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구원해준 식기세척기

나의 일상을 바꾼 기술이나 발명품

아이를 낳고 바쁜 남편을 뒤로하며 홀로 육아와 살림을 도맡았던 시간들이 꽤 된다.

그중 설거지는 집안일 중 나의 육체와 정신을 가장 피폐하게 했던 중노동이었다.

아이가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설거지는 기하급수적으로 그 양이 방대해졌다.

출산을 하고 시큰한 팔목과 무릎은 살림과 육아에 적신호를 주었다.

남편이 물을 마신다며 새 컵을 꺼내기라도 하면 마음속에서 분노의 파도가 일렁거렸다.

먹고살아야 하기에 우리가 먹을 요리라도 하는 날에는 그릇들을 닦아대느라 한 시간여를 개수대 앞에 서 있었다. 고역의 시간들이었다. 힘듦을 떠나 고통이었다. 급기야 깊은 한숨을 시도 때도 없이 습관처럼 내뱉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던 중 이사를 하면서 남편의 제안으로 식기세척기를 들였다.

차츰 그도 집안일에 동참하기 시작하면서 설거지가 고통과 인내가 필요한 일임을 깊이 깨달았던 것 같다.

식기세척기가 생긴 뒤로 늘 날이 서 있던 마음이 조금씩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아이와 남편에게 어느 정도 자비로워졌고 요리를 하면서 설거지 걱정에 멈칫거리지 않는 대범함이 생겼다. 남편이 컵이며 접시를 마구 꺼내 써도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일은 다시는 없었다.

집에 손님이 놀러 와도 설거지 때문에 그 귀한 만남이 부담되지 않았고 동생들과 ‘이번엔 어느 집에서 모이려나’라는 눈치 게임에서도 해방되었다. 식기세척기는 그야말로 끝이 안 보이는 중노동으로부터 나의 일상을 구원해 준 따뜻한 한줄기 빛이었다.

더불어 설거지 시간을 줄여 내 소중한 가족과 눈맞춤을 한번이라도 하게 해준 고마운 발명품.

나의 영원한 동반자!     

이미지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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