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 스파이더란 무엇인가

쿠팡 인천 26센터 첫째 날 - 6

by 이경



남자 작업자는 나에게 말로 업무를 알려주기보다는 몸으로 직접 보여주었다. 물건들이 가득 쌓여있는 카트 여러 대를 이어 붙인 그는 나에게, “저기 끝에 가서 잡으세요.” 하더니 그대로 카트를 밀기 시작했다. 나는 뒷걸음질 치면서 카트의 방향이 틀어지지 않도록 붙들었다. 그건 마치 대형마트에서 여러 대의 카트를 한꺼번에 정리하는 모습과도 흡사했다.


“저쪽에서 카트가 나오면 이쪽으로 가져오시면 됩니다. 빈 카트는 다시 갖다주면 돼요.”


살펴본 대략적인 업무 내용은 이러했다. 제조업체 등에서 만든 물건이 팔레트에 실려 물류센터에 들어오면, 여러 명의 작업자가 바코드를 찍어 ‘토트(Tote)’라는 바구니에 물건을 싣는다. 그 토트 여러 개를 한 카트에 싣는다. 여기까지가 흔히 말하는 ‘입고’의 업무였다.


그러면 또 여러 명의 작업자가 이렇게 나온 카트의 물건들을 다시 바코드를 찍어 선반에 정리한다. 그리고 이 업무를 ‘진열’이라고 하는듯했다.


그러니까 나는 이 ‘입고’ 처리한 물건을 ‘진열’하는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이런 업무를 하는 사람을 워터 스파이더(Water Spider)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 워터 스파이더냐고? 거미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공정이 물 흐르듯이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업무라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나?


입고 파트에서 나온 카트를 진열 파트로 옮기고, 그렇게 나온 빈 카트를 다시 입고 파트로 옮겨주는 일은 그야말로 단순했다. 그저 카트를 밀고 당기며 왔다 갔다 하기만 하면 되는 일. 역시나 허리를 크게 쓸 필요가 없어서, 무리 없이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다만 이 일도 한 시간 정도를 하고 나니 조금씩 땀이 나기 시작했다. 옮겨야 할 카트 여러 대가 한꺼번에 나올 때는 마음이 바삐 움직였다. 맨손으로 카트를 옮기는데 진열 파트에 있던 한 남성 작업자가 말을 걸었다.


“사원님, 장갑 못 받으셨어요?”


“네, 못 받았는데요.”


“맨손으로 하시면 나중에 손 아프실 거예요. 저쪽에서 장갑 그냥 가져다 쓰시면 돼요. 장갑 끼시고 하세요.”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무심한 듯하면서도 은근히 서로를 챙겨주려는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남자가 가리킨 쪽에는 뜯어진 비닐 사이로 수십 켤레의 목장갑이 있었다. 마침 장갑 주변에는 나를 이곳으로 보낸 관리자가 있어 물어봤다.


“장갑 여기 있는 거 갖다 쓰면 되나요?”


“당연하죠. 저희는 장갑 같은 건 아끼지 않으니까 마음껏 가져다 쓰세요!”


진작 말을 좀 해주지, 하는 아쉬움이 들면서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워낙에 많으니, 관리자들이 하나하나 세세히 알려주긴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류센터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눈치껏’ 움직이는 요령이 필요해 보였다. 그렇게 워터 일을 하면서 ‘목장갑’ 아이템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지원한 쿠팡에서의 업무 시간은 오후 6시부터 새벽 4시까지. 그 사이 밤 10시부터 11시까지는 식사/휴식 시간이 주어진다. 교육을 듣는다고 한 시간, 핸드자키를 끄는 데 한 시간, 카트를 이리저리 옮기는 데 두 시간 정도를 썼을까. 드디어 밥을 먹으러 갈 시간이 되었다. 작업장은 4층, 식당은 물류센터 10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식사 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우르르 식당으로 몰려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 식당으로 가니 인산인해였다. 식판과 수저를 들고는 밥과 반찬을 퍼담았다. 김치와 소시지볶음, 비빔만두와 나물. 그리고 어묵 국이 나왔다. 밥과 다른 찬은 직접 퍼담으면 됐지만 국은 영양사들이 직접 나눠주었고, 국을 받기 전에는 지급된 출입증 카드를 찍어야 했다.


식판 밥 외에도 간편식이나 라면을 먹을 수도 있는 듯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식판 밥을 택하는 듯했다. 쿠팡에서 일을 하다 보면 칼로리 소모량이 많아 밥을 많이 먹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라고 다를쏘냐.


몇 해 전부터 건강을 생각해서 쌀밥을 좀 덜 먹으려고 하는 편인데, 최근 들어 가장 많은 쌀밥을 먹게 되었다. 밥은 아주 맛있지도, 또 맛이 없지도 않았지만, 자연스레 많이 먹게 되었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이 있듯이 허기가 졌고, 후반 작업을 위해서는 밥을 든든히 먹어야만 했다. 살을 좀 빼볼 요량으로 쿠팡 알바를 시작한 것도 있는데, 이렇게 밥을 많이 먹어서는 도로 살이 찍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옆자리에서 먼저 밥을 먹던 여성이 일어나면서 어눌한 말투로 “맛있게 드세요.” 하고 자리를 떴다. 그녀는 외국인 노동자로 보였다. 나는 어색함에 아무런 인사도 없이 자리에 앉아 내 허기진 배를 채우는 데 급급했는데, 어쩐지 부끄러운 마음이 몰려왔다.


식사를 다 마치고, 식판을 반납하고는 바깥 공기를 쐬러 밖으로 나가보았다. 식당이 있는 10층 밖은 흡연이 가능한 장소였다. 바깥으로 통하는 문을 열자 차가운 밤공기와 함께 희뿌연 담배 연기가 하늘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최근 들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장소에서 담배를 태우는 모습을 본 것은 오랜만이었다. 4년 전쯤 건강이 갑자기 나빠지면서 친구처럼 지내던 담배를 끊었다. 여러 사람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니 나까지 담배가 피우고 싶어졌다. 쓸데없는 생각을 지우기 위해 문을 닫고는 자판기로 향했다.


우스갯소리로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판기 음료를 두고 ‘쿠팡 복지’라고 부르기도 했다. 물류센터에서는 시중의 절반 가격도 안 되는 금액으로 캔음료를 팔고 있었다. 밥을 먹었지만 새벽까지 일하려면 당보충과 함께 카페인이 들어가면 좋을 듯했다. 카드로 400원을 결제하고 캔커피를 하나 뽑아 마셨다. 휴게 시간에 잠시 사물함에서 꺼낸 휴대 전화를 다시 집어넣고는, 후반 작업을 위해 작업장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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