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은 또 다른 상상을 만든다
밤새 후회하던 일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것은 말이지.
식탁 위에는 선물 받은 간식들이 무심히 쌓여가고 있다. 하루에 한 개씩 clear 하기로 했다.
예배 끝나고 스타벅스에 앉아 여전히 뱅쇼를 마시고 있다. 당분간 뱅쇼사랑은 계속될 듯하다. 아르바이트하는 베이커리카페에서 엄마 주려고 산 슈톨렌을 먹어치우는 중이다. 크리스마스도 가까이 와서 엄마한테 가려고 문자를 보내놓았으나 하루 종일 교회에서 놀 예정이므로 오지 말라는 간단한 답이 왔을 뿐이다. 아빠는 교회 안 다니시니 그럼 집에 혼자 있겠지만 아빠한테 간다고 연락은 안 하기로 했다.
집에 와서 따뜻한 카모마일차 마시는 중이다. 금요일 밤에 감기가 다시 된통 걸린 듯하다. 이젠 신경도 안 쓴다. 약도 잘 안 먹는다. 콧물약은 정말 기절하게 하는 재주가 있다. 푹 자고 일어났는데 새벽 6시밖에 안 되었다. 설거지하고 빨래 돌리고 냉장고를 뒤지고 있다. 오늘 좀 예민해져서 계속 투덜거리는 중이다. 고만하자!! 자꾸 이럴 거야? 좋은 날? 응? 떼끼!
기분전환을 위해 홍반장이 잘게 다져준 양배추 한 통 그리고 마요네즈, 설탕, 식초를 준비한다. 유튜브에서 코울슬로 레시피를 보고 시작한다. 레시피에는 없지만 왠지 소금이 조금 들어가야 할 듯해서 조금 넣어줬다. 예전에 친구가 넌 왜 레시피를 안 따라 하냐고 물었었다. 모르겠다. 요리에 대한 근자감 이런 거 있는 거 같다. 커다란 jar병 두 개에 한 가득이다. 당분간은 코울슬로가 밥이 될 거 같다.
2018년 사진첩을 보다가 너무도 슬펐던 그해 크리스마스를 기억한다. 아이러니하게 그해 크리스마스트리는 너무 예뻤다. 트리장식을 하고 바로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했었다. 얼마 전 병원 동기로부터 연락이 왔다. 12월 1일이 병원에 입원한 날이다. 며칠 동안 창가의 커튼을 치고 잠만 잤던 거 같다. 입원하는 날, 옆 침대에 있는 환자만 보호자가 있어 밤에도 같이 자면서 계속 코 골아 신경도 쓰이고 잠도 잘 못 자고 있어 밤새 빨리 건강해져서 퇴원하길 간절히 기도했다. 다음날 옆에 있던 환자는 자기가 여기 왜 있는지 모르겠다고 서둘러 퇴원을 했다. 놀랍기도 하고 그렇지만 다음 환자가 누군지 모르니 커튼 속에서 잠만 자다가 며칠 동안 가끔 이야기하는 거 듣고 나서야 일어나 커튼을 열었다. 커튼 밖으로 보이는 8차선 도로 위엔 하얀 눈이 엄청 쌓여있었다. 난 여행을 와서 어느 호텔에 있다고 상상하면서 멍하니 서있었던 거 같다.
그때 크리스마스트리의 알록달록 전구는 몇 해 전에 망가져 많이 사라졌고 다윗의 별도 사라졌다.
후회가 가득했던 밤에 대해 써보기로 하자. 며칠 전 송년회장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이불 킥하던 밤이 지나고 아픈 머리와 잠을 못 자서 멍한 채 아르바이트에 갔다. 시험감독을 하기 위해 올라오기 전에 무인 편의점에 들러 뜨거운 꿀생강차와 뜨거운 라테를 샀다. 앉자마자 연거푸 2개를 다 마셨는데도 끄떡도 없다. 졸리다... 춥다... 옷을 입었다 벗었다 다리를 꼬았다 풀었다 이렇게도 하고 저렇도 해도 찌뿌둥한 몸과 아픈 머리는 너무 괴롭다. 다행히 그제 밤에 옆 회원이 준 핫팩이 기억이 났다. 뜨겁게 흔들어 겨드랑이에도 꼈다가 무릎 위에도 놓았다가 허벅다리 밑에도 넣었다. 하여튼 부스럭거리고 엄청 방해하면서 어쩔 수 없이 계속 그러고 있었다. 게다가 그 생각이 멈추지 않고 또 괴로워 안 되겠다 싶어 점심 먹고 올라와 바로 문자를 썼다.. 길게.. 여러 번 읽어보고 그리고 보냈다. 편의점에서 사 온 미에로파이버를 벌컥벌컥 마시고 커피땅콩을 와그작거리며 씹는다. 다 먹고 나서 가방을 뒤지고 있다. 마음을 넣지 않고는 그날의 일을 설명할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속마음을 이야기했다. 좀 찌질 해 보여도 어쩔 수 없다.
가끔 그런 매뉴얼이 있으면 좋겠다. ‘인간관계 속 덜 찌질해보이는 법 이런 거’. “아 몰라” “답 없어도 몰라” 본격적으로 감독에 집중해야 할 시간이 되어 잠시 생각을 멈추고 있는데 답 문자가 왔다. 답이 와서 다행인데 장난이었다는 말에 정말 할 말을 잃었다. 어떻게 그렇게 진지하게 장난을 할 수가 있지? 오히려 미안하다고 한다. 순간 나는 진짜 이상한가. 농담도 장난도 못 알아듣고 혼자 진지해져서 심각해지는 거 있긴 하지만 멍할 뿐이다.
어쩌지..
괜히 말했다.
그래도 Merry Christmas!!
부디 행복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