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직장인의 출퇴근

모든 직장인의 꿈은 직주근접이다. 시드니에서는 어떨까?

by 고별리사

모든 직장인에게 "직주근접"이라는 단어는 달콤하다.


필자는 한국에서 출퇴근 지하철을 갈아타가며 편도 한시간이 넘는 거리에 살아본 적도 있고,

걸어서 20분이면 출퇴근이 가능한 거리에 살아본 적도 있기 때문에,

출퇴근 거리와 방법에 따라 삶의 질이 확확 바뀌는 경험을 몸소 체험해 보았다.


단연코, 출퇴근도 노동의 일부이다.


그래서인지, 처음 출근했을 때 Blue Mountain (시드니 시내에서 기차만 2시간 가까이 타야 갈 수 있는 외곽 지역이다. 제니가 사진을 찍은 장소로 한국인들에게 특히 유명해진 관광지 지역이기도 하다)에서 출퇴근하는 동료를 보았을 때 깜짝 놀랐다.


깊은 산속 블루마운틴. 멋진 자연경관으로 유명한 관광지역이지만, 주거지역도 있다.


'아니, 이건 경기도에서 강남으로 출퇴근하는것보다 심하잖아?'


필자의 경험상, 경기도 출퇴근러들은 아침부터 출퇴근 지옥철 전쟁을 치른것 마냥 피곤해했기 때문에(필자도 그 중 한명이었다), Blue Mountain 출퇴근러들이 대단해보였다.


심지어 한명도 아니었고, 꽤 여러명이 Blue Mountains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답은 출퇴근 환경과 회사의 배려에 있었다.


먼저 시드니의 기차/메트로는 한국의 지옥철처럼 빼곡하지 않다.


특히 예상컨대, Blue Mountain처럼 깊은 산속(?)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탄다면, 마치 종점에서 지하철을 타듯 자리가 꽤 널널할것으로 예상된다.


시티랑 가까운 곳에 사는 필자의 경우에도,

출퇴근시간에 외곽에서 출발해 시내로 들어오는 기차를 탔을 때 앉을자리가 없는 적이 거의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시드니의 대부분의 기차는 2층 기차이기 때문에 좌석이 한국보다 훨씬 많다(이전 글에서도 소개했지만, 시드니의 기차는 ktx같은 광역기차도 있지만 지하철처럼 일상적으로 타고다니는 대중교통에 가깝다).


그래서 기차를 한번 타면 한시간이든 두시간이든 앉아서 올 수 있기 때문에 꽤 편안하게 출퇴근을 할 수 있다.


필자 동료의 경우, 이런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본인 어머니의 환갑 생일선물로 blanket을 뜨개질했다고 한다. 이렇게 출퇴근시간을 활용할수만 있다면 긴 거리가 크게 문제되지 않을수도 있다.


필자의 경우 자전거 출퇴근을 하기 때문에, 운동도 되는 일석이조의 출퇴근길을 즐기고 있다. 게다가 출근길은 내리막 길이라, 페달을 열심히 밟지 않아도 된다.


장거리 출퇴근이 가능한 또다른 이유는 회사의 배려에 있다.


Blue Mountain에 사는 다른 동료의 경우, 딸만 세명인 딸부자이다. 심지어 셋째 딸은 아직 한살도 채 되지 않은 아주 어린 아기이다. 이 동료의 경우 회사의 배려로 주 3회정도 재택근무를 한다.


이 동료뿐만이 아니라 재택근무자가 꽤 많은 편인데, 재택근무의 요일도 본인의 스케줄에 따라 꽤 자유로운 분위기이다. 팀원에게 말만 잘 해둔다면 모두가 편하게 재택근무를 한다.


필자의 매니저같은 경우에도, 딸래미가 감기에 걸렸다거나 오전에 치과에 가야한다는 이유 등으로 편하게 재택근무를 하곤 한다. 이런 분위기이기 때문에, 필자도 급하게 볼일이 있거나 몸이 안좋을때 재택근무를 할 수 있었다.


특히나 Blue Mountain 같이 집이 멀리 있는 동료의 경우, 최근 시드니 철로에 자동차가 떨어지는 사고가 있어 기차 운행이 멈춘적이 있는데(다행히 인명피해는 없다고 들었다), 아침에 급하게 그 뉴스를 보고 팀원들에게 당일 통보를 하고 재택근무를 하기도 했다.


철로에 떨어진 자동차. 어떻게 이런 사고가 가능한건지, 회사에서 동료들이랑 한참 이야기했다. Blue Mountain에 사는 동료는 기차가 안다녀서 급 재택근무를 했다.


또한 자유로운 출퇴근시간도 한 몫을 하는데, 아침 일찍 출근하거나 밤 늦게 일할수만 있다면 3시든 4시든 퇴근할수 있다.


그래서 멀리 사는 동료들의 경우 기차 시간을 맞추기 위해 회사에서 일찍 나가곤 하는데, 이른 퇴근이 눈치보이지 않는 분위기와 자유로운 재택근무 덕분에 멀리 사는 동료들도 출퇴근이 그리 고되보이지 않는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한국에서만큼 집을 구할때 직주근접에 대해 집착하는것 같지 않다.


오히려 복잡한 시티와 떨어진 공원이 많은 가족 친화적인 주거지역에 살기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곳들은 대부분 직주가 좋지 않다.


물론 2030 싱글들에게는 즐길거리와 편의시설이 많은 시티가 선호되곤 하지만,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주거 환경이나 본인의 부모님 혹은 친구들과 가까운 곳에서 사는 것을 선호하곤 하고, 직주가 나빠지더라도 위 설명한 이유 때문에 출퇴근이 그리 어렵지가 않다.


모든 직장인의 꿈이 직주근접인줄 알았다.

시드니에서는 어떨까? 꼭 그런것 같지는 않다.


필자는 지금 집 앞 공원 벤치의 산들거리는 여름 바람 속에서 이 글을 쓰고있다.


출퇴근이 지옥철이 아니고 편리한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면? 직주근접보다 이런 푸르른 공원이 있는 곳에서 살기를 선택할것 같다.

필자가 글을 쓰고 있는 공원. 시드니에는 곳곳에 이런 공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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