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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Dec 01. 2022

짐꾼인생 스타트

저렇게 마음을 먹고 2년이 안 되게 유학을 준비해서 결국 가게 됐다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좋으련만 역시 인생의 고난은 뫼비우스 띠처럼 계속 된다. 그 안에 영어공부한 썰, 아이엘츠만 6번 본썰, 자소서 쓰는데 두달 걸린 썰 등… 또 다른 복병들이 많았지만 어쨌든 이 모든 걸 물리치고 합격한 내 자신 칭찬해, 도 잠시. 합격 발표가 늦게 나서 한달도 안되서 영국갈 준비를 하게 됐고, 정말 그때 시간은 총알 탄 사나이마냥 흘러갔던 것 같다.

 

눈 떠보니 D-DAY 실화? 짐을 다 챙기고 보니 과장을 보태어 내 키 반만한 백팩을 메고, 3단 이민 가방에 28인치 캐리어와 함께 이 여졍을 시작하게 되었으니, 안 그래도 삐쩍 마르고 힘도 없는데, 백팩을 메니 벌써 휘청인다. 거기다가 설상가상 3단 이민가방 어쩔… 이렇게 큰 이민가방을 데리고 가야하는데, 이게 무시무시하게 힘든 일이란 걸 그 디데이날 알게 된 것.


돌이켜보면 안 챙겨도 됐었지만, 결국 챙기고야 만, 그런 계륵 같은 존재들 때문에 짐은 더욱 무거웠는데 일례로 내가 만든 독립출판물들과 매거진, 혹시나 공부에 도움이 될만한 책들을 취합해 가져갔다…. 한 책만 20권 가져간듯..(왜그랬니 내자신….). 여러분… 책은 절대 가져가지 마세요. 정 필요하다면 택배로 붙이세요…. 그러나 사실 결과적으로 이 책들 덕분에 나중에 어깨가 으쓱하는 사건도 있어서 안가져갔으면 또 그걸로 후회했을 거다. 어쨌뜬 이 이야기는 투비 컨티뉴..


그리고 내가 추위를 너무 많이 타기 때문에 충전식 손난로와 충전식 배찜질기를 챙겨갔다. 이것 또한 무게가 상당하다는 거… 하지만 영국에서 요긴하게 쓰였기 때문에 또 가져갈 필요가 없다고 말을 못하겠네.. 충전식 손난로는 특히 외국애들이 보고 자기들도 사달라고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아이템.


이리 무거운 걸 꽊꽉 채워넣었으니 휘청대는 것은 당연지사. 그리고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 당시 우리 가족 아무도 오지 않았는데, 평일이기도 했고, 뭐 대단한 일 하러 가는 거 마냥 온가족이 출동하는 것도 웃기고 해서 오지 말라고 했는데 그역시 잘못된 선택이었다. 내가 사는 집에서 짐을 내리는 것부터가 레벨 만렙 수준의 어려움이라는 걸 왜 실제로 해보고 나서야만 깨달을까.. 집앞에 짐을 내놓는 순간부터 아, 내 짐은 잘못됐다…. 라는 생각을 감지하게 되는데...

 

대략 백펙 12kg, 캐리어 27kg, 이민 가방은 지금 정확히 무게가 기억이 안나는데 당연히 10kg은 족히 넘었을 거다. 앞서 말도 안되는 무거운 책과 기기들을 챙기는 바람에 익히 50kg이 넘는 무게를 나혼자 컨트롤해야 했고, 이는 내 비루한 채력으로선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 생각은 더욱 나를 공포와 두려움으로 몰아넣으며 이 짐 하나 컨트롤 하지 못하는데 내 인생을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으로까지 번지게 하며 이쯤에서 그만해야하나...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만들었지만, 실제 공항까지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진심이었다.


다행히 당시 만났던 택시기사분과 공항버스기사님이 하나같이 친절하게 짐을 받아주시고 내려주셔서 참으로 고마웠던 기억이 있다. 도대체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지금 바리바리 챙겨서 영국을 가고 있나, 라는 생각이 멈추지 않는 가운데 수속 역시 다른 이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짐붙일 때 내 짐을 일일이 들어주던 이름 모를 외국인, 약간의 짐 무게 눈 감아준 지상직 직원 등… 그들의 노고와 친절로 온 몸에서 짐을 훌훌 털어버린 순간, 허기가 몰려왔다. 어디 더 멀리 가고 싶지도 않고 그저 공항 수속이 끝난 곳에서 가장 가깝던 롯데리아로 향했다. 그중 가장 느끼한 게 먹고 싶어 치즈버거를 시켰다. 이로써 한국 땅에서 먹는 마지막 식사가 이렇게 하찮게 결정되었다. 안녕 코리아, 안녕 한국의 열매.   

롯데리아 기념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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