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우리를 타임슬립하게 한다
해마다 겨울이 되고 12월이 가까이 오면 언제나 나는 그곳에 가게 된다.
아마 초등 정도 나이일 때 성탄절 전에는 좀 설레고 티는 못 내지만 마음이 콩닥거리는 날들이 계속된다. 좋은 기분이 입술 끝을 살짝 올리며 눈도 반짝거리면서.. 볼도 빨갛고. 학교 끝나고 지하에 있던 교회에 가면 난로를 켜놓아 따뜻한 공간 안에서 성탄 장식하는 걸 보다가 몇 개 정도는 시키는 거 만들어도 보고 이야기하는 거 듣기도 하면서 말은 안 하고 있어도 그냥 좋다. 내가 거기 함께 있는 게 너무 좋다. 12월이 되면 엄마는 우리를 데리고 산에 가서 나무 하나를 구해 온다. 어떻게 구한 건지는 못 가르쳐 준다. 그리고 그 나무를 화분에 심고 그 초록 가지에 반짝이는 줄도 감고 산타나 동그란 색색의 구슬을 달아 놓는다.
시간차로 반짝이는 불빛은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번갈아가며 빛나고.. 특히 성탄절 전날 밤에는 엄마가 난로 위에 커다란 주전자를 얹고 귤차나 수정과 같은 차를 끓여 그들을 기다린다. 교회 언니 오빠들이 대문 밖에서 찬양을 부르고 엄마는 들어오라고 해서 차도 마시고 준비한 선물(아마 청년들 먹으라고 준비한 먹을 것들)을 들려서 배웅한다. 난 부끄러우니까 그들의 북적이는 소리를 듣고 같이 설레는 밤을 보낸다.
크리스마스 며칠 전부터는 TV에서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이나 예수님에 대한 영화를 계속해 준다. 동생들은 잠들었지만 난 그걸 끝까지 보면서 울기도 하고, 아빠의 양말을 머리맡에 조르륵 놓고 잠든 네 딸들과 다음날 아침에 무엇을 넣어줄지 기대했던 마음과는 달리 새우깡.. 특히 맛동산.. 으... 실망 실망.. 그래도 해마다 계속 기대하는 선물이 있다. 음식 만들기에 진심이신 엄마와 음식 먹기에 진심인 우리 가족에게 겨울밤은 정말 다람쥐처럼 볼이 통통 해지는 최고의 시간이다.
내가 청년이 되고 누군가의 집 대문 앞에서 초를 들고 찬양을 하고 받아 온 케이크와 과자들을 가지고 교회에 모여 놀던 다음날 새벽예배에선 졸며 앉아있던 우리들이 그렇게 기다리던 날들.
Merry Christmas!!!
온누리에 평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