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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쌤 Mar 19. 2023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동네 학원 영어강사로 살아남기 45


졸업생은 잘 가고, 신입생 어서 오고!

2023년 3월, 개강을 하고 한숨 돌리니 벌써 3월 중순이다. 토요일에 주말 고등부 수업을 몰아서 시간표를 짜다 보니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쉴틈 없는 연강을 한다. 이번에 신규생이 좀 있다 보니 신경이 쓰여서 토요일에 일과를 마치고 나면 거의 녹초가 된다 


마지막 타임 고1 수업을 마친 오후 7시 20분. 혹시나 학생들이 깜빡할까 싶어 메시지로 숙제를 한번 더 남긴다. 이것도 해오고~ 저것도 해오고~ 다음 주에 모의고사도 잘 치고 연락해~ 습관적 잔소리와 오늘도 힘든 하루를 씩씩하게 이겨낸 아이들에게 건네는 응원 한마디. 오늘도 고생했다.


할 일을 다 했으니 퇴근해야지, 책상 정리를 하려고 휴대폰을 내려놓는데 울리는 메시지 하나 


'수고하셨습니다♡'


마음을 전하는 한 줄은 이토록 강력하다. 






  학생들을 처음 만나는 시간에 '나는 이 수업 시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수업준비를 열심히 해올 거고, 더 쉽게 설명해 주기 위해서 애를 쓸 거고, 너희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거라고. 그러니 너희도 그러길 바란다고. 

초등학생들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중학생들은 어쩐지 약간 부담을 느낀다. 고등학생들은 그냥 하는 말인지 정말로 최선을 다할 건지 보고 판단하겠다는 얼굴을 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업관련해서는 농담하지 않는 선생님이라는 것깨닫는다. 나를 믿고 고3까지 눌러앉아 있는 아이들을 보면 내가 잘해야지 하는 생각밖에 안 든다. 나는 그냥 그런 강사다. 


  아이들이 다 하원하고 나서야 한숨을 돌리는데 K의 메시지를 보고 오늘 힘든걸 다 잊어버렸다. 다 큰 어른인 나도 너희의 한마디에 힘을 얻는데 너희는 오죽할까 하는 생각을 한다. 

매일매일 단어 외우는 거, 하기 싫은 숙제해내는 거, 학원 오기 싫은데 시간 맞춰 오는 거, 수업시간 내내 집중하려고 애쓰는 거. 학생들이 매일 하려고 노력하는 행동들 중에 쉬운 것은 하나도 없다. 나는 그걸 알고 있고 학생들에게 자주 말해준다. 오늘도 어려운 것들을 해낸 자기 자신을 칭찬하라고. 오늘도 해냈어. 잘했어. 


사람은 좋은 말로 움직인다. 충격요법은 충격만 준다. 부정적인 말로 사람을 근본적으로 움직일 수 없다. 나는 사람을 움직이고 지탱하는 말에 관심이 많고 그걸 한결같은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믿는다. K의 메시지 한 줄에 나는 오늘 내가 어떤 말을 했나 돌아본다. 내일은 좀 더 칭찬해 줘야지. 좀 더 응원해 줘야지. 자주, 구체적으로 격려해 줘야지. 하면 된다고 믿음을 심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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