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3도의 아침 공기가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겨울이 주는 일상에 대한 고찰: 운동은 왜 하나? 김장은 왜 하나?

by Mayrain



올해는 봄 그리고 바로 겨울이 된 듯하다. 시간이 점프한 것 같다. 건너뛴 건 아닐 텐데 기억이 점프했다. 시간이 빨리 갈 때 프랭크를 하면 시간이 천천히 간다고 들었을 때는 그럴 수 있나 시큰둥했지만 좋은 충고인 것 같다. 아마 시간이 빠르게 간다는 건 뭔가를 몰두해서였을 수도 있고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였다는 것도 있으니 일단 믿기로 하자.


어젠 PT 36번째 날이었다. 스무 번까지는 PT 가는 날의 숫자를 세며 가다가 어느새 숫자도 잊어버리고 그냥 가고 있다. 올해 가장 잘한 일과 좋은 일은 운동 시작한 것과 사부님을 만난 것이 아닐까 한다. 3월 벚꽃을 보러 경주 여행 가기 전날에 온 코치님의 전화가 나에겐 꽤나 기억에 남는 대화였던 거 같다.


PT코치님의 전화번호 저장해 놓으라는 말이 그 짧은 말이 왠지 좋았다. 뭐랄까 짧지만 확실하고 선명하고 간단하고 정확하면서도 자신감이 있는데 또 거만하지 않고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담백한 이런 느낌으로 게다가 차분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까지. 너무 칭찬한 거 같지만 이 느낌 그대로 나는 코치님과 즐거운 운동생활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리저리 다니는 거에 비해 사람은 오래오래 만나도 질리지 않는 건 신기하다. 물건이나 특히 옷은 잘도 버려도 사람은 잘 안 버린다. 버린다는 표현이 그렇지만 관계를 쉽게 놓지 않고 그들의 삶에 대한 존중을 가지고 있는 건 맞다. 왜냐면 내가 소중하듯 타인도 소중한 건 맞으니까.


바벨스쿼트를 하고 있다. 요샌 머리가 아닌 몸만 가지고 운동을 한다. 몸은 따라 하는데 생각은 안 하는듯하다. 다시 몸과 생각이 한 방향으로 쓰이는 삶으로 돌아가길 바래본다. 자꾸 이불속에 있으니 점점 몸을 안 쓰게 되는 것 같아서. PT를 끝내고 늦었지만 수원역에 가야 해서 만두 사려고 기다리는 중이다. 다행히 문을 닫지도 다 팔리지도 않아 3분이면 된다고 한다. 길가에 깜빡이 켜고 만두가 쪄지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나는 구름 속에 있다... 흐흐.


만두를 받아 차 안에 앉자 참을 수 없는 만두 향기가 난다. 딱 4개만 먹기로 한다. 새우 4개와 김치 4개... ‘고만!!! 젓가락 내려놓고 덮어!! 비닐봉지에 넣어!!!’ 오늘은 마음속에서 왜 어두움이 떠나지 않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도대체 그 실체가 뭔지 어디서 오는지 알아봐야 한다.


피아식별!!! 의 시간이다.


잠이 슬슬 온다. 좋다. 엄마가 전화하셨다. 김치 해 놓으셨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언제 오냐고 물으신다.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와서 가져가야 한다고, 냉장고에 자리가 없다고, 내일 가기로 한다.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면 마음도 보여서(정직하게 말하면 김치가 안 필요한 게 아니라 김치를 담글 힘도 시간도 없어서 안 한다 한 게 크다. 솔직히 말하지 못했던 거, 내가 못할 거 같으면 아예 안 하는 거 같다. 그냥 부탁은 못 하는 거) 나중에는 이 사랑이 몹시도 그리울 거다. 사랑은 사랑이 있을 때는 잘 모른다. 사랑할 수 있을 때 많이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을 때 사랑을 받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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