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근아 Feb 01. 2024

디자이너는 미친 사람

메이페이퍼 ㅣ 호주 디자인은 _____다 ㅣ 06

"생각을 달리해봐라.

6가지의 씽킹모자(주1)를 써봐라.

창의적인 생각을 해봐라.

혁신을 일으켜봐라

누구도 생각해내지 못한 생각을 해봐라."


교수들은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고 계셨다.


엉뚱해도 괜찮다.

괴짜스러워도 괜찮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모두 가능하다.


하지만, 이건, 평소처럼, 

매일 똑같은 생각을 하는 방식으로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엉뚱해져야 했고, 괴짜스러워져야 했다.


어떤 친구는 온 몸을 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우산을 버블처럼 만들고 싶다했다. 다들 깔깔 웃으며 미쳤다했다. 하지만 그 친구는 끝까지 그 아이디어를 고집했고, 결국 과제로 그 우산을 만들어 발표를 했었다. 진짜 가능했다. 


 




이처럼, 미친 사람이라는 소리까지 들으며 파고들어야 기발한 아이디어가 하나 나올까 말까 한 이야기다. 


가장 쉽게 에디슨을 생각하면 된다.

진짜 세상에 없던 것을 발명했고, 불편했던 것이 편리해지도록 재디자인하였다. 

백열전구, 축음기, 영사기(덕분에 TV, 영화를 볼 수 있다), 기타 등등. 


그 모든 발명품들이 그냥 엉뚱한가? 

아니다. 그 밑바탕에는 과학이 있고, 사람들을 위한 마음이 있다.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어야 하고, 사람들의 삶이 좀 더 편해졌으면 하는 이의 마음이 들어있다. 요즘은 여기에, 환경적인 문제를 포함시킨다. 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보호하여 다시 우리를 보호하는 선순환의 목적이 있다. 





나도 이런 과정을, 대학원 두 번째 학기에 경험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주변에서 환경적으로 문제가 되는 제품을 찾아서 재디자인해라    

 획기적인 아이디어야 하고, 환경적으로 미치는 영향력도 커야 한다.   

 세명의 학생이 그룹을 이뤄 공동으로, 각자의 역할을 나눠 일해야 한다.    

 5분 동안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한다.    



우리가 선택한 제품은, 일회용 비닐랩 제품이다. 


먼저 호주의 비닐랩 제품 중 하나를 골라 세밀 분석을 한다. 모두 잘게 잘게 해체해서 살펴본다. 제품뿐만 아니라,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소비자에게 오는 과정까지 포함이다. 그 안에서 생겨나는 모든 환경적인 문제점을 파악한다. 이는, 정확한 증거의 제시를 위해, 재료별 환경수치를 적용하여 제품이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정도를 계산한다. 






1회용으로 사용되는 비닐랩, 그리고 그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적인 문제점들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이 우리가 해결해야 할 미션이었다. 


중국인 한 명, 인도인 한 명 그리고 나. 이렇게 세 명이 한 조가 돼서 끊임없는 온라인 채팅 토론을 하였다. 셋이서 온라인으로 나눈 대화는 참으로 현실세계라 할 수 없다. 100년 후 미래에나 가능할 것 같은 생각들이 가득했다. 그중에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 제품을 재디자인하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의 결론은, 

제품의 재료를 바꾸고,

코팅을 없애고,

잉크의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 잉크를 선택하고, 


그리고 

최종적으로 

네모를 세모로 바꾸는 것이었다. 


네모를 세모의 패키지로 바꾸면서 얻어지는 질량의 감소, 재료사용량의 감소의 혜택을 기대했던 것이다. 








이번 과제는 겉으로 보기에는 굉장한 성공이었다. 

환경수치도 2/3으로 줄어들었고, 

과제 점수도 꽤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과제는 실패였다. 


우리 조는 처음에 3명이었는데, 

한 명의 낙오자가 있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은근슬쩍 이름만 올려놓으려 했던 이. 

결국은 F를 받고 재 수강해야 했다. 


여기서 난 또 괴짜 같은 호기심이 발동된다. 


얌체 같은 사람들을 골라내서 자동으로 벌을 주는 기계는 없을까? 

아니면, 다시 성실한 사람으로 재디자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 과정을 통해, 사회 환경 지수의 변화는 얼마나 될까.


더 나아가, 

나는 이 과제에서 어떤 파트를 맡아서 할까. 

나의 엉뚱함은 이미 저 멀리 앞으로 가고 있다. 


어떤 벌이 좋을까. 

어떤 성실한 사람이 좋을까. 

사회환경지수는 어떻게 측정하는게 정확할까.  



나도 이제 미쳤나보다.  

하지만, 언젠가는 사회에 영향을 미친 사람이 되고 싶다. 







(주1)


구글 이미지


이전 05화 디자인은 브레인스토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