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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Jan 28. 2020

영화를 보고 書 책을 보고 書
"동방불패"

"동방불패"


어떤 사람을 떠올렸을 때 대표되는 이미지가 있다면 그건 장반단반이다. 그만큼 강렬했고 그만큼 구속이 된다. 그래도 인생 살면서 대표 이미지가 있다는 건 좋은 것이다. 강렬함이 더 기억에 남으니까.


동방불패를 보기 전에 임청하라는 배우에 대해 잘 몰랐다. 이연걸은 알고 있었다. 그 당시 비디오 가게에 황비홍 없는 가게는 없었다. 가게 벽 쪽에 붙어있는 각종 포스터에서도 상단에 위치할 만큼 인기 있었던 영화고 이연걸 역시 유명한 스타였다. 임청하는 알고만 있던 배우였다. 내가 알기론 내 앞의 세대에서 더 유명했던 배우였다. 그런 임청하를 수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스타로 만들어 준 영화가 바로 동방불패다.


원작 소설이 있었지만 소설보다 더 유명해진 영화며, 정확히 말하면 그전에 개봉한 소오강호의 속편 격인 영화다. 난 소오강호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동방불패를 먼저 봤기 때문이다. 동방불패에 나온 배우들의 이미지가 강해서 그전에 개봉한 영화에 대한 기대가 많지 않았다. (극 중 이름은 같지만 주연 배우들이 다르다)



강호를 떠나기로 마음먹은 영호충(이연걸), 무림 비급인 규화 보전을 얻어 최고의 무공을 익힌 동방불패(임청하), 동방불패의 배신으로 옥에 갇힌 아버지 임아행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임영영(관지림), 그리고 사형을 따라 같이 강호를 떠나려 하는 사매 악령산(이가흔). 

최고의 무공을 얻는 대가로 남성을 버린 동방불패는 일본의 세력과 합세해 명나라를 치려는 계획을 세우지만 얽히고설킨 영호충과의 인연으로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하고...



무협영화이지만 영화 속에 인생사의 덧없음과 권력에 대한 끝없는 집착, 그리고 안타까운 사랑도 다 녹여낸 명작이다. 강호의 허무함과 비열함을 끊어내고자 강호를 떠나는 주인공. 그런데 강호라는 것이 어떤 형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지역 구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순수하게 무예를 추구하는 곳이 강호일 텐데 강호마저 인간의 비열함과 권력욕에 사로잡혀 혼탁해지자 주인공은 강호를 떠난다고 한 것이다. 뚜렷한 경계가 없고 이상적인 무와 예를 추구하는 곳이 타락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인간 본연이 갖고 있는 탐욕을 경계하자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한다. 영화 속 소수 민족의 교주인 임아행이 동방불패가 죽고 난 후 그에게 동조했던 세력을 제거하는 것은 인간의 권력욕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통치자만 바뀌었을 뿐 그 밑에서 고생하는 다수의 생활이 크게 바뀌진 않았을 것 같다. 


무겁고 복잡한 얘기 말고 이 영화에서 제일 중요한 건 바로 주인공의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 아닐까

이렇게 마시면 버리는 게 더 많다...


무림 비급을 얻기 위해 트랜스를 선택한 동방불패는 결국 취향도 트랜스 해버렸다. 어렸을 적 봤던 영화라 영화의 극적인 요소로만 봤던 부분인데 지금 생각하면 이것이 사랑이라면 그건 순전히 임청하 때문이다...


흩날리는 꽃가루가 열일했다. 

감정의 세세한 변화를 영화에서 보여주지는 않지만 뿌연 화면과 슬로 화면에 담긴 이연걸과 임청하의 비행은 참으로 아름다운 장면이었고 남자 이연걸이 아닌 순수한 사람 이연걸에게 빠져든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말 안 해줄 거예요. 당신이 영원히 날 기억하게...

절대무공을 얻었지만 좋아하는 사람의 감정을 얻지 못한 임청하가 마지막에 웃으며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장면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다. 아스라하고 신비로운 영상과 가슴에 남는 음악까지. 이 영화의 결정적 장면이 아닐까 한다.


동방불패 이후 남녀 주인공의 비극적이지만 가슴 시린 인연을 강호라는 배경에 녹여낸 영화들이 많이 나왔다. 식상할 수도 있었지만 그 당시 인기 배우들은 무협영화를 꼭 찍었기에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대환영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은 한결같이 OST가 좋은 영화다. 그만큼 영화를 볼 때 음악이 주는 힘이 크다. 영화의 흐름에 잘 어울리는 OST들로 가득 차 있는 영화가 동방불패다. 


영화에 자주 나오는 '창해일성소'는 듣자마자 아~ 이 노래!라는 말이 나올 것이다. 극 중 배우들에 맞는 버전들이 있어 같은 노래를 다른 느낌으로 들을 수 있다. 임청하 주제곡이라 할 수 있는 '경심'도 유명하다. 그 외에도 많은 명곡들이 있으니 꼭 한 번씩 들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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