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철가방이 고려대 강단에 서기까지
1990년대에 고려대학교를 다녔던 학생이라면 철가방 번개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때만 해도 자장면 배달부라는 직업은 그다지 인식이 좋은 직업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기에 당시 배달부들은 자신들이 철가방이라는 사실을 부끄러워했고 얼른 다른 직업을 찾으려고 했었습니다.
그러나 고등학교를 중퇴한 철가방 번개는 훗날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에서 세계 최고의 배달부로서 강의까지 하게 됩니다. 도대체 그는 무엇이 남달랐던 것일까요?
1. 세계 최고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철가방 번개는 처음부터 세계 최고의 배달부가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다른 배달부들은 자신이 철가방임을 부끄러워하며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다녔는데 이와는 반대로 철가방 번개는 오히려 이마를 까고 번개라고 쓰인 흰 띠를 머리에 둘렀습니다.
그리고 번개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당시 고대생들 사이에서는 번개에게 자장면을 시키면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 번개같은 배달을 실천했다고 합니다. 담배를 다 피기도 전에 자장면을 배달할 정도로 빠르게 배달했던 것이죠.
2. 가장 중요한 고객은 누구일까?
당시 많은 중국집들이 프로모션으로 가장 많이 활용했던 도구는 이쑤시개였습니다. 그러나 중국집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은 누구였을까요? 자장면을 먹자고 제안하는 이부장님이셨을까요? 아니면 오늘은 내가 쏘겠다고 하는 김과장님이셨을까요?
둘 다 아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고객은 주문을 하는 총무과 미스김이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미스김에게 이쑤시개가 필요했을까요? 아마도 그녀의 책상 위에는 이쑤시개가 놓여있을리 조차 만무했었을 것입니다.
철가방 번개는 진짜 고객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프로모션을 위해 이쑤시개가 아닌 스타킹을 사용했습니다. 스타킹을 받은 미스김은 다음번에도 철가방 번개가 일하는 중국집에 주문 전화를 걸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3. 발견의 시작은 관찰
우리 생활 속 창의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들은 위대한 발견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위대한 발견은 관찰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철가방 번개는 자장면을 주문한 사람들이 옆 친구의 짬뽕 국물을 함께 나누어 먹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번개는 그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했고 이후 자장면을 주문한 사람들에게 짬뽕 국물을 서비스로 제공하였습니다.
4. 배달부가 자장면 맛을 바꾼다.
고려대학교 주변에서 유명해진 철가방 번개는 교수들의 연구실에도 배달을 많이 했습니다. 보통 교수들은 업무가 많아서 점심시간도 일정하지 않고, 배달이 된다고 해도 자장면을 바로 먹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불어버린 맛없는 자장면을 먹기가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번개는 자장면을 미리 비벼 놓았습니다. 자장면을 미리 비벼 놓음으로써 두 가지 효과를 불러일으켰는데 하나는 자장면이 불지 않아 교수들이 번개의 자장면을 더 맛있게 느꼈다는 점입니다. 다른 하나는 아무리 바쁜 교수라도 미리 비벼진 자장면에서 나는 냄새를 이기긴 어려웠을 것입니다. 냄새는 교수들이 자장면을 도착하자마자 먹도록 이끌었고 이 또한 교수들이 번개의 자장면이 더 맛있다고 느끼게 된 비결이 되었습니다.
5. 철가방 번개에게서 배우는 인생수업
철가방 번개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그가 생각했던 최고의 배달부란 맛있는 음식을 빠르게 배달해 주는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번개라는 타이틀로 스스로를 브랜딩하고 이에 걸맞게 신속한 배달을 했던 것입니다.
요리사가 아닌 배달부가 음식의 맛을 조절할 수 있다고 그 누가 쉽게 생각할 수 있었을까요? 하지만 번개는 달랐습니다. 진정으로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진정으로 원했던 서비스를 받은 고객들은 번개가 배달해 준 자장면의 맛조차 특별하게 느꼈던 것입니다.
*이는 '고려대 철가방'으로 알려진 김대중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