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창 밖의 대나무
나이 이야기, 하는 것도 듣는 것도 안 좋아하지만 사실이라서 말해보자면, 내년에 한국 나이로 마흔이 된다는 현실이 나를 굉장히 움직이게 한다. 마치 개학을 코앞에 둔 초등학생처럼 요즘 몰아서 뭔가를 우두두 하고 있다. 예컨대 나는 운동 혐오자로 오래 살아왔는데 올해는 동네를 달리거나 자전거를 타고 주짓수도 잠깐이지만 배우는 등 몸을 움직이는 일에 아주 열심이었다. 또 작년 12월부터 베지테리언을 실천하기로 마음먹고 현재까지 약 9개월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고기를 지양하는 삶을 살고 있다. 책도 성실하게 읽고 있으며 글을 쓰는 일에도 그렇게 임한다. 분발이다.
내 작업실 창 밖에는 대나무가 여럿 서 있다.
처음 이 공간에 이사 왔을 때는 보이지 않아 대나무가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러다 어느 날 불쑥 고개를 내밀듯이 대나무 줄기 하나가 창에 모습을 드러냈다. (누가 들여다보는 줄 알고 화들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러더니 며칠 뒤에 줄기 하나가 더 보이고 며칠 뒤에 하나 더... 그러고는 순식간에 이파리가 무성해졌다.
내가 사는 4층까지 대나무들은 무섭게 자랐다. 아침마다 커피를 마시며 어제보다 얼마나 더 자랐는지 대나무의 발육을 눈짐작하는 게 매일의 루틴이 되었다. 나처럼 분발하는 어떤 존재가 바로 곁에 있다는게 기뻤다.
내 작업실 창밖 대나무를 응시하는 눈으로 둘러보니 새삼 내 일대는 온통 푸르른 분발의 동지들이다.
이제 하나하나 호명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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