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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저한테 왜 그러세요

by 이경



브런치 하다 보면 라이킷 빌런들이 있다. 아무 글이나, 읽지도 않고 '라이킷'을 누른 다음에 "야, 내가 네 글에 라이킷을 눌렀다, 그러니까 너도 와서 내 글 읽어보고, 라이킷 눌러서 구독 좀 해주라." 하는 의도겠지. 그게 뭐 나쁘다고 할 순 없을 거 같아. 글 쓰는 사람들 대부분 관심종자이고, 내 글 좀 읽어주세요, 하는 그 간절한 마음을 모르는 거 아니니까.


다만 문제는 그 '정도'가 지나칠 때가 있는데, 요즘에는 아저씨 하나가 그 정도를 넘어선 듯해서 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 너무 불편하다. 진짜 올라오는 글 거의 놓치지 않고 다 라이킷을 누르는데, 혹시 라이킷 눌러주는 알바라도 고용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아저씨 한국전력 다니신다는데 일이 많이 없으신 건가. 여름철이라 한참 바쁘실 때 아니냐며...


그 아저씨가 글을 읽고 조아여 누르는지, 안 읽고 조아여 누르는지 그거 어떻게 아느냐, 궁금하실 분들도 있을 텐데, 물론 내가 올리는 글을 다 읽고서 조아여를 누르는 걸 수도 있겠지. 근데 이 아죠씨가 최근에 한 출판에이전시에서 글쓰기 모임을 하셨더라고. 아주 글쓰기에 열심히 매진하시는 분이셔... 이 에이전시 대표님이랑 찍은 사진도 올리고 뭐 그러셨더라고...


근데 내가 며칠 전 서너 번에 걸쳐서 이 출판에이전시 대표라는 사람이 쓴 책을 비판한 적이 있는데... 이 아저씨가 글쎄 거기에도 빠짐없이 조아여를 누르고 가신 거여... 세상에나... 만약 내 글을 읽고서 조아여를 누른 거라면... 이건 인간적으로 좀 너무 의리가 없는 거 아니냐고... 어쩜 사람이 그러냥... ㅋㅋㅋㅋㅋㅋ

이거는 내 글을 읽고서 조아여를 눌러도 문제인 거고, 안 읽고 조아여를 눌러도 문제인 거여... 안 그렇습니까 아죠씨?


이 아죠씨 거의 내 또래 같은데... 나는 이 아죠씨가 하는 행동을 가끔 보면 진짜 너무 재미난 거 같아. 내 또래 사람들은 그래도 나름 등단 장사하는 문예지는 알아서들 피하는 거 같거든. 싸구려 문예지라는 게 그렇잖아. 월별로 아무 글이나 뽑아놓고, 야 너 이번에 우리가 등단시켜 준다, 상금은 없지만 상패는 하나 만들어줄게, 대신 너는 우리 협회 정회원으로 가입해야 돼, 가입비는 20만 원이고, 책은 1년 치 구독해야 해, 구독료는 12만 원이야, 하는 거. 그거 순전히 등단 장사거등. 그런 데서 어떤 사람들이 활동하는지 보면 막 7~90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여... 나는 황혼기에 접어드신 분들이 그런 곳에서 활동하는 거 괜찮은 거 같아. 말년에 그런 재미라도 있어야지.

근데 이제 겨우 40대나 됐을까 싶은 이 아죠씨가 그런 곳을 통해서 '등단'을 했다면서, 스스로 '수필가'라고 부르고 다니더라니까... 어어엌ㅋㅋㅋㅋ 수필가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죠씨 그 모임 가시면 아주 손주뻘이라 사랑 많이 받으실 듯...


진짜 수필가가 되고 싶은 거라면, 가볍게 촐싹거리면서 나대지 말고, 다른 사람들이 쓴 글 좀 제대로 읽고서 조아여를 누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아죠씨? 그런 식으로 구독자 늘리면... 행복한가요 아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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