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 유명한 서평가 선생님이 한 분 있다. 서평을 한번 올리시면 책의 판매지수가 왔다갔다 할 정도로 영향력이 있다 보니, 이분 눈치를 보는 작가들도 좀 있는 거 같고, 책을 보내주려는 출판사도 좀 있는 것 같고 그래.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 한편 가끔은 이런저런 이유로 글 쓰는 몇몇 이들과 투닥투닥하시는 거 같기도 하고.
이 서평가 선생님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차치하고, 나도 아아, 이 분이 내 책 좀 읽어줬으면 좋겠네, 싶은 적이 있었는데, 왜냐하면, 어째서냐 하면, 비코오즈 이 서평가 선생님이 '전작주의자'라고 하시더라고. 한 작가의 책을 읽다 보면, 전작을 다 읽어보시는... 전작주의자라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독서가의 모습인가. 이런 전작주의자의 레이다에 걸린다면, 내 책도 한꺼번에 다섯 종이 팔릴 수 있다는 이야기 아닌가 싶어가지고오... (그냥 나 책 다섯 냈다는 자랑글임. ㅇㅇ)
각설하고, 이 선생님이 얼마 전 한 출판사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에서 모임장을 맡으셨단다. 선생님이 모임장을 맡으시고, 소수의 참여자를 모아서,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궁극으로는 참여자들이 자전 소설을 써서 출간까지 이르는 공저 프로그램인 듯. 금액은 990,000원.
이 99만 원이라는 금액 때문에 조금 말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평소에 고액의 책 쓰기 클래스, 역량이 떨어지는 출판 에이전시, 몇 주만에 작가 되기 같은 출판사의 자비 공저 프로그램들 다 개똥망 같다고 이야기해 온 사람이다. 누군가 나에게 '고액'이 얼마부턴데? 물으면, "백만 원 넘으면 고액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영?" 하고 답을 할 준비를 해왔는데, 이 서평가 선생님의 프로그램은 고액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99만원이라능.
내가 잠깐 오해를 한 게 있었는데, 나는 이 서평가 선생님이 출판사와 함께 이 프로그램을 론칭하신 건가 싶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앞서 이미 유명한 사람들이 모임장을 하고서 몇 번 진행되었던 프로그램이었다. 금융교육자 존리, 음식 평론가 이용재, 기자 곽아람, 뮤지션 겸 작가 겸 책방주인장 요조 등등. 서평가 선생님은 8호 모임장이신 듯. 나는 앞선 이들과 달리 이 서평가 선생님하고만 페이스북 친구라서, 이 선생님을 통해서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것.
나는 글쓰기를 가르칠 수 있는가, 하는 것부터 회의적인 사람이라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내가 생각하는 작가상이라면, 독고다이로 홀로 외로움과 쌈박질해 가며 스스로 알을 깨고 태어나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다만 이 프로그램이 여타의 개똥망 같은 책 쓰기 클래스와 차이가 있다면, 모임장이 어느 정도 검증된 분들로 모였다는 점이겠다. 주변에서 누군가 글쓰기나 책 쓰기를 배우려거든, 자비출판으로 책을 내고서 글쓰기가 어쩌네 작가가 어쩌네 하는 이상하고 요상하고 괴상한 글쓰기 강사나 수백만 원에서 돈 천만 원 넘어가는 책 쓰기 클래스, 출판 에이전시 같은 곳에 돈 버리지 마시고 꼭 검증된 사람들에게 배우라고 말해왔으니까.
내가 지금까지 봐온 공저 프로그램들, 내 눈에는 모두 작가가 되고 싶다는 열망으로 가득 찬 사람들의 꿈을 이용한 책 쓰기 클래스나 자비출판사의 돈벌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글을 쓰고 책을 낸 사람 중에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을 보지도 못했고.
99만 원, 소수정예, 검증된 모임장, 유명 출판사로 이루어진 이 프로그램은 결과가 어떨지 궁금해진다.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관건이라면, 공저 책 출간 이후로도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느냐가 아닐까.
유명 출판사와 모임장이 첫 책의 시작을 도와줄 순 있어도, 그 이후로 꾸준히 쓰는 것은 결국 쓰는 사람들의 몫이다. 그건 누가 알려준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건 아닐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