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글쓰기 강사라고 치자. 글쓰기 강사 이경. 프로필에는 지금까지 낸 책 목록을 쭈욱 적어놔. 근데 수강생을 모집하기에 뭔가 좀 부족한 느낌이 들어. 자가선전이 필요해. 그래서 구청에 가서 출판사 신고를 하는 거야. 상호는 이름 이경에다가 's Book을 넣어서 '이경스북'이 좋겠어. 출판사 신고증이 나오고 나서 프로필에다가 '이경스북 출판사 대표'라고 적어놓는 거지. 물론 당장 내가 출판사를 운영할 능력도 안되고 딱히 그러고 싶은 생각도 없어. 그냥 프로필에 적을 '출판사 대표' 명함이 필요한 거지. 대신 대외적으로는, "아아 저는 글쓰기 강의를 하다가 훗날 글 잘 쓰는 수강생들을 데려다 제 출판사에서 책을 내 줄 생각입니다. 후배 작가를 양성할 계획입니다." 하고 떠들고 다니는 거지. 한마디로 난 출판사 일은 하지 않지만, 출판사 대표라는 타이틀을 프로필에 걸어두는 거야. 왜냐고? 그런 타이틀에 혹하는 수강생들을 모아야 하니까.
나는 이런 행태가 조금 웃긴 거 같아요.
이게 보여주기 식으로 외제차 끌고 다니면서 투자자들 등쳐먹는 사기꾼이랑 다른 게 뭐지?
2. 누군가 글쓰기 책, 혹은 책쓰기 책을 냈다고 치자. 글쓰기라는 것은 무릇 큰돈이 필요치 않은 일이지. 종이와 펜, 혹은 모니터와 키보드만 있으면 되니까. 책에다가도 그런 내용을 적어 놓고서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하면 좋겠다고 써두지. 이른바 선한 영향력을 널리 퍼트려서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의 즐거움을 알아가면 좋겠어. 아아, 글쓰기라는 거 말이죠. 돈 앞에서 모두가 평등한 거죠. 돈이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어렵지 않아요. 여러분들도 저처럼 되실 수가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작가가 되실 수 있습니다. 책을 내실 수 있습니다. 돈은 상관이 없어요. 이런 말을 떠드는 그는 사실 첫 책을 내기 위해서 수백만 원짜리 책쓰기 클래스에서 코칭을 받은 이력이 있지. 돈을 내고서 고액의 책쓰기 수업을 듣는 거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니야. 그런 수업이 필요한 사람들도 분명 있겠지. 내 돈 내가 쓴다는데 누가 말리겠어.
다만 나는 그게 조금 웃긴 거 같아요.
자신은 수백만 원을 들여 책쓰기를 배우고서, 정작 다른 이들에겐 글쓰기는 돈이 필요치 않습니다 하는 거.
정말, 웃기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