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서 놀자]는 지담 작가님과의 '공저'로 발행되는 브런치북입니다. ( 자세한 내용은 1-3화 참고하세요.)
브런치북을 쓰며 꿈을 이루는 방법
브런치 작가가 되어 책을 출간하기 전, 나에게는 오래된 꿈이 하나 있었다. 작은 공방 스튜디오를 열어 누군가에게 미술을 가르치고, 자수도 함께 놓으며, 다양한 크래프트 활동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 요즘은 지역마다 이런 공방들이 많이 생겼지만, 그당시 내가 살고 있던 판교는 막 개발이 시작되던 시기라, 마땅한 공간도 없었고, 사람들의 관심도 지금처럼 다양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꿈은 늘 ‘언젠가는...’이라는 말과 함께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다 호주로 이민을 오게 되었고, 나는 또다시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이번엔 호주에 공방을 열고 싶었던 것이다. 일주일에 두세 번 장을 보러 가는 슈퍼마켓 근처, 작은 사무실 하나를 눈여겨보며 또다시 ‘언젠가는...’이라는 꿈을 조심스레 품게 되었다.
그렇게 마음속에 꿈을 간직한 채, 내가 실질적으로 한 일은 다름 아닌 글쓰기였다. 물론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목표는 ‘나의 브랜드’를 만들고 오픈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꿈은 예상외로, 브런치북에 글을 쓰는 일상을 통해 천천히 자연스럽게 이뤄지기 시작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이유는 단지 ‘꾸준히 썼기 때문’만은 아니었으며, 글쓰기를 통해 내 안의 이야기를 꺼내고, 그것을 정리하고, 세상과 나누는 과정 속에서 내가 바라는 삶을 조금씩 현실로 불러오고 있었던 것이다. . 그 이야기를 지금부터 차근차근 해보려 한다.
첫째, 브런치북에 글을 쓰는 과정자체가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처음에는 그저 내 안에 쌓인 말들을 풀어내고 싶어 시작한 일이었지만, 글을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의 관심사, 가치관, 삶의 방향이 문장마다 배어 나왔다. 그렇게 쌓인 글들이 어느새 나라는 사람을 말해주는 브랜드가 되어 있었다. 나만의 서사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게 브런치작가가 된지 한달만에 나의 브랜드명이 탄생했다. 어느 날 갑자기 내 이름을 해체하여 뜻을 풀이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과정속에서 " 근아 = 그나 = 그 나 = the ME " 의미를 찾게 된 것입니다. 이것을 발견하고, 얼마나 설레이던지, 바로 지담작가님한테 자랑아닌 자랑을 하면서 나의 처음 꿈, 퍼스널브랜딩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였다. 그 때가 글쓰기 수업 중이었기에. 우리는 새로운 브런치북을 함께 기획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시작된 브런치북이
나는 나를 브랜딩한다 https://brunch.co.kr/brunchbook/themekunah01
둘째, 글을 쓰며 나에 대해서 더욱더 잘 알게 되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싶은지를. 그전에는 막연히 ‘공방을 하고 싶다’,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만 생각했는데, 글을 쓰다 보니 그 안에 담고 싶은 철학과 분위기, 말투, 색깔이 조금씩 선명해졌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단순히 예쁜 물건을 만드는 공간이 아니라, 이야기가 오가고, 마음이 머무는 곳이라는 것을.
난, 멀티 디자이너 https://brunch.co.kr/brunchbook/themekunah03
감정을 이해해보자 with 다니엘 https://brunch.co.kr/brunchbook/themekunah04
바라보는 theME https://brunch.co.kr/brunchbook/themekunah06
디자인에 호주를 담다 https://brunch.co.kr/brunchbook/themekunah05
동화 멀티 프로젝트 https://brunch.co.kr/brunchbook/themekunah07
나를 들여다보는 6개 시선 https://brunch.co.kr/brunchbook/themekunah12
Art, Arts, Art's https://brunch.co.kr/brunchbook/themekunah08
셋째, 글을 쓰며 누군가에게 ‘보여진다’는 감각은 작지만 중요한 책임감을 주었다. 이 맘때쯤, 내 글이 일주일에 서너번씩 메인에 올랐다. 기쁨이나 설레임도 잠시, 누군가 내 글을 기다리고, 공감해준다는 사실은 내가 걸어가고 있는 길에 조용한 등불을 밝혀주었고, 그 빛 덕분에 나는 더 멀리, 더 구체적으로 꿈을 그릴 수 있었다.
나의 삶에 나를 담다. https://brunch.co.kr/brunchbook/themekunah14
북디자이너가 즐기는 책이야기 https://brunch.co.kr/brunchbook/maypaper2025no2
사유의 힘 https://brunch.co.kr/brunchbook/themekunah22
그렇게 글을 쓰는 일이 곧 내가 되고자 하는 사람의 삶을 살아보는 일이 되었다. 그 과정들은 고스란히 모두 브런치북에 기록되어 있다. ‘나의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은 거창한 사업계획서나 로고 디자인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사적인 이야기,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생각 하나하나를 진심을 담아 표현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브런치북을 쓰는 동안, 난 이미 작가였고, 창작자였고, 브랜드의 주인이었다. 아직 가게 문을 열지 않아도, 간판이 없어도, 내 글을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이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나는 이미 작은 공방을 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브런치북에 글을 쓰는 일은 마치 매일 조금씩 벽돌을 쌓아 올리는 것 같았다. 아니, 벽돌이 아니라 연필이었다. 말하자면 나는 ‘연필로 집을 짓는’ 중이었다. 종이 위에 쓴 단어 하나, 문장 하나가 천천히 쌓여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그 공간은 아직 손으로 만질 수는 없었지만, 마음이 기댈 수 있는 집이었다.
세상에 없는 집이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집.
누군가에게는 한 편의 글로, 누군가에게는 내가 살아가는 방식으로 닿는 그런 집.
나는 그 안에 나의 생각과 이야기, 그리고 언젠가 열고 싶은 공방의 모습을 그려 넣었다. 말로만 떠돌던 ‘언젠가’의 꿈들이 글을 통해 구체적인 모양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어떤 공간이어야 할까? 어떤 사람들과 이 공간을 나누고 싶을까?' 글을 쓰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그 집은 점점 더 단단해졌고, 그 안의 풍경도 또렷해졌다.
브런치북에 쓴 글들은 마치 집의 창문 같았다. 누군가 그 창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고, 공감하고, 때론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와 앉기도 했다. 그렇게 한 사람, 두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내 안에만 존재하던 집은 바깥세상과도 연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제, 그 집을 온라인으로 완성해 가족들에게 처음 공개했다. 5월 18일은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날이어서, 꼭 그날에 맞춰 오픈하고 싶었다. 며칠 전부터 하나씩 정리하고 마무리하면서 준비했고, 당일에는 조용히 링크를 가족에게 보냈다.
완성된 결과물을 보니, 꿈이 정말 나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온 듯했다.
하지만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건 그 과정을 지나오며 느꼈던 감정들이었다.
막막했던 순간들, 중간에 손을 놓고 싶었던 날들, 괜찮을까 고민하며 잠 못 들던 밤들,
그리고 어떤 날은 작업이 즐겁고, 기대감에 설레기도 했다.
처음엔 단지 글을 쓰며 막연히 그려본 공간이었는데,
이제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형태가 되었고, 그게 나에게는 큰 현실감으로 다가왔다.
아직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일단 시작했다는 점이 나에겐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제 나는 이 공간을 통해,
호주에서의 현실적인 삶으로
한 발 더 내딛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아마 이것은,
내가 꾸는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한 여러 부품 중 하나를 완성한 것이다.
이제는 그다음 부품을 하나씩 만들어갈 차례이다.
조금은 서툴고 느릴 수 있지만, 방향은 분명하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이 또, 브런치북에 기록되어졌다.
나의 역사로,
나의 서사로,
나의 스토링텔링으로,
나의 브랜드로,
조금씩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이 공간은,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시간과 생각,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담긴 집이다.
글로 시작한 일이, 이렇게 삶의 한 부분이 되고,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도 문을 열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이 작은 시작이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또 다른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자리로 이어지길,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는 계속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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