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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오월 Jan 09. 2017

두 번째 이직의 기록 (1)

 내가 어쩌다 대충 이직한 건 아니야

2016년 내가 이룬 성과는 아무래도 이직.


틈만 나면 이력서를 다듬고 친구들에게 프로 면접러라는 소리를 듣던 긴긴 시간이 지나고 결국엔 이직에 성공했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려 거둔 성과였으니 내 두 번째 이직 이야기는 한번 정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힘들고 긴 시간이었지.. .하아.... 


나는 왜 이직하고 싶지? 

PR 에이전시에서 만 6년 정도를 일했다. 6년을 일하다 보니 이 일을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큼지막한 윤곽정도는 배웠다. 그리고 내 앞길도 보이기 시작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계속 이렇게 사느니 ... 

1. 내가 속한 곳이 에이전시이고 작은 조직이다 보니 승진이 빨랐는데, 어느새 꽤 높은 직급까지 올라갔다. 엇?난 아직 쪼렙인데? 그리고 회사에서는 당연히 그 직급에 맞는 관리자 역할에 대해 요구를 했다.실무에서는 멀어지고 관리자만 하다 보면 PR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 회사에만 맞는 사람이 될 것 같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2. 잘 하는 일로 진로를 정하고 싶었다. 기획-전략 부분을 담당하기에는 나는 전략적인 사람이 아니었고, 마케팅을 하기에는 숫자에 흥미가 없었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었고 잘 한다는 말도 꽤 들었으나, 회사에서 직급이 올라갈수록 콘텐츠와 점점 멀어졌다. 


3. 요즘은 통합적인 마케팅으로 움직이다 보니 내가 상대하는 사람들이 홍보팀일 때도 있고, 마케팅팀일 때도 있고, 브랜드팀일 때도 있었는데. 담당하는 분에 따라서 다양한 관점으로 일을 보다 보니 내가 너무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전체적인 관점에서는 너무너무너무너무 작은 부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옮기긴 옮겨야겠는데... 


꾸준히 습관적으로 회사를 늘 그만두고 싶어 하긴 했으나 어쨌든 요래조래 따져보니 정말 회사를 옮겨야 하는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급하게 가버리면 똥 피하자고 설사 밟을 수도 있을 테니 기준을 세우기로 했다. 내가 다니던 회사의 장점과 단점을 따져보고 (이 회사만의 절대 놓칠 수 없는 장점 같은 건 없는 거 같아서) '절대 못 참을 단점' 중심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ㅋㅋㅋㅋㅋㅋㅋ

어차피 회사는 다 거기서 거기!!  

회사의 장점은

1. 나름 외국계의 자유롭고 평등한 분위기
2. 휴가를 전혀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음
3. 클라이언트 레퍼런스가 매우 훌륭
4. 같이 일하는 동료와 후배들이 똑똑하고, 착하고, 예쁘다! - 늘 자극을 받을 수 있었음
5. 오래 다닌 회사라서 내 입지가 분명했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지냈음


회사의 단점은

1.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다고 하지만, 그 변화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보이지 않음
2. 그래서 회사에서 더 이상 배울 것이 없음
3. 뭐든지 내가 다 알아서 했고, 앞으로도 별로 달라질 것 같지 않음
4. 실무에서 벌써 물러나서 관리자로서의 역할만 커지고 있음
5. 업무 강도가 엄청 센데, 그걸 당연시하는 분위기. 그리고 나도 그렇게 변해감


쭈욱 써놓고 보니 장점이 엄청났다. 자유로운 분위기! 인정받는 나!!! 오오.. !! 언뜻 보면 왜 그만두나 싶을 정도였지만ㅋㅋㅋ 단점이 엄청나게 치명적이었다. 배울 것이 없다는 것, 실무에서 물러난다는 것.


새로운 기술과 미디어가 계속 나오고 쉴 새 없이 변화하는 이 업계에서, 연차가 쌓이는 만큼 경험이나 경력이 쌓이는 직군도 아닌데,  실무에서 멀어지는 것은 곧 감을 잃는 건데!  어린 나이에 벌써 실무를 놓고 싶지는 않았다. 일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자꾸 미팅 가면 이상한 소리만 하고 도움은 되지 않던 내가 제일 싫어하던 상사들처럼 되고 싶지 않았다. 아직 어린 내가 뭐든지 다 아는 것처럼 떠들고 다니는 것도 웃긴다고 생각했고... 아직은 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 절실했다. 


그래서 이직의 기준은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은 장점은 딱히 없었다. 동료 들은 어차피 내가 선택할 수 없는 부분이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산 건 오래 다닌 상 같은 거니까. 그래서 이직할 때 기준은 내가 이직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계기들과 + 지금 회사에서 참을 수 없는 단점을 우선으로 고려했다. 

1. 콘텐츠를 메인으로 할 수 있는 곳으로 가겠다 

2. 하던 일이라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PR) 에이전시는 절대로 가지 않고 인하우스로 가겠다 

3. 에이전시를 가야 한다면, 광고나 디지털이나 아예 베이스가 다른 곳으로 가겠다 

그럴싸해 보이는 자리라고 하면 무작정 이력서를 넣던 이직 희망자에서 이제는 좀 따져보고 골라서 넣기로 했다. 그리고 헤드헌터들의 연락이 계속 오는데... 



두 번째 이직의 기록(2)으로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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