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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Apr 23. 2024

잡담 240423



1. 사람은 언제 어른이 되는가. 패스트푸드점에서 콜라가 반 이상 남아도 과감하게 버릴 줄 알게 됐을 때. 그때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내 얘긴 아님. 나는 트레이 반납하러 가는 길에도 남아 있는 콜라 쫍쫍쫍쫍 마신다능... 나 언제 어른 되냥... 헤헷...


2. 이봉주가 마라톤 대회에서 다시 뛰기 시작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150미터 정도를 뛰었다고. 내 기억으로는 <뭉쳐야 찬다> 초대 멤버로 이봉주가 필드 위에서도 막 뛰어다니고 그랬었는데, 그러다가 방송에서 갑자기 안 보이기 시작하더니 투병 소식을 전하고 허리가 굽은 모습을 보여서 저게 무슨 일인가 싶었지. 어쨌든 몇 년간 투병을 했던 이봉주가 다시 뛴다는 소식을 들으니 뭔가 뭉클하기도 하고, 진짜 건강을 회복해서 언젠가는 마라톤 풀코스도 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때 한국에서, 아니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잘 달리던 사람이 갑자기 달릴 수 없게 되었을 때의 심정이란 어떤 걸까. 방송에 비치는 모습을 100프로 믿을 수는 없지만, 이봉주는 내가 아는 스포츠맨 중에서 가장 선한 사람이었다.


3. 가끔 글쓰기 플랫폼에서 어릴 적 신병을 앓다가 무당이 되신 분들이나, 무당은 아니지만 비슷한 결의 직업을 갖게 된 분들의 글을 읽게 된다. 근데 보면, 정말 어린 나이에 어떻게 저런 어휘를 구사할 수 있을까 싶은 경우도 있고... 나름 공부도 하는 거겠지만 뭔가 공부로 얻은 이상의 무언가를 글로 풀어낸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니까 신병을 앓았던 분들이 쓰는 글을 보면 대체로 군더더기가 없이 잘 읽히는 글이 많다. 몇 년 전에 다큐멘터리 <만신>을 보고서, 장바구니에 오랫동안 <만신 김금화>를 넣어 놓았었는데, 책이 품절이라(절판이겠지 아마?) 주문할 수가 없네.


4. 페이스북을 하는데 누군가 사투리로 써놓은 단어에다가 굳이 표준어로는 이렇습니다, 하는 댓글을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페북을 가리켜 노인정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정말이지 표준어 지적을 보고서는 이야... 꼰대력이 진짜 대단하다 싶은 느낌을 받았다. 댓글만 보았는데 같이 한 1년은 늙어버린 느낌...


5. 옛날에 한국에도 그런 사탕 있지 않았나? 박하사탕 안에 초코 들어간 거? 요즘엔 안 보이는 거 같네. 올리브영에 들렀다가 페퍼민트 캔디 안에 초콜렛이 들어간 핀란드산 '무민 캔디'가 있어서 사 먹어 보았다. 맛있졍. 대충 저는 민초파라는 이야기.


6. 나 희곡 잘 안 읽는데, 지난 주말에는 민음사 버전의 외젠 이오네스코의 <대머리 여가수>를 읽었다. 세 편의 희곡이 담겼는데 그중 두 편을 읽었고, 대체로 횡설수설, 동문서답, 아무말 대잔치의 블랙 코미디였다. 다 읽으면 책의 후기를 쓰겠지만 그때도 그냥 '횡설수설, 동문서답, 아무말 대잔치'라고 쓰고 말 것 같은 느낌. 유튜브 메타코미디에서 김원훈이 하던 그런 거 같고 그러네.


7. 어제부터는 새로운 소설을 읽고 있다. 작가 소개가 실린 책날개에는, 로맨스를 쓰기 시작했는데, 의도와 달리 이야기가 스릴러로 발전하는 보고 자신의 진짜 재능을 깨달았다, 하는 내용이 있어서 한참을 웃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그래, 하고픈 것과 잘할 있는 건 분명 다른 거지, 하면서. 어떤 작가의 무슨 소설인지는 안알랴줌.

그러다 문득 나는 무얼 하고 싶어 하고, 무얼 잘할 있을까 하는 질문도 던져보고. 혹시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이제는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닐까, 싶어 지면서.


8. 지난 3월에는 병원을 가지 않아서 좋았다. 이달에는... 보자보자, 25일에도 병원을 가고, 30일에도 병원을 가고 다음 달 초에 병원 예약이 잡혀있다. 5월이 되면 병원에서도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고 하던데. 뭐 그럼에도 나는 마스크를 쓰고 다니기야 하겠지만. 못생긴 얼굴 가려야함.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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