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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Jan 16. 2024

아들의 말이 안 들린다!!!
이게 말이 돼???

나는 나를 실험중이다. 연습말고 실.험.!



“Experiment! Kunah!”


실험해! 근아!!

실험!!!

실험!!!


처음 호주발음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튜터 다니엘이 매번 수업 때마다 나에게 하던 얘기다.


글로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실험실의 연구자가 아주 약간을 변형을 주어 그 반응을 실험하듯, 나는 나의 발음을 실험했다. 단순한 발음연습이랑은 달랐다. 연습만으로는 향상되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 실험이어야 했다.

연습과 실험은 아주 달랐다.


내가 어떤 숙명을 맞이하게 되든,
내 무엇을 체험하게 되든,
그 속에는
반드시 방랑과 산 오르기가 있을 것이다.
사람은 필경 자기 자신을 체험할 뿐이 아닌가.
- 니체 (주1) -

실험이란 ‘새로운 방식이나 형식을 시도’해보는 것이며 이러한 시도를 여러 번 훈련으로 실천하는 것을 ‘연습’이라 한다. 나는 실험에 집중했다. 나의 입을 통해 나오는 호주 영어발음을 실험한 것이다. 한국어를 말할 때와는 전혀 다른 근육을 써야 했다.


그래서 내가 해야할 것은 체험! 실험! 뿐이었다!!!

자극을 달리하며 달라지는 소리를 찾는 것이다..  


혀의 위치를 바꿔보며 , 아 ~~ 아 ~~~ 아 ~~~~

입술을 다르게 조절해 가며, 아 ~~ 아 ~~~ 아 ~~~~

성대에 힘의 강도를 달리하면서 아 ~~ 아 ~~~ 아 ~~~~

이런 식의 실험이다.


모음 연습이 끝나면, 그다음은 문장이다. 하나의 문장을 완벽한 발음으로 읽기 연습을 한 후, 속도를 높인다. 계속 높인다.


"더 빨리! 더 빨리! 너무 느려 근아!! 컴온~ 근아. 고!"


원어민의 속도로 말하다 보면 현타가 온다. 이게 무슨 영어야? 외계어인데? 진짜 호주인들이 이렇게 얘기한다고? 생략하고 연결하고 뭉개버린다.


에어(공기 air)는 “에”, 이어(귀 ear)는 “이”, 아워(우리의 our)는 “아”

(물론 한국어 모음과 전혀 다른, 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그런 차이가 있다.)

뽀 힘(for him)이 쁘륌이 되고, 어드바이스가 아바이스가 된다.






호주에 온 지 5년. 이제 와서 모음 발음부터 다시 배우는 이유는 아들 때문이다! 만 4살이 되기 전 호주로 온 아들. 이제 속사포로 영어, 호주영어를 내뱉는다. 외계인 같은 축약형 영어로 정말 쏼라쏼라쏼랄라다.


내 앞에 눈 큰 외계인이 나를 웃음으로 바라보고, 신나게 외계어를 떠들고 있다.  


와! 이게 말이 돼?

아들이 하는 말을 내가 알아들을 수 없다고?

도대체 이 상황을 나는 단 하루도 용서할 수가 없었다.

분명 내 안에서 낳고 나랑 같이 사는데 아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가 없다.

아들은 나의 말보다 어린이집에서 말을 더 빨리 배웠고 나는 그 말을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고!

내가 느린 것인지 아들이 빠른 것인지!

이건 말 그대로 내가 ‘벌 받는’ 것 같았다!

서바이벌보다 더한 벌이다!!!


아이들 어려서 외국에 보내면 영어는 금방 는다는 말은 사실이다.

어린이집에 보낸 지 단 몇 개월 만에 아들의 영어는 그대로 원어민 수준이 되었다.

언어란 참으로 신기하다.

배우는 것이 아니라 따라 하는 것이며

따라 하다 보면 금세 자기 것이 된다.


나도 그러면 좋으련만…이라는 간절함으로 도저히 그의 영어가 나의 영어로는 감당이 안 되는 수준에 다다랐을 때, 나는 다니엘의 발음 수업을 신청했다. 간절했다. 절실했다. 나 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마음으로 모든지 하겠다고 했다. 얼마가 들던지 상관없다고 했다. 당장 시작할 수 있다 했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된 수업은 쉽지 않았다. 그 수업보다 더 힘든 건 매일 해야 하는 발음 연습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그런 소리가 나는지 답답하고, 따라 한다고 따라지지 않았다. 제자리걸음을 열심히 걷고 있었다.


몇 주의 수업이 지날 때까지 내 실력은 늘지 않았다.

죽어라 연습하는데도 늘지 않았다.

아!! 그래서 알았다.

연습 전에 실! 험! 이 필요하구나!!!


그래! 실험을 하자. 

일부러 자극을 달리해보자!


그렇게 나는 나의 혀를, 나의 입술을, 나의 성대를, 나의 호흡을, 나의 복식호흡을, 조금씩 달리해가며 나는 하나의 모음을 완성시키는데 30분, 한 시간씩 매일 연습했다. 3개월을 그렇게 매일 실험하면서 내 것으로 만들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아들의 말이 정확하게 들리기 시작했고, 나는 역으로 그 발음의 차이로 아들에게 한국어의 모음을 가르칠 수준까지 됐다. 이보다 나를 더 신나게 하는 건, 이제 더 이상 나의 발음이 - 영어실력 말고, 발음이 - 아들과 나, 우리의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 이상 아들이 나의 발음을 문제 삼지 않았다.


아들이 나의 말을 한 번에 알아듣는 그때의 쾌감!

해냈다!!

역시!!!

어메이징 하다 정근아!!!

잘했어!!!

그때 알아버렸다.


"이렇게 절실함을 가지고 다양한 실험을 계속하면 가능해지는구나."


나에겐 실험이 최고의 성장방법임을 깨달았다.

나는 이 모든 실험정신을 나의 삶에 적용시켜 보기로 했다. 


안되면 다른 방법으로 시도

안 해보던 것은 일단 시도

항상 하던 일도, 다른 방법으로 시도

항상 하던 일을 다른 마음으로 시도

항상 하던 일을 다른 강도로 시도

항상 하던 일을 다른 시간에 시도


실험.

거기엔 미묘한 매력이 있다.

일단 해보는 거다.

실제로 해보는 거다.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 보는 거다


실패했다?

그럼 다시 하는 거다.

그럼 그 실험은 과연 실패일까?

아니다. 그 과정에서 얻은 것도 많다.

그러기에 실패도 성공이다.

그 작은 성공의 성취감으로 다음 실험이 기대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부담 없이 실천하는 거다.


실험.

사실 이건 시행착오와 같은 의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르다.

실험은 의도적으로 나에게 행하는 행동이다.

실험의 자극을 달리하고, 나의 반응을 찾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나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동시에 나를 성장시키는 길도 함께 찾을 수 있다.

나를 키우는 문제해결능력이 키워진다.


실험.

가볍게 시작할 수 있지만,

나에 대한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이제 제자리걸음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작은 발자국이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풍경이 새롭고,
좌우로 고래를 돌릴 때마다 경치가 달리 보인다.
- 소로의 일기  (주1) -



호주말로 나를 실험한  경험으로 나는 올해 또다시

실.험.을 시도한다!


나를 알고, 나를 성장시키기도 마음먹은 것이며

그때가 바로 올해, 2024년이다!


절심함이 극에 달해있고, 간절함이 내 심장을 터지게 하는 중이다.

그동안 육아로 나를 가둬놨다면, 이제는 나를 그곳에서 꺼내는 일이 올해 내가 할 일이다.

나를 세상밖으로 꺼내어 나를 비상시키는 일이 올해 내가 할 일이다.

 

올해 내가 얼마나 성장하는지

나는

나를 실험해 보기로 했다.

낱낱이 파헤치고 탐색해 보기로 했다.


나는 내 안의 점 선 면을 찾아 나를 새로 그리고

내 안에 숨어 있는 날개를 다시 디자인하여 날아오를 것이다.

나는 비상하기 위해 나를 실험 중이다.




본 매거진은 동화작가를 꿈꾸는 정. 근. 아. 를 위해 지금까지의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나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간절하게 실험하는지를 기록하는 공간입니다.



근아 실험노트 01





이글에 등장하는 다니엘 튜터는 저에게 일러스트를 제안했던 분입니다. (브런치 성장일기 참조)

다니엘을 통해, 실험+연습이라는 방법을 체득하여 나의 삶에 적용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무엇보다도, 아들과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저에게는 너무 소중한 인연이고, 은인입니다.


이 글을 통해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주1)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니체, 2000, 책세상

(주2)소로의 일기 / 헨리 데이비드 소로, 2017, 갈라파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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