들은, 가끔 사람들을 공격하기도 하고 손에 든 과자를 뺏어가기도 한다.
이런 사나운 맥파이들과 공존하는 아이비스가 왠지 조금 더 안쓰러워지는 대목이다.
어쨌든 이런 맥파이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특수 제작된 헬멧도 있다. 헬멧에 삐죽삐죽한 막대기를 여러개 꽂아서 맥파이가 물리적으로 가까이오지 못하게 하거나, 특수소재로 단단하게 제작되어 공격(?)을 받더라도 머리를 다치지 않도록 하는 헬멧도 시중에 있다.
필자의 경우 공원 벤치에서 평화로이 물멍을 때리면서 팝콘을 먹고 있었는데,
어디서 팝콘 봉투의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듣고 온건지 맥파이 두마리가 내 왼쪽 땅에 날라와 앉은것이 아닌가.
슬쩍 곁눈질로 보니, 나를 노려보는 두 쌍의 맥파이의 눈이 너무 무서웠다. 두마리의 검은 새가 불량배마냥 부스럭 소리가 날때마다 갸우뚱거리며 내게 한걸음씩 가까이 다가왔다.
팝콘 먹기를 멈추고, 갖고있던 외투로 팝콘을 가리고, 새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앞만 바라보며 그들이 다시 날라가기를 기다렸다. 그래도 자존심이 있는데, 새와의 기싸움에 눌려서 일어나 자리를 비키고 싶지는 않았달까. 오랜 기싸움 끝에 그들이 날라갔다. 내가 이겼다.
아무튼 시드니에 온다면, 특히 공터에서는 맥파이를 주의하자.
이외에도 시드니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신기한 동식물이 많지만, 오늘은 위 세가지만 소개를 해보았다. 다른 신기한 길거리 동물들은 간단히 사진으로 소개를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