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좀 봐주세요 라이킷 라이킷

by 이경




초기 브런치의 라이킷은 분명 '나중에 다시 봐도 좋을 글'을 저장하는 목적으로 누르게 되어있었다. 그래서 그때는 신중하게 라이킷을 누를 수밖에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쉽게도 브런치의 라이킷 역시 여느 SNS의 '좋아요'와 같은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저장의 기능이든 좋아요의 기능이든 그거야 브런치에서 정한 거니까능 내가 뭐 이렇다 저렇다 감 놔라 배 놔라 할 건 아닌데, 문제는 나도 글 쓰는 관심종자이다 보니까능, 내가 쓴 글에 라이킷이 눌리면 아이고 독자님, 오셨습니까, 제 글을 보시고 좋아요를 눌러 주셨습니까, 하고서 라이킷을 눌러준 이가 누군가 아아 보게 되는데, 그때마다 실망할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아, 그러니까 라이킷만 누르고 사라지는 라이킷 귀신들 말이에요. 이게 라이킷이 정말 순수하게 '좋아요'로 쓰이면 모르겠는데 그게 아니라, 어어어 내가 너의 글에 라이킷을 눌러 줄 테니까, 너도 와서 내 글을 좀 봐다오, 응? 아니 사실 나는 네 글 읽지 않고 그냥 라이킷만 눌렀는데, 그래도 너는 와서 내 글 좀 읽어줘, 하는 사람이 늘어버린 것이다. 증거는 없고 심증만 있습니다, 네네. 근데 뭐 다들 아시잖아요? 나는 이게 좀 지나치게 관심을 구걸하는 행태로 보여서, 아 물론 나도 글 제대로 안 읽고 라이킷 누르는 경우도 있고 뭐 그렇긴 합니다만, 저라고 뭐 다를 바 있겠습니까, 그저 똑같은 관심종자 나약한 인간이지요, 특히 나는, 아 나 저 사람이랑 왠지 좀 친해지고 싶은데, 저 사람이 나라는 존재를 알아주면 좋겠어, 싶을 때 라이킷을 누르고는 하는데, 아니 그래도 그게 어느 정도는 기본적인, 뭐랄까, 제한선이랄까, 한계선이랄까, 인내심이랄까, 수용할 수 있는, 네? 그러니까 어느 정도는 그러려니 저러려니 할 수 있지만, 그걸 벗어나 정말 지나치게 라이킷만 눌러대는 사람들도 있지 않은가 싶은 것이다. 요즘 들어서는 무슨 파이프라인 어쩌고저쩌고해서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는 사람이 글만 올리면 라이킷을 누르고 가는 통에 진절머리가 날 정도이다. 경제적 자유를 얻으면 뭐하나, 사람들에게 관심을 구걸하며 영혼이 자유롭지 못한데... 는 그냥 해보는 얘기이고, 아, 경제적 자유를 얻으셨다니 너무 부럽네요. 정말, 네네. 라이킷 많이 눌러주십셔, 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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