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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가 나의 리더가 된 이유

by 근아

며칠 전, "내 안에는 나를 이끄는 리더가 있다"라는 글을 썼다.


그 글에서 나는 과거 디자인 대학원을 졸업한 나 자신을 현재의 나에게 장착하고, 조상 정몽주의 성품과 정신을 내 안에 있다고 믿으며, 반 고흐의 성실함과 열정을 예술가로서의 기준으로 삼아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그 글을 통해 '나를 이끄는 리더'라는 개념을 정립했고, 실제로 현실에서 어떤 방식으로 나를 이끌었는지를 더 깊이 기록해보려했다. 다시 말해, 요즘 나에게 주어진 여러가지 리더로서의 활동 경험을 돌아보며, 어떤 선택과 결단을 내릴 때 이러한 리더들이 내 안에서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정리해보려 했다.


그런데 오늘 새벽, 나에게 들어온 최고의 리더가 나타났다.

바로 어니스트 헤밍웨이다.


최근 한국에 갔을 때 사온 책들 중에 『노인과 바다』(주)가 있었다. 어린 시절에는 그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세계문학들을 다시금 읽기 시작하면서, 문득 헤밍웨이의 문장이 내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하나둘씩 독서 노트에 적기 시작했던 문장들이 모이면서, 결국 필사를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바뀌었다.


한 단어 한 단어 확인하며 옮겨 적다 보니, <엄마/아빠의 유산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는 나로서는 더 깊은 의미가 전해졌고, 헤밍웨이가 노인과 소년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 몇 문장을 여기에 적어볼까 한다.


"오직 노인의 두 눈만은 바다와 똑같은 빛깔을 띠었으며 기운차고 지칠 줄 몰랐다."

"노인은 소년에게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그래서 소년은 그를 무척이나 따랐다."

"그래, 그건 그렇다. 하지만 우리한테는 신념이 있지. 안 그러냐? " "우린 어부니까"

"노인은 햇볕에 그을린 눈빛으로 믿음직스럽고 다정하게 소년을 바라보았다."

"네가 내 친아들이라면 너를 데리고 멀리 나가 한번 모험을 해 보고 싶구나."

"노인은 아직 희망과 자신감을 잃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미풍이 불어올 때까지 희망과 자신감이 새롭게 솟구치고 있었다."

"나는 왜 이다지도 생각이 모자랄까? 소년은 생각했다."

"내일 아침에 깨우러 가마." "할아버지는 제게 자명종 같아요."

"노인은 늘 바다를 여성으로 생각했으며, 큰 은혜를 베풀어 주기도 하고 빼앗기도 하는 무엇이라고 말했다. 설령 바다가 무섭게 굴거나 재앙을 끼치는 일이 있어도 그것은 바다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려니 생각했다. 달이 여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바다에도 영향을 미치지.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해가 점점 더 밝아지면서 바다 위에 찬란한 빛을 쏟아 놓았다. 마침내 해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자 평평한 바다가 빛을 반사하여 그의 두 눈을 부시게 했기 때문에 그는 해를 쳐다보지 않은 채 노를 저었다."


"만약 남들이 내가 큰 소리로 혼자 지껄이는 것을 들으면 아마 나더러 미쳤다고 하겠지. 하지만 나는 미치지 않았으니 상관없어."


"지금은 한 가지 일만 생각할 때야. 그 일을 위해 내가 태어나지 않았던가."







나에게도 나에게 주어진 우주의 숙제가 있다. 그리고 오늘의 기록은, 앞으로 나에게 펼쳐질 일들의 복선으로 생각해도 좋을 만큼, 나에게는 특별한 날이다. 그것은 단순한 하루의 기록이 아니라, 내가 마주할 여정 속에서 반드시 풀어야 할 하나의 질문처럼 느껴진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품고 있는 생각과 감정이, 먼 훗날 나를 이끌어갈 단서가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숙제가 무엇인지, 나의 리더 헤밍웨이 덕분에 알게 되었다.






(주)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민음사,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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