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뻗으면 닿는 곳에 없으면 불안한 물건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안경 닦는 융이다. 세상이 흐려질 때에 눈알을 빼다가 씻을 수도 없고, 안경이라도 닦아야 하는데, 융이 없으면 불안하고 초조해져.
문제는 나뿐만 아니라 아들 1호, 2호 모두 안경잽이인데 이놈들이 가끔 내 융을 쓰고는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둔다는 것이다. 개념 없는 안경잽이 녀석들. 아아, 불안하고 초조해져.
옛날에는 안경점에서, "안경 닦는 융 좀 주시오." 하면 그냥 공짜로 막 주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물가가 올라서 그런지, 돈을 받고서 파는 안경점도 많고, 돈을 주더라도 안경점 가서 안경이나 렌즈가 아닌 융만 사서 오기엔 마음이 좀 불편한 것이다. 눈치가 보인달까. 내가 남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잘 못한다... 하아...
물론 다이소 같은 곳에서 김서림 방지 융 같은 것도 팔지만, 그건 사이즈가 너무 작아서 쓰고 있으면 어찌나 답답한지. 결국 쿠팡에서 만원 주고 초극세사 안경닦이 50장 샀다. 이 말인즉슨 안경점 가서 아쉬운 소리 안 해도 되고, 안경잽이들에게 몇 번이나 빼앗겨도 남을 만큼의 수량이다, 이겁니다. 스웩.
쿠팡발 융 50장 오면 양쪽 바지 주머니에 다섯 장씩 도합 열 장씩 갖고 다니다가 안경 한 번씩 닦고 버려야지. (아님) 아들 1호 2호에게 각각 10장씩 양도하겠습니다, 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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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쉬운 소리를 이렇게나 잘 못하는 사람인데,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일은 계속계속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짓 아닌가. 어엌, 독자님들아 내 글 좀 읽어주십시오오, 내 책 좀 사주십시오오오... 하게 되는. 아, 진짜... 성격에 안 맞는 짓인데... 내년 초에 책 나올 예정이니까능, 책 나오면 사달라는 얘깁니다, 네네... 서너 달 전부터 이렇게 아쉬운 소리를 해대는 저를 부디 어여삐 여겨달라 이겁니다, 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