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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현 Feb 08. 2024

도루묵의 나선 이론

도루묵의 나선 이론침묵의 나선 이론의 안티테제 같은 걸 생각하다가 떠올린 것이다. 일종의 작업일지이고 뭐든 제철에 맞는 이야기를 떠드는 일기를 써보려고 한다.


침묵의 나선 이론이 무엇인지 혹시 궁금할까봐 아래에 굳이 썼다.

내가 전공한 신문방송학은 학이란 말이 붙어있는게 아까울 정도로 근본이 없는 곳으로 커뮤니케이션 이론과 저널리즘 이론, 광고, 마케팅, PR, 기호학 등을 애매하게 섞어놓은 곳이지만 그나마 전공 시간에 배운 몇 안되는 흥미로운 기억 중 하나가 '침묵의 나선 이론'이다. 독일의 노엘레 노이만이란 사람이 주창한 여론 형성 이론으로 자신이 판단한 생각이 다수의 사람들이 지지하는 생각이면 더 강화시키고 소수의 의견이라면 침묵함으로써 약화되는, 결국 우세종의 의견만 살아남는다는 커뮤니케이션 이론이다.

지금 시대에 이 이론이 맞을지 안 맞을지는 모르겠고 내가 흥미로웠던 점은 이 이론에서 사람들에게 유사 통계적 감각기관이 있음을 상정한다는 거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냥 감각으로, 어떻게 보면 살면서 겪는 모든 정보들의 총합을 통해, 어떠한 종류의 사안이나 의견이 다수의 사람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에 관해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점은 다음 질문에 관해 그냥 떠올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북한의 수령 김정은에 관해 어떻게 생각할까?

주위 사람들에게 김정은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다니지 않아도 우리는 이에 대해 어떤 말이든 할 수 있다. 혹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라고 여러 갈래의 답을 할 수도 있다. 실제의 여론이 정확히 어떤지는 알 필요도 없고, 당연히 알 수도 없다. 그럴 것이다 라는 대략의 감각을 우리가 느끼고 있다는 걸 상기해보면 우리는 그런 의견들을 쉽게 제시하고 스스로의 의견을 형성하는 데도 영향을 받는다. 물론 의문도 든다. 정말 그게 다수의 의견일까. 하지만 그런 의문에 침묵하는 것만으로 하나의 의견이 긍정되어 버린다. 이미 무게중심이 넘어간 시소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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