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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민철 Aug 08. 2019

마켓컬리는 지속가능한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손익계산서로 살펴 본 마켓컬리의 미래

배달의민족, 쿠팡, 토스 등 스타트업들도 이제는 감사보고서를 발표한다. 그 중에서도 비즈니스 성적표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의 손익계산서는 미디어를 통해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모든 스타트업이 흥미로웠지만 그 중에서도 전지현 광고로 더 유명해진 마켓컬리의 성적표를 가장 먼저 살펴봤다. 개인적으로는 컬리라는 브랜드가 처음 탄생했을 때부터 관심있게 지켜봐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켓컬리의 성적표는 어땠을까?   

마켓컬리 손익계산서(% : 매출액 대비)


16년 173억이었던 컬리의 매출은 17년 465억으로 2배 넘게 성장했고 작년에는 1,572억으로 무려 3배 넘게 성장했다. 정말 화려한 수치다. 그러나 정장 컬리는 돈을 한 푼도 벌지 못했다. 매출액에서 원가와 관리비용을 차감한 영업이익은 16년 -88억에서 17년 -123억으로 적자가 늘어났고, 18년에는 무려 -336억으로 2배 이상 확대됐다. 아직까지 손해보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미래의 수익성을 내다보고 가치를 평가하지 않는가. 그렇기에 컬리가 당장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고 해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해당 실적을 발표 한 며칠 뒤 한 글로벌 벤처캐피탈은 "성장 가능성이 크다"며 마켓컬리에 1천억 원을 투자했다. 현재 시장에서 마켓컬리의 기업가치는 6천억 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마켓컬리는 왜 계속 적자일까?   


그렇다면 마켓컬리가 계속 적자를 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애초에 수익을 내기 힘든 비즈니스인 것인지 아니면 지금은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계획된 적자를 내고 있는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컬리의 매출원가를 살펴보면 16년 133억에서 17년 339억 그리고 18년 1,143억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는 당연한 결과다. 컬리처럼 상품을 판매하는 회사는 상품을 많이 팔수록 그만큼 상품에 대한 원가도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매년 매출이 2배 이상 성장했으니 매출원가도 그정도 증가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이를 제대로 분석하려면 절대적인 수치인 매출원가가 아닌 상대적인 수치인 매출원가율(%)을 봐야 한다. 컬리의 매출원가율은 16년 76.93%에서 17년 72.89% 그리고 18년 72.80%로 시간이 갈수록 개선되고 있다. 컬리 매출원가의 대부분이 상품의 재고로 인해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17년 이후 어느정도 재고관리가 안정화됐다고 볼 수 있다.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차감한 매출총이익이 컬리가 쓸 수 있는 일종의 총알 같은 것이다. 총알이 충분해야 공격도 마음껏 할 수 있듯이 기업도 매출총이익이 충분해야 적극적으로 사람도 채용하고 영업도 하고 마케팅도 할 수 있다. 컬리의 매출총이익은 16년 40억에서 17년 126억으로 18년 427억으로 증가했다. 이제 컬리가 이 총알을 어디에 썼는지 알아 볼 차례다.


마켓컬리의 판관비 계정별 비중 변화(단위 : %)


위 그래프를 보면 최근 3년 동안 컬리가 어디에 돈을 썼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인건비, 기타경비, 지급임차료, 운반비의 비중은 매년 감소하고 있고 지급수수료는 6%대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포장비와 광고선전비는 판관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바로 이 포장비와 광고선전비가 적자의 주된 원인이자 앞으로 컬리가 흑자 전환을 하기 위해 관리해야 할 항목이라고 할 수 있다.


조금 더 살펴보면 컬리의 포장비율은 16, 17년에 8%대를 유지하다가 18년에 11.3%로 증가했다. 마켓컬리의 포장비율이 높아진 이유는 컬리의 신규고객 유치 정책 때문이다. 컬리는 예전부터 첫구매고객 대상으로 '100원 상품'을 판매해왔다. 만원 정도 하는 상품을 신규회원에게는 100원에 판매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각각 만원인 A상품과 B상품을 판매한다고 해보자. 그리고 이 상품을 포장하는데 총 200원이 든다고 가정해보자. 상품 2만원어치를 포장하는데 200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신규고객에게 A상품을 100원에 판매했다면? 상품 10,100원어치를 포장하는데 200원이 필요하다. 할인 행사를 하면 포장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18년도 포장비가 급등한 이유는 컬리의 광고선전비와도 관련이 있다. 컬리의 광고선전비율은 16년 3.64%에서 17년 5.12% 그리고 18년 9.42%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초창기 컬리의 마케팅은 큰 비용이 들지 않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 중심으로 진행됐다. 그러다 18년부터 전지현을 모델로 대대적인 광고를 진행했는데, 이 때문에 광고선전비가 오른 것이다.


18년 초까지만해도 마켓컬리는 누구나 아는 브랜드가 아니었다. 그러나 전지현을 모델로 한 매스마케팅은 컬리를 누구나 아는 브랜드로 만들었다. 컬리의 신규회원은 최근 몇 달 새 급증했다. 전지현이 컬리를 광고한 이후에만 100만 명 정도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바로 이 늘어난 신규회원이 포장비율을 증가시킨 것이다. 컬리에게 신규고객이 많아졌다는 얘기는 1만원에 이르는 상품을 100원에 판매한 횟수도 많아졌다는 얘기다. 애초에 광고를 할수록 포장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마켓컬리의 100원 마케팅


   마켓컬리 흑자전환 가능할까?   


마켓컬리의 주요 판관비 항목

마켓컬리가 흑자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매출을 꾸준히 증가시키면서 광고선전비율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컬리의 비용 중 가장 큰 항목은 광고선전비, 포장비, 운반비다. 이 셋 중에서 광고선전비율만 낮추면 포장비율과 운반비율도 낮출 수 있다. 앞서 설명한대로 광고를 줄이면 신규고객이 줄고, 포장비율은 낮아질 것이다. 적어도 11.3%까지 올라온 포장비율을 다시 8%대 수준까지는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운반비율도 꾸준히 낮아지고 있지만 더 낮아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마켓컬리는 신규고객에게 배송비를 받지 않는다. 만원어치를 구매하든 10만원어치를 구매하든 상관 없이 첫구매라면 모두 무료배송이다. 이러한 정책은 신규고객의 객단가를 낮춘다. 기존고객은 45,000원 이상 구매해야 무료로 배송을 받을 수 있기에 가능한 한 번에 많이 구매하려고 하겠지만 신규고객은 그렇지 않다. 가능한 적게 구매하여 무료배송 혜택을 받으려 할 것이고, 첫 구매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려고 할 것이다. 기존고객의 객단가가 40,000원이라면 신규고객의 객단가는 2~3만원일 가능성이 크다(실제로 컬리의 객단가는 7만원이 넘는다).


한 번 배송할 때마다 드는 배송비는 누구에게나 똑같은데 신규고객은 이 배송비를 내지 않는다. 예를 들어 배송비가 2,500원이라고 해보자. 기존고객 A는 45,000원어치를 사고 무료배송을 받았다. 반면 신규고객 B는 30,000원어치를 구매하고 무료배송을 받았다. 배송비율로 보자면 A는 5.5% B는 8.3%다. 광고를 보고 컬리에 들어온 신규고객이 많아질수록 운반비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광고를 줄이면 포장비율뿐만 아니라 운반비율도 낮출 수 있다.


마켓컬리의 광고


   마켓컬리는 지속가능한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마켓컬리의 월매출이 300억을 돌파했다고 한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매출 4천억 원은 거뜬히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원가와 관리비를 철저하게 관리해도 사실 수익이 나기 어려워 보인다. 인력을 타이트하게 운영하고 규모의 경제를 키워 포장비율과 운반비율을 최저 수준으로 관리하고, 매스마케팅을 중단하고 최소한의 마케팅만 운영해야 정말 흑자 전환이 가능할까말까 한 수준이다. 거기다 쿠팡, 신세계, 롯데 등이 새벽배송 시장에 진출하며 경쟁 또한 심화되고 있다. 여러 각도로 살펴봐도 쉽지 않다.


이런 상황 속에서 컬리는 이제 수익성을 확보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기업의 규모가 충분히 커진 상황에서 계속된 적자는 외부에서 마켓컬리가 정말로 돈이 되는 비즈니스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하고 이러한 의문은 컬리가 엑싯(Exit)하기 위해 제거해야 할 요소이다. 만약 엑싯할 생각이 없다면 당연히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할 것이다.


결국 마켓컬리는 매스마케팅을 점점 줄여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 않고서는 수익 실현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향이 가능한 이유는 마켓컬리의 높은 재구매율 덕분이다. 이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마켓컬리의 이용자수다. 앱애니(App Annie)라는 앱 분석 서비스에서 마켓컬리를 찾아봤다. 마켓컬리 앱 다운로드 수는 19년 1월을 정점으로 우하향하는 추세다. 반면 마켓컬리 앱 실사용자 수는 줄지 않고 우상향하는 추세다. 다운로드 수는 줄어드는데 실사용자 수는 늘고 있다. 이는 마켓컬리에 대한 고객의 충성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며, 신규고객 비중은 줄고 기존고객 비중은 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런 흐름으로 봤을 때 광고를 줄이더라도 컬리의 매출은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모든 판관비를 최소화해도 수익이 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 문제다. 그렇다면 컬리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다. 원가를 줄이는 것. 72.8%의 원가율이 현재로써는 최선으로 보이지만, 다른 비용을 줄이는 것보다 원가율을 조금 낮추는 것이 훨씬 임팩트가 크다. 그렇기에 점점 유통 파워가 강해질수록 컬리의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원가 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매스마케팅을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는 현재, 컬리의 다음 감사보고서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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